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앤트그룹
2022년 1월 14일
항저우杭州
1+1=2라는 구구단처럼 항저우 하면 자동으로 서호, 영은사, 용정촌, 송성가무 이런 단어들이 떠오르죠. 항저우 용정차는 워낙 유명해서 차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거예요.
예전에 잘 먹고 잘 살았던 동네라서 음식 문화도 발전해서 녹차绿와 와이포지아外婆家가 항저우에서 시작되었어요. 유네스크 지정 문화유산과 맛난 음식으로 한상 넘치게 차려낼 수 있는 풍성한 식문화와 실크로드의 시작인 비단도 널려 있는 강남천국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곳이에요.
유명한 관광지가 널리고 널린 이곳에 사람들이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새로운 명소가 있어요.
알리페이支付宝와 타오바오淘宝가 여기서 태어났어요. 알리바바 본사가 항저우에 있어요. 알리바바 본사 건물에는 일반인들이 들어갈 수 없지만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창업과 도전에 대한 열의를 다지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어요. 마윈과 다섯 친구가 창업한 작고 허름한 아파트는 스타트 업을 꿈 꾸는 젊은 이들의 성지가 되었답니다.
1999년에 항저우 작은 아파트에서 시작한 알리바바는 디지털 시대와 스마트 폰 보급에 힘입어 중국의 국민 지갑과 장바구니가 되었어요.
중국에 사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알리페이로 결제하고 타오바오에서 물건을 사고 허마에서 장을 봐요.
택배 배달원들이 현찰을 받아서 판매상에게 전달하는 방식의 비효율성과 현금 분실 및 도난 사고를 막기 위해 태어난 알리페이는 현재 중국 내에서만 13억 인구가 사용하는 결제 수단입니다. 타오바오라는 전 세계 최대의 쇼핑 플랫폼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리페이가 있어야 하거든요. 알리페이와 타오바오라는 잘 키운 아이들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여러 가지 분야로 빠르게 뻗어나갔어요.
중국에서는 명 짧은 사람은 대출 못 받아요.
예금 담보 대출을 하려고 해도 짧아도 일주일 이상 걸리고 대출금 사용처가 정해져 있고 증빙을 내야 해요. 자동차, 인테리어, 가전제품 구입, 유학, 여행 등 소비성 대출만 가능하고 사후에 반드시 영수증을 은행에 제출해야 해요.
예금 담보 대출도 이런데 신용대출이나 모기지론은 말해서 뭐해요.
대출 신청부터 기표까지 아무리 빨라도 한 달 이상 걸려요. 마찬가지로 대출금 사용 용도는 정해져 있어요. 한국처럼 대출받아서 갭 투자를 한다거나 부동산, 주식, 코인 등의 다른 투자를 한다는 것은 달나라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예요. 50만 위안이 넘는 대출금은 대출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거래 당사자(물품 구입 대금이라면 물품 판매자, 인테리어 비용이면 인테리어 업자)에게 직접 입금을 한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면 왜 내 대출금을 다른 사람에게 입금하냐고 펄쩍 뛰겠지만 여기서는 이게 법이에요.
억압적 금융이에요.
이렇게 명 짧은 사람은 대출도 못 받은 나라에서 알리바바의 앤트 그룹은
으어바오余额宝로 매일 입에 달콤한 꿀을 떨궈주듯 매일 이자를 주면서 사람들의 여유 자금을 모았어요.
쯔마신용芝麻信用은 지에베이借呗앱에서 알리바바의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소비자의 소비 패턴과 구매 행태를 분석해서 신용 대출을 1분에서 10분이면 대출을 해주었어요. 그 덕으로 명 짧은 사람도 대출을 받을 수 있었어요. 금융의 혁신을 한거죠.
화베이花呗는 신용카드처럼 타오바오에서 물건을 살 때 통장에 잔액에 없어서 신용으로 구입할 수 있게 했어요. 이런 단기 대출 채권을 모아서 ABS Asset Backed Securities를 발행해서 매각하고 그 돈으로 대출하는 다단계 구조로 신용 대출의 규모는 자기 자본금의 120배가 넘을 정도로 늘어났어요.
은행에서는 예대 비율도 맞춰야 하고 특정 개인이나 기업에 대한 여신 한도가 있는데 비해 알리바바의 쯔마신용과 화베이는 아무런 제재와 감사 없이 대출을 했어요. 그림자 금융과 무면허 운전을 한거죠.
거침없이 커 나가던 황금 개미의 더듬이는 2020년 11월 홍콩에서의 IPO가 무산되면서 꺾이게 되어요.
중국은 우리가 이름 들어서 아는 회사들의 상징은 동물이에요. 씨트립은 돌고래, 쑤닝은 사자, 메이투안은 캥거루, 징동은 강아지, 허마는 하마가 회사의 상징이에요. 앤트 그룹의 상징은 개미蚂蚁예요.
중국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의 반독점 규제와 그림자 금융에 대한 감시와 제재를 시작했어요.
코로나로 인한 중국 경제의 침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소비 감소까지 겹쳐 개미가 힘들어요.
2023년 1월 7일 알리베이와 타오바오의 아버지, 마윈은 50%가 넘는 직간접 지분을 정리하면서 6% 정도의 지분만 남기게 되었어요. 지배적 의결권을 상실했는지 포기했는지 저희는 몰라요.
진행 과정에서의 추측과 궁금증은 연예인, 정치인의 스캔들만큼 뜨겁고 자극적이지만 우리는 알 수 없어요. 부부 사이의 일은 당사자들만 안다고 하잖아요. 중국이하고 마윈 사이에 있었던 일은 둘은 알겠죠.
안 되는 것 말고 다해도 된다는 중국 정부의 너그러웠던 네거티브 Negative 시장 규제
1원만 팔아도 13억 원을 소비해 주는 거대한 내수 시장
구글 안돼, 카톡 안돼, 다음 안돼, 유튜브 안돼, 넷플릭스 안돼
안돼 안돼 전략으로 디지털 철옹성을 쌓아 자국 인터넷 기업들의 성장터를 만든 정부가 이 거대한 황금 개미를 키웠을까요?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 속에서 제조업 기반으로 거침없는 성장한 중국 경제
유선 전화에서 페이지(삐삐), PDA 폴짝 건너뛰고 피처 폰 살짝 만지다가 바로 스마트 폰 시대로 급전환한 중국의 인터넷 환경
위폐에 대한 불신으로 현찰 거래보다는 전자 결제가 나았고
신용 거래보다는 그 자리에서 바로 정산을 선호하는 중국의 상거래 문화
9년 동안 항저우 호텔 로비를 서성거리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다가가 무료 관광 안내를 해주면서 영어를 독학으로 공부하고 연습하고
38번의 투자 거절과 외면에도 인터넷 기업을 만들고 3년 간 적자를 버텨내고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탄생시켜 거대한 플랫폼 제국을 만든 마윈의 의지가 이 개미를 키웠을까요?
p.s. 다음에는 마윈이 키우지는 않았는 데 마윈 덕으로 큰 보스덩 이야기를 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