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29일 차-미니멀 라이프는 다음 생에

by 안나

2022년 4월 15일 금요일


아침에 문을 누가 두들기네요. 현관문 전자 키 패드에 초인종 표시가 있는 데 잘 안 보면 몰라요.

여기서 남의 집 현관문 두들기는 것은 실례도 아닌가 봐요. 저희 아파트 라인 자원 봉사자가 갑자기 기름 반 통을 주고 가네요. 너희 집에 기름 없지 하면서....

올리브유 떨어져 가는 것을 어떻게 알았지 하면서 얼떨결에 받기는 했어요.

지금 뭐 가릴 처지는 아니라서요. 한통도 아니고 반통이라서 좀 찜찜해요.집집마다 소분해서 나눠 주다가 저희 집이 맨 꼭대기 층이라서 그냥 다 주는 듯했어요.주길래 받기는 했는데요.이 기름을 어떻게 하죠.

평소에 볶아 먹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올리브기름 하나로 다 쓰는 데 요즘 생기는 야채는 다 중국 야채라서 볶아야 해서 기름 소모가 급격히 늘긴 했어요.


또 누가 문을 두들깁니다.

여기 내 집인데요.왜 이리 두들기는 사람은 많은 지요. 이번에는 아래 집 분이시네요.

어제 고기 2 kg을 사과 10개와 우유 12개로 물물교환 해 가신 분인데 아무래도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오늘 배달받았다고 해바라기 기름 한통을 주고 가시네요. 이건 좀 맘에 들어요.

원래 해바라기 기름도 쓰던 기름은 아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감사하네요.우크라이나 산 해바라기씨 기름이에요. 워낙 유명하죠.

현재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 상황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고 그 기름을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는 여기서 쓰는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좀 그러네요.

주방 세제도 떨어져 가서 거의 물 반 세제 반 희석해서 쓰고 있었는데 같은 아파트 사시는 분이 한 병 여분 있다고 해서 냉큼 가서 사 왔어요.주방 세제 부족 해결하고 하고 양치질하다 치약을 들어보니 왜 이리 가벼운 건지...

생각해보니 평소 양치질의 2/3는 직장에서 하고 1/3 정도를 집에서 했는데 지금은 하루 양치질을 6~7번을 다 집에서 하니 치약 소모량이 3배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네요 어떻게 간신히 다른 분이 도와주셔서 치약 하나 구했어요.나중에 2배로 갚아드린다고 농담하면서 받아왔어요.


왜 이리 떨어지는 생필품들은 늘어나는지

간신히 하나 해결하면 또 다른 애들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에요.


이사를 해보면 왜 이리 짐이 많은 지 진짜 아무것도 없이 살고 싶지만 안 되는 게 우리 삶이라 최대한 줄이고 살자고 노력하는데요.북경에서 상해로 올 때 가전 가구 말고 포장박스로 35개 정도 나왔어요.

그렇게 줄이고 살자고 해도 물건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아서 재고라도 안 쌓아놓고 살려고 노력하다가 이번에 제대로 물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물품 구하기의 난이도는 점점 올라가고 있어요.아파트 단지 내 공구도 불발이 되는 것 많고 그 공구도 조만간 막힐 것 같아요.지금 배달원들이 감염원이라고 배달을 막을 판국이에요.


중국 사람들은 이제 냉장고를 산다고 합니다.식자재를 쟁여 놓기 위해서

중국 사람들이 워낙 저장해놓고 먹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대부분 냉장고가 작아요.

저는 중국 집주인들이 놔주는 작은 냉장고가 싫어서 아예 제가 양문형 냉장고 샀어요.

이제 중국 사람들도 냉장고를 산다고 하니 오미크론이 대단하긴 하네요.


평소에는 냉장고 문 열었을 때 공간이 좀 비어 있는 것을 선호하는데 이제는 냉장고 안이 빌까 봐 불안하네요.

밀가루 1kg 있던 것은 3월에 진작 떨어지고 그나마 가지고 있던 가루라는 가루는 몽땅 투척해서 야채 빵 만들어봤어요. 이제 그 가루들도 다 떨어졌네요.왜 이리 군것질은 하고 싶은지...


봉쇄 풀리면 이제 미니멀 라이프는 다음 생에 하기로 하고
이번 생의 나머지는 맥시멀 라이프로 살아야 하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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