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31일 차-연인보다 더 기다리는 징동 택배

by 안나

2022년 4월 17일 일요일


일요일마다 침구를 햇볕에 말리거나 세탁을 하는 게 일상입니다. 요즘은 출근을 못하니 요일에 상관없이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생활의 리듬을 가능한 유지 하려고 해요.다행히 오늘 햇볕이 좋아서 침구도 햇볕 세탁해주고 일부는 세탁기 돌렸어요. 침구도 햇볕 쬐는 데 저는 언제 햇볕 쬘까요.

오늘도 심심할까 봐 핵산 검사하라고 불러내 주네요.하루 항원 검사 1회 핵산 검사 1회가 일상이 되려나요.핵산 검사하려고 줄 서 있는 기분은 수용소나 군대에서 점호받는 기분이에요.강제로 억압받는 느낌에 일요일 아침부터 기분이 다운되었어요.


한국 남자들이 봉쇄 생활을 제일 잘 견디고 있대요. 군대에 가서 저유롭지 않게 생활해 봤고 배급품을 받아서 먹어본 경험이 있어서래요. 미주나 유럽 쪽 사람들은 자유를 빼앗긴 경험이 없어서 다들 봉쇄 생활을 못견뎌해요. 한국 남자들이 잘 견디고 있는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는 모르겠어요.

저희 동 바로 앞동이 3동과 4동인데 봉쇄되었어요.

봉쇄하면 바깥에서만 문을 열 수 있는 신박한 구조로 문을 조정합니다. 저희는 중국인들의 창의성을 이길 수 없습니다.

징동에 주문해 놨던 물건들은 배송 날짜가 자꾸 바뀝니다. 타임리프 하는 것도 아니고 어플 들어갈 때마다 보면 날짜가 바뀌어 있어요. 다른 분들은 기다리다 지쳐서 환불하셨다는 데 저는 끝까지 기다리고 있어요. 데이트 할 때도 이렇게 안 기다려 봤어요.

이렇게 로드를 줘야 징동도 정부에 할 말이 있겠죠.`봐라,이렇게 주문량이 많으니 배송을 풀어달라고`


징동에 15개 주문했던 것 중에서 오늘 간신히 처음으로 애사비를 받았습니다.애플 사이다 비니거를 줄여서 애사비라고 해요.그동안 식초 없어서 과일 세척용으로 사놨던 중국 식초 사용했는데 양조 식초에 설탕까지 들어 있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사용했어요.이제 식초는 해결했는데요.나머지 애들이 올까요.

헤어진 연인도 이렇게 절절하게 기다리지는 않을 거예요.그래도 끝까지 기다려 봅니다.

항상 제 곁에 있어주는 커피

요즘은 주로 케맥스 드립으로 마셔요.

케맥스 드립으로 내린 커피와 며칠 전 있는 재료 없는 재료 다 털어서 만든 단팥빵..


이렇게 격리 31일 차.. 어지럽고 혼란한 마음을 달래 봅니다.

keyword
이전 16화봉쇄 30일 차-13억 분의 1의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