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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상해 언저리 이야기 4-미래의 사찰(중국종교)

난징 우수사,종교과 자본 사이

by 안나

중국에서 종교를 믿을 수도 있지만 믿지 않을 자유도 있어요.

포교나 전도는 하면 안 되어요.

중국 헌법에서 종교를 믿거나 믿지 못하게 강요할 수 없고 종교에 따라 차별할 수 없다고 해요.

부처님과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실 때 중국에는 안 오셨나 봐요. 여기에는 석가탄신일, 크리스마스가 없어요. 당연히 근무일이에요. 크리스마스날에 일하면 근로 의욕 0%예요.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종교는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도교, 천주교이고 공산당원은 종교를 가질 수 없어요. 국가가 지정한 지정 구역 내 시설에서 국가가 인정한 성직자만이 종교 활동을 할 수 있어요. 성직자는 공산당 이데올로기를 학습하고 신상정보를 등록한 사람들만 가능하고요.


참새 4억 마리 잡고 대한민국 인구에 해당하는 4천5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굶어 죽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던 대약진 운동 후 마오쩌둥의 권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었죠. 권력은 포기가 없죠. 대학생의 지지를 얻는 마오쩌둥은 홍위병이라는 새로운 권력 지지 기반을 얻게 되면서 대약진운동에 이은 두 번째 삽질을 하게 되어요.


문화 대혁명 때 대대적인 종교탄압과 시설파괴가 이뤄졌어요. 이때 산동성 취부, 공자의 고향에서도 성벽 파괴, 공묘, 공부 등 시설도 다 파괴되었죠. 지금 있는 사찰들도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드물어요.


시설들만 파괴된 것이 아니라 사상, 종교 및 정신문화에 대한 탄압으로 중국을 이끌 중심 헤게모니도 사라지게 되어요.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자기 철학이 없어요. 뭐든지 믿을 수 있는 유연한 신앙을 가지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자기 철학과 기준이 없는 지금의 중국을 도덕진공道德真空 상태라고 하죠.


중국 집이나 가게 같은 곳 가면 관우를 모신 조그마한 사당 같은 게 있어요. 거기에 불상도 있고 십자가도 있어요. 내게 도움이 될 것 같으면 모든 신앙이 다 좋은 거죠.


등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한 중국이는 정신 차리고 치장을 시작해요. 문화혁명 때 다 없애고 부셨던 종교, 문화 시설을 재건하는 재수술을 시작해요. 재수술도 대륙이 하면 달라요.


남징 니우쇼우산南京 牛首山에 있던 부처님의 머리 사리가 안치되어 있는 불정사를 6,800억 원 정도 건축비용을 들여 2016년에 개장해요. 새롭게 현대식으로 재해석해서 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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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리다 파밀리아처럼 새로운 형태의 종교시설이에요. 판테온+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을 합쳐놓은 것 같아요. 규모에 놀라고 화려함에 놀라고 구경하는 사람 숫자에 놀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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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정사는 니우쇼우산에 있어요. 중국의 3대 불교 명산이 쓰촨 성 성도 근처에 있는 아미산, 오대산 그리고 남경에 있는 우수산이래요. 남경시 강녕구江宁区 에 있어서 시내에서 가려면 1시간 정도 걸려요. 정상에 솟은 봉우리 2개가 소뿔처럼 생겼다고 해서 우수(소머리)라고 불리는데 남경 사람들은 모두 우두산이라고 부른대요. 남조 시대부터 우수산에는 여러 개의 사찰들이 많아서 불교에서 중요한 도량이었대요. 천연 광갱을 이용해서 불정궁을 만들어서 부처님 머리 사리를 모셨어요. 남경 시민들은 입장료가 무료라서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저는 외국인이라서 98위안 내고 입장권을 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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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정사와 홍각사는 절이 나란히 보고 있어요. 불정탑과 홍각사탑이 화려함과 전통미의 대조를 이뤄요.

물론 다 복원한 사찰이에요.

무우광장은 부처님이 태어난 룸비니 동산을 형상화했어요.

불정궁은 말 그대로 부처님의 머리 사리가 안치된 곳이에요. 부처님의 머리 모양을 형상화했다는 데 아무리 봐도 두리안 같아 보이는 것은 제 시각의 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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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안같아 보였던 불정궁 안에 들어가니 판테온 내부가 생각나요. 누워있는 부처님 상을 둘러싸고 부처님의 생애를 새긴 조각과 벽화가 있어요. 와불 길이는 9m이고 회전도 해요. 법당 안의 장식은 화려해요.

지하 5층 사리대전에 부처님 머리 사리가 모셔져 있어요. 평소에는 개방을 안 하고 부처님 오신 날이나 출가일, 열반일, 춘절 등 특정 시기에만 맞춰서 개방한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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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정궁 옆에는 보리수를 형상한 거대한 철조물이 있어요. 부처님의 머리와 보리수를 형상화했다는 데 왜 자꾸 두리안과 와플로 보이는지 모르겠어요. 제 심미안이 부족한지 신앙심이 부족한지..


불정탑은 9층으로 되어 있는 데 7층까지만 개방해요. 층마다 불교 역사와 교리를 새긴 벽화가 있어요.

7층까지 쭉 올라가기 힘들어도 한 층마다 쉬면서 벽화를 구경하면서 가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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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서 느낄 수 있는 엄숙함, 경건함은 없어요. 새롭고 현대 느낌 가득한 사찰의 화려한 장식과 웅장함을 구경하는 사람들만의 웅성거림과 북적임만 있어요. 엄청난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한 비싼 입장료는 당연하고요.

이런 식으로 사찰 모양의 아이스크림도 팔아요.


과연 여기가 사찰일까.. 사찰 형태를 갖춘 관광지일까.. 아니면 2,500년이 넘어가는 불교 종교 시설의 새로운 시도과 발전일까.. 제 사찰도 아닌 데 고민하는 번뇌를 자초하네요.


종교와 자본의 관계는 뗄 수는 없는데요.

난징 니우쇼우산의 불정사에서 종교와 자본의 사이가 가까워도 너무 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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