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2일
나의 출근길..-75일간의 상해 아파트 봉쇄를 마치고
어제오늘 손가락도 바빴고 발도 바빴고 머리도 바빴어요 위만 한가했어요
몸은 자고 있고 손만 깨워서 올리고 있어요
3월에 롱 패딩 입고 퇴근했다가 6월에 반팔 입고 출근합니다
상해 봉쇄는 제게 3월 18일 이후의 시간을 잘라버리고 6월 1일을 붙였습니다.
그렇게 걷고 싶었던 민항 문화공원으로 갔습니다.
공원 문 열었다고는 들었는데 실제 열렸는지 모르는 데 그냥 갔어요
다행히 입장 가능하네요
장소마场所码라고 해당 장소의 큐알 코드 스캔하고 72시간 내의 핵산 검사가 있으면 입장 가능합니다.
공원 안은 3월 봉쇄 이전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사진을 찍는 사람들
다시 시작된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이 모여서 플래카드를 들고 환호를 하고 있었습니다
다들 속에는 다른 내상이 남았을지 모르지만 겉으로는 전과 같은 모습들입니다
상해 최고의 빵집이라는 파스치노도 문 열고 스벅도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전과 달라진 일상은 상설 핵산 검사소에 검사를 받으려는 긴 줄이었습니다.
은행에 도착하자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화분들이었습니다.
2달 동안 밀폐된 공간에서 쫄쫄이 굶고 애들이 이렇게 되었어요
돌봐주는 사람 없었으니 당연한 결과였지만 마음이 아픕니다.
제 자리에 쌓인 먼지는 눈사람을 만들어도 될 정도였고 의자에 걸려있는 패딩 상의를 보고 깜짝 놀랐네요
너 누구니..
익숙한 듯 낯선 듯..
어색함과 친근함 속에서 업무 재개를 위한 세팅 했습니다.
보안 프로그램은 그동안 업데이트 안 해서 서로 해달라고 제 옷자락을 잡아당기고 시스템마다 장기 미접속으로 권한 삭제되어서 복구하느라고 생쑈
여보세요 제가 일부러 접속 안 했나요 흥
하루 종일 다다다 일하고 퇴근합니다
퇴근길 코리안 타운 쪽으로 갔어요
한국 마트와 한국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이번 봉쇄 대란에 슈세권이 떠올랐습니다
역세권, 숲세권, 슬세권은 아실 거예요
슈세권은 한국 슈퍼에서 배달을 받을 수 있는 거리를 말해요
봉쇄 기간 동안 슈세권 아닌 사람들은 봉쇄 초기에 먹을 것 못 구해서 힘들었다는 것은 안 비밀이에요
비 슈세권으로 받았던 서러움에 이제 필요한 물건도 없는 데 한국 마트 한번 봐주고 집으로 갑니다.
한때 허세권이 유행했어요
허마盒马가 처음에 등장했을 때 반경 3km 안으로 배달했거든요
그래서 허마 배달권이나 아니냐에 따라서 집값과 임대료가 오르고 내린다는 소리도 있었어요
일상입니다
친구들과 농구를 하고
그동안 못한 이발을 하기 위해서 이렇게 미장원마다 문정성시를 이룹니다
굳게 닫혔던 지하철도 운행하고 있고요.
사람들은 얼음 땡이라는 신호에 맞춰서 동작 정지했다가 다시 움직이는 놀이를 하는 것 같았어요
그동안 우리에게 사라졌던 일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시치미 떼면서 다시 돌아왔습니다.
봉쇄 이전과 달라진 것은 72시간 핵산 검사 룰입니다
이제 국룰이 되었어요
모든 건물과 대중교통 등 지붕이 있는 곳은 장소마라는 큐알코드를 스캔해야 합니다.
72시간 이내 핵산 검사 음성이라는 데이터가 없으면 삐뽀삐뽀
자기 집에 들어가려고 해도 72시간 이내 핵산 결과가 없으면 못 들어가요
봉쇄안 하고도 봉쇄에 버금하는 뉴 노멀 새로운 봉쇄 정책이네요
이틀 동안 제 느낌은
상해는 강제 봉쇄라는 EMP 폭탄 터뜨려서 오미크론 확산을 일단 막았습니다
그러나 시한폭탄 돌리기의 미봉책입니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와 공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죽하면 전 세계 인류가 다 걸려야 끝난다고 할까요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은 위드 코로나라는 아프고 힘든 어두운 터널을 지났습니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라는 어두운 터널에서 오미크론 및 다른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적인 백신과 치료제를 기다리고 있네요
근데 그 터널 안에 제가 있네요
상해 봉쇄라는 초유의 사태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수많은 난제가 남았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그 누구들의 욕망보다 소중하다는 것도 분명하게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