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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상해 이야기 37-준비됐나요 시작할까요

by 안나

2022년 12월 8일

물어보지도 않고 중국의 방역 정책이 변했습니다.

방역 정책을 정할 때도 우리에게 물어보지 않았으니 바꿀 때도 안 물어보는 게 당연하겠죠. 11월 26일과 27일에 모였던 하얀 종이를 든 사람들이 무서웠을까요. 아니면 진퇴양난의 막혔던 물길을 터주기 바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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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정책의 변화 속도는 홍수로 범람한 강물처럼 빠르네요.

그제까지 코로나에 걸리면 삼대를 멸하고 능지처참형에 처할 것처럼 엄포를 놓더니 12월 7일, 어제부터는 전염병은 개인의 책임이니 이제 각자도생 하라고 하네요. 코로나 바이러스 양성자 중 무증상자나 경미한 사람과 밀접 접촉자도 자가 격리가 가능하다고 했어요.


코로나 증상을 감출 수 있다고 엄격하게 판매 제한했던 해열제, 진통제 등의 감기약은 판매가 허용되자 가격이 폭등했고 매진되었어요. 코로나 자가 진단 카트도 사재기하고 있네요. 상해 봉쇄할 때 매일 줘서 꼴도 보기 싫었던 자기 진단 키트를 사용할 날이 왔네요. SNS마다 코로나 자가 치료에 관한 자료들이 공유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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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봄부터 어디를 가든 무조건 스캔해야 하는 장소마 스캔도 병원, 학교, 양로원, 고아원 등의 일부 장소를 제외하고는 안 해도 되어요. 3년 동안 잡혔있던 끈끈한 거미줄에서 풀려난 느낌이에요.


중국의 모든 정책은 짧아도 5년, 적어도 10년, 보통은 30년, 길게는 50년, 100년을 보는 긴 안목과 추진력을 가지고 있어요. 5년마다 정권이 손바닥처럼 뒤집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부러운 점도 있답니다. 일관성과 꾸준한 추진으로 국가 정책을 안정감 있게 추진해요.


코로나 정책에 관해서는 자이드로 드롭과 롤러코스터가 부럽지 않은 낙폭과 속도로 우리를 멀미와 구토에 시달리게 했어요. 2020년에 시작된 해외 입국자 격리는 7일 자가격리에서 14일 시설 격리로 바꾸었다가 21일 시설 격리+7일 자가 격리로 바뀌면서 입국자들을 우왕좌왕했어요. 입국 전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의 방법과 횟수도 검색할 때마다 달랐어요.


비자 정책도 기존에 발급된 비자도 다 취소해버렸다가 제한적으로 입맛에 맞는 사람들에게만 내줘서 한국 전쟁 이후 최대의 이산가족을 만들어냈어요. 지금은 지난해보다는 비자가 잘 나오는 편이지만 여행 비자는 당분간 어렵겠죠.


중국 내 이동도 자기가 거주하는 지역 안에서의 방역 정책과 해석도 무지개도 아닌 데 다채롭기 그지없네요. 무지개는 예쁘기나 하죠.


상해 봉쇄로 입은 멍이 아직도 퍼런데 방역정책 완화와 변화라는 재생연고를 덕지덕지 발라주네요. 해외 입국자 격리 해제라는 만병통치약은 아직 못 받았어요.


80억 전 세계 사람이 다 걸려야 끝날 거라는 코로나를 16%를 차지하는 중국 사람들이 3년 동안 안 걸리겠다고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펼쳤어요. 3년 동안 봉쇄, 격리, 이동과 영업 제한은 누구나 내야 하는 주민세 같았어요.


이제 전 세계 인구 16%의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었어요.

과정은 공평하지 않을 거예요.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덜 걸릴 것이고 더 치료받을 거예요. 힘없고 약한 사람들이 더 걸릴 것이고 더 피해를 보겠죠. 우리나라 코로나 치사율이 세계에서 제일 낮은 것은 한국의 의료 수준도 높고 국민들의 의료 지식과 의식 수준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준비 안된 중국에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었어요.


준비됐나요? 시작할까요?


언제 물어보고 했나요. 그냥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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