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吉大竹海
중국 관광지를 다녀 보면 왕홍网红 호텔, 왕홍 사진 찍는 곳, 왕홍 식당, 왕홍이 먹었다는 음식이나 군
것 질거리라는 것을 표시해 놓은 곳이 많아요. 여기가 이것이 핫플이고 핫템이고 당신들도 자고 먹
고 소비하라는 것이죠. 내가 무엇을 보고 싶은 지 먹고 싶은 지 어디에서 자고 싶은 지 상관없이 왕홍
이라는 인터넷에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의 선택에 휘둘려야 해요. 우리는 지금 강요의 시대에 살아요.
중국관광지는 항상 넘쳐요.
사람들도 넘치지만 관광지마다 어떻게든 돈을 쓰게 만들려는 각종 오락 시
설과 놀이 기구, 먹을 것으로 무엇을 보러 갔는지 모르게 되어요. 어쩌다 한번 여기를 온 중국사람들은 비싸도 돈을 쓰는 편이에요.
저장성浙江省에 안지安吉라는 곳이 있어요.
항저우에서 60km, 상해에서 220km 정도 떨어져 있어요.
대나무숲으로 유명한 곳이에요. 중국 내에서도 모죽毛竹 산지로 유명해요. 대나무 잎이 마치 솜털같
이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대나무 숲을 걸으면서 조용히 산책을 해보겠다는
저의 바람은 과했을까요. 90위안이라는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대나무 숲은 볼만한 곳, 즐길만한 곳에는 다 탈 것이나 놀이 기구를 설치했어요.
대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 소리는 커녕 오로지 시끄러운 탈 것, 놀이기구, 사람들의 커다란 목소리만 들
려요. 안지는 제가 가고 싶어 했던 곳이었는데 안지 대나무 숲에서는 힐링 말고 실망만 안고 돌아왔어요.
중국 관광지의 입장료는 상상을 초월해요. 관광지 입장료 비싼 것으로 단연 G1이에요. 2014년에는 전인대에서 관광지 입장료 인하에 대한 이야기 있었을 정도예요.
웬만한 곳은 한국 돈으로 만원이 넘고 좀 볼만한 곳은 2만 원 넘고 황산같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곳은 한국 돈으로 4만 원 정도 되어요. 중국에서 제일 입장료 비싼 관광지는 티베트에 있는 얄루창포 계곡이에요. 우리나라 돈으로 55,000원 정도 되어요.
입장료를 내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그 안에서 버스도 타야 하고 케이블카나 전동차를 이용해야 해요. 태산이나 황산을 가면 입장료, 버스, 케이블카 비용을 합치면 10만 원이에요. 4인 가족이 가면 산 보는 데 40만 원 들어요. 돈 없으면 관광도 여행도 못해요.
이 살벌한 입장료에 대한 저의 미약한 저항은 아무 의미 없죠. 국민소득 대비 이렇게 과도한 입장료를 받는 이유는 지방정부에서 투자비 회수하려는 목적도 있고 입장료 수입을 화수분으로 생각해서예요. 인민을 위한다면서 정작 인민들에게 빨대를 꽂는지..
전 중국 여행을 오래전부터 했어요. 제가 예전에 갔던 곳이 지금은 한국 돈으로 2만 원에서 4만 원 정도
줘야 하는 관광지로 변한 곳도 많아요.
누가 뭐래도 중국은 여행하기 좋은 나라이고 볼 것, 느낄 것, 먹을 것 많은 나라예요. 이제 관광이 될
만한 곳은 다 개발하고 있어요. 어떻게든 돈을 벌겠다는 근시안으로 관광지 훼손과 지나친 상
업 시설이 난립하고 있어요. 안지대죽해는 오로지 자본주의의 강요만 있었던 대나무바다였어요.
시끄럽기만 했던 안지 대나무 숲에서 그나마 백차 한잔이 위안이었어요. 안길백차는 솔잎처럼 뾰족한 잎이 특색이고 부드러운 맛이 좋아요. 백차라고 해서 하얀 차가 아니라 찻잎에 백화 현상이 있어서 하얗게 보여서 그렇대요. 제가 좋아하는 차 중 하나예요. 중국 살면서 누리는 호사가 이렇게 좋은 차를 언제든지 구해서 즐길 수 있다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