로보락 청소기
2022년 12월 2일
공부하고 청소하고 둘 중에 어떤 것이 더 하기 싫을까요.
대답은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하고 같을 거예요.
북경에서 살 때는 일주일에 한 번씩 청소를 해주는 분이 있었어요.
토요일마다 와서 2시간 정도 집안 청소와 운동화 빨래, 창문 닦기 등등을 해주셨는데요. 제가 제일 하기 싫은 청소가 샤워 부스 유리 닦기 하고 변기 청소였어요.
청소하시는 분이 계셨고 저는 주중에 한번 정도 가벼운 청소를 하면서 편하게 생활했어요. 2011년도에는 1시간에 15~20위안 하던 임금은 서서히 올라서 지난해에는 1시간에 40위안까지 드렸어요.
중국에는 빈부 격차가 심한 데 도농 간 격차도 심하고 동서 간 격차도 심해요. 아무래도 돈 되는 산업은 다 동쪽에 있으니까 일하러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서쪽이나 내륙에서 와요. 그래서 중국이 동수서산 东数西算을 하려는 거예요. 중국 동부의 데이터를 서부로 옮겨서 처리하는 프로젝트를 해서 동, 서 간의 경제 격차를 줄이려고 하는 거죠.
대도시에서 일하는 분들은 거주비를 절약하기 위해서 시 외곽에서 여러 명이 같이 거주하거나 아파트 내 지하공간에서 생활을 하기도 해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아파트마다 돌아다니면서 청소를 하거나 입주 아줌마로 들어가기도 해요. 입주하는 경우는 8,000위안에서 시작해서 학력, 능력, 경력에 따라서 몇 만 위안까지 올라가요.
언니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살 때 도와주시는 분이 우크라이나 분이셨대요. 어느 나라든 그렇듯 이런 일들은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떨어지는 나라와 계층이 하게 되어요. 오죽하면 필리핀 내니가 세계의 가정부라는 말이 있겠어요.
지난해에 상해로 와서 이사 초기에는 58同城이라는 앱에서 시간제로 일하는 분들 불렀어요. 상자 푸는 것부터 집안 청소 및 정리까지 남의 도움이 필요하니까요. 앱에서 부르면 보통 2시간에 100위안 정도 해요. 한국 돈으로 계산하면 시간당 단가가 9천 원 정도 되는 듯해요. 일하시는 분들을 구할 수 있는 플랫폼은 많아요. 허마盒马에서도 부를 수 있어요.
저희 집에서 청소하고 가신 분들 중에서 잘 맞는 분에게 이제 고정으로 해달라고 했어요.
이 분은 저를 좋아하시는데 중국어 문자를 휴대폰에 입력 못하세요. 제가 문자를 보내면 답장을 음성 메시지로 보내세요. 이 분 덕택에 중국어 듣기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되어요. 알아듣기 힘들어서 몇 번 되풀이해서 들어야 해요.
그렇게 정하고 한번 다녀 가시자 마자 춘절이네요. 아주머니가 고향에 가셨어요. 일하는 분들은 보통 춘절에는 한 달씩 고향에 가요. 입주하시는 분은 그때 왕복 차비와 한 달 정도의 급여를 보너스로 드리는 게 관례예요. 저같이 시간제로 쓰는 사람들도 홍바오를 주고요. 선물을 드릴 때도 있어요.
저는 다시 혼자 씩씩대면서 청소했어요. 춘절과 음력 보름까지 쇠고 아주머니가 돌아오셔서 저는 이제 좀 청소에서 해방되냐 했더니 3월부터 상해 봉쇄네요. 결국 그분은 저희 집 청소 2번 하고 저하고 인연은 끝났어요.
상해 봉쇄 기간 동안에는 청소 열심히 했어요. 시간도 많았고 마음도 혼란하고 어지럽고 복잡하니 자꾸 일을 만들어서라도 해야 하는데요. 상해 봉쇄 끝나도 이제부터는 계속 혼자 청소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봉쇄 풀리자 다시 마음이 간사해져서 힐끔힐끔 앱에서 집안 청소 가격을 보게 되네요. 한 달에 한두 번은 불러서 청소하고 나머지는 제가 청소하다가 바닥 쓸고 닦는 것을 아웃소싱하기로 했어요.
로봇 청소기를 폭풍 검색하고 자료 조사하고 로보락 청소기를 사기로 했어요.
물걸레질도 해주고 걸레도 자기가 빨겠다고 하니 기특해서요. 가격은 만만치 않네요. 3,800위안 한국 돈으로 70만 원이 넘어요. 이 돈이면 1년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청소하는 분을 부를 수 있는 돈이에요.
한동안 고민하다가 한국에서 150만 원에 팔리는 것을 보고는 여기서는 절반만 주고도 살 수 있네 하면서 스스로를 합리화시켰어요. 중국에서는 石头G10S AUTO, 한국에서는 로보락 S7 Max V Ultra 모델이에요.
징동에서 주문하니 다음 날 퇴근했는 데 문 앞에 몸집 큰 상자가 앉아 있어서 놀랬어요.
상자가 어찌나 큰 지 코끼리 들어 있는 줄…
상자를 열어서 내용물을 꺼내서 조립했어요. 전용 세제도 있어요. 정수기 물에 세제를 조금 넣어줘야 해요. 앱을 깔고 충전 후 청소를 해봤어요. 저희 집이 계약서 면적은 85 제곱 평방미터인데 실 사용 면적은 70 제곱 평방미터 정도 되어요. 방 2개(방 하나는 좀 작아요) 주방, 욕실, 거실, 베란다 있는 구조예요. 신기하게도 장애물 잘 피하네요. 예전 로봇 청소기는 충전선 등에 끼여서 혼자서 씨름하는데 애는 아예 피해버려요.
중간에 청소하다가 다시 도크로 돌아가길래
`아니 청소 다 안 했잖아` 했더니
`걸레 빨고 올게요` 하네요.
자기가 걸레 빨고 스르르 나와서 나머지 공간을 청소하고 도크로 돌아가서 걸레 빨고 충전하네요.
먼지 자동 비움 기능이 좋아요. 청소기를 사용하면 청소기도 청소해야 하는데 애는 자기가 먼지까지 비우니 기특해요. 저보다 걸레질을 잘하네요. 음파 진동으로 걸레질을 해서 균일하게 닦고 특히 침대 밑 등 빈 공간까지 들어가서 청소하고 매트 깔아 놓은 것도 인식하네요. 1시간 20분 정도면 집안 바닥을 다 청소해줘요. 출근할 때 돌려놓고 나왔다가 퇴근할 때 집에 들어가면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웃음이 나와요.
샤오미 청소기 1세대를 여기서 사서 한국 집에 가서 가지고 갔었던 것이 얼마 안 되었는데 이제 물걸레까지 자기가 알아서 빨 수 있는 정도로 발전했어요. 로보락은 샤오미가 펀딩 한 회사예요. 1994년 북경에서 창립한 스타트업인데요. 불과 10년도 안되어서 이렇게 빠른 기술 향상과 진보를 보여주네요.
중국 전자 제품이 극강의 가성비를 보여주면서 세계의 가전제품이 돼가네요. 우리나라 가전들을 하이엔드 제품으로 갈 수밖에 없고 가야만 한다는 것은 정해져 있는 답이에요.
다이슨처럼 넘사벽의 기술을 가지거나 발뮤다 같은 디자인과 브랜드 파워를 가지기 않으면 중국 전자 제품에 밀리지 않을 수 없어요.
저희 집에 새로 오신 이모님은 제가 중국을 떠나는 날까지 잘 도와주실 거예요. 제가 떠날 때 이 청소기는 다른 분에게 드리고 가려는데요. 받으시고 싶은 분 미리 예약받을게요. 양도 날짜는 정해드릴 수 없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