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예원 등회
2023년 1월 18일
시크릿 가든
현빈과 하지원 님의 달달한 카푸치노 키스가 떠오르는 드라마도 있지만 제게 시크릿 가든은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인 창경궁의 후원 비원이랍니다. 제가 한국 살 때 제일 좋아하는 곳이었어요. 비원은 꼭 가이드 투어로만 입장이 가능하잖아요. 한국어 가이드 아니고 외국어 가이드 투어 시간이어도 그냥 표 사고 들어갔어요. 여러 번 가서 설명을 안 들어도 되고 입장할 수 있으면 되니까요.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의 빌딩 숲 사이에 나지막이 고요한 비원 안을 걸으면서 몇 백 년 전의 시간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했어요. 특히 가을에 예쁘게 단풍 든 숲 사이를 걷는 호젓함을 사랑했어요.
이 품위 있고 아름다운 비원과 창경궁을 일제 강점기에 창경원으로 전락시켜 동물원, 식물원과 놀이시설을 만들면서 궁을 훼손하고 격하했죠. 지금은 원남동이라는 지명은 창경원의 남쪽이라는 뜻에 유래했다죠.
1986년에 다시 창경궁으로 복원했고 1997년에 유네스크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됩니다.
일본이 이런 짓을 우리나라에만 했겠어요.
1937년부터 시작한 중일전쟁에서 처음에는 치외법권이었던 조계지를 피해서 폭격 퍼붓다가 기세 등등 해지면서 결국 조계지까지 폭격과 공격을 감행합니다. 조계지에서 살던 미국, 영국, 프랑스등의 서구 열강들도 상해를 떠나게 됩니다. 상해를 손에 넣게 된 일본은 1942년에 예원을 쳐들어가 마구 훼손했어요. 예원은 청나라 때는 영국군에 중화민국 성립 후에는 일본군에 의해서 훼손되었어요. 2차 세계 대전 종료 후 예원은 방치됩니다. 전후 중화민국의 기틀을 다지기도 바빴던 중국이 예원을 챙길 정신이 없었던 거죠. 1956년부터 1961년 사이에 예원을 챙겨 개방하다가 1982년에 국가 문화재로 등록해요.
지금은 상해에 오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가야 하는 필수 코스이자 와이탄과 더불어 상해의 상징이 되었죠. 1843년 난징조약에서 시작한 상해 개항 이후 급속도로 발전한 상해의 거대한 빌딩 숲과 번잡한 도심 속에서 예원은 예전 아름다움은 간직한 채 강남 정원의 진수를 보여주는 정원입니다.
이 예원에서 1995년부터 춘절 때마다 등불을 걸어요.
중국이나 한국이나 같은 농경문화를 가지고 있어서 음력설을 지내죠. 작은 설날小年이라고 해서 음력 12월 24일부터 1월 15일 정월대보름 元宵节까지 거의 한 달을 설을 쇠요. 춘절 전후로 예원에서 등회灯会를 한답니다.
예원 안까지 개방하는 것은 날짜를 정해서 하고 유료 입장이에요.(50위안)
예원 밖의 호심정, 구곡교, 예원 상가 거리는 저녁 10시까지 열고 입장료도 없어요. 주말에 가면 사람 많아 떠다닌다고 해서 주중에 퇴근하고 갔어요. 6시에 퇴근하고 지하철 타고 가면 7시 정도면 도착할 수 있어요. 듣던 대로 주중에 가도 사람은 많네요. 언제 코로나가 지나갔는지 예원에 구경하러 온 사람들에게는 흔적도 찾을 수 없네요. 다들 열심히 사진을 찍고 인터넷으로 동영상 중계하는 사람도 있어요.
구곡교는 아홉 번 꺾여있는 다리예요.
구곡교 주변의 등이 제일 예뻐요. 3초 <아바타, 물의 길> 분위기 나요.
구경하러 온 사람들도 많았지만 질서를 유지와 통제를 하는 사람들도 많네요. 10.29 이태원 참사가 생각나서 씁쓸했어요. 중국에서도 이렇게 질서 유지시키고 사람들 흐름 통제하는 데 왜 우리는 못했을까요.
요 며칠 추운 날씨로 하늘을 맑고 깨끗해서 밤하늘도 선명해서 등도 예쁘게 빛나요.
춘절 앞둔 상해는 여기저기 홍등도 많이 달고 쇼핑몰마다 춘절 선물 쌓아놓은 풍요로운 분위기예요.
이미 상해는 집단면역을 달성했어요.
예원에서 지하철을 타러가는 길
상해에는 이렇게 화려하고 아름다운 밤도 있지만
고개를 1도만 돌려 옆을 보면 이렇게 쓸쓸하고 허름한 밤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