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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상해 언저리 이야기 2-도도陶都한 이싱

by 안나


예전에는 색을 함부로 쓸 수 없는 귀한 재료였다고 하네요.

특히 자주색은 색을 내기가 힘들어서 귀족이나 고급 물건에나 사용했대요. 북경에 있는 고궁, 자금성紫禁城의 자가 자주색을 나타내는 글자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장쑤성 이싱, 강소성 의흥 江苏省 宜兴

이싱은 홍차로도 유명해요. 의흥홍차라고 치면 주르르 나와요.

차를 우리는 주전자 중 리싱의 자줏빛 흙으로 만들어진 것을 자사호紫砂壶라고 불러요.


신석기시대 도자기가 출토될 정도로 오랜 기간 동안 도자기를 만들어 온 이싱에 명나라 때 차 문화가 말차에서 엽차로 바뀌면서 다기에 대한 새로운 수요가 생겨나요. 그때까지 다기는 중요한 물품이 아니었는데 차를 우리는 문화가 생겨나면서 다기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죠.


이때 경덕진景德镇과 이싱의 정촉진丁蜀镇이 급속도로 성장하게 되어요.

도자기가 생산되는 곳은 세계 어느 곳도 따라올 수 없는 넘사벽의 경덕진이 있어요. 이싱은 자사라는 특유의 자주색 흙으로 자사호라는 세계 유일의 다기를 만들어 내면서 경덕진과 같이 발전해요. 흙에 철분이 많아서 자주색을 띤대요. 자사호에 차를 내리는 고급문화가 퍼져나가면서 자사호에 대한 수요는 중국 전역과 세계로 퍼져 나갔고 이싱은 도자기의 수도이라는 도도陶都라는 이름에 걸맞은 도도함을 자랑하게 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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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호를 만드는 사람이 한 집 건너 있는 자사호의 본고장, 이싱에서 화차원和茶院김정원 선생님이 공방을 하고 계세요. 이싱에 자사호 유학 왔다가 예정보다 긴 기간 공부하면서 여러 스승님에게 배우게 되어요. 그중 한 스승님의 조카 분을 소개받아서 결혼을 하시면서 아예 이싱에서 사시면서 자사호 공방을 하세요. 배우자 분도 자사호를 만드시는 분이고 장모, 장인님까지 처가 전체가 자사호 장인 집안이라고 하네요. 제가 자사호 로열패밀리라고 농담해 드렸어요. 선생님의 공방도 구경하고 자사호와 이싱 지역의 여러 상황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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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석 색에 따라서 자니, 홍니, 본산 녹니, 석황니,백니,토골, 눈니 등으로 분류된대요.

색의 농도가 조금씩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자주 빛 느낌의 돌을 갈아서 물에 담그면 앙금이 생겨요. 요걸 두들기면 점성이 생겨서 니료泥料라는 반죽이 된대요. 이 반죽을 잘 두들겨서 원하는 형태의 차 주전자를 만들어서 2번 구우면 자사호가 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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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한 반죽에서 어떠한 형태의 자사호를 만들어내는지는 오로지 작가의 상상력과 손으로 구현해 내요. 원형, 편형 등 모든 자사호의 형태과 원료는 다 다르다고 할 수 있어요. 이싱 도자 박물관에서 수없이 많은 형태와 다양한 크기의 자사호를 봤어요. 호산호해壶山壶海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싱에는 다양한 자사호가 많아요. 사람이 어디까지 생각하고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동물, 식물, 사물 같은 유형과 인간의 여러 감정까지 다양하게 구현한 자사호를 보면서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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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를 캐는 사람, 가루로 만드는 사람, 반죽을 만드는 사람, 작품을 구워주는 사람, 도기에 조각을 해주거나 그림을 그려주는 사람. 도기를 만드는 과정이 잘 분업화되어 있어서 작가는 작품을 만드는 데만 전념할 수 있대요. 조용히 작품만 만드는 작가 분들도 많대요. 자사로 차 주전자도 만들지만 다른 그릇, 문구, 장식품을 만들기도 해요.


자사호의 가격은 천차만별이에요.

원료 자체도 비싸지만 그 원료에서 가격대가 다양하고 만든 작가의 솜씨와 표현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벌어져요. 저렴한 자사호는 100위안 대도 있지만 좋은 자사호는 몇 천위안대까지 올라가고 몇 만 위안대 자사호도 흔해요.


2014년 오바마 대통령이 북경에 왔을 때 시진핑 주석과 정상 회담에 사용된 찻잔이 바로 이싱자사로 만들었어요. 이 정도면 중국의 국보급 자산이라고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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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는 약 100년 뒤면 고갈된대요.

100년 뒤에도 우리는 차를 마실 것 같은데요. 그때는 어디에다 차를 내려서 마시게 될까요.

저는 그때는 없어서 모르겠죠.

1박 2일 이싱을 둘러본 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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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싱, 너 도도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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