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중국에서 크고 있어요.
상해 코리아타운 홍췐루에 뚜레쥬르 매장이 있어요. 홍췐루는 제가 매일 지나다니는 곳이에요.
뚜레쥬르와 카카오프렌즈가 콜라보한 귀염귀염한 케이크가 있네요.
뜌레쥬르와 카카오프렌즈, 이 두 브랜드가 콜라보한 것을 보니 두 브랜드 공통점이 생각났어요.
1997년 한국에서 태어난 뚜레쥬르는 매일매일 신선한 빵을 구워서 판매한다는 컨셉으로 한국 베이커리 시장의 새로운 판도를 열었어요. 2005년에 베이징, 2007년에 상하이에 점포를 내면서 뚜레쥬르는 중국 사업을 시작해요.
2014년, 베이징 왕징 코리아타운에 당시 한국성이라고 불리는 중심상권에 기존 KFC를 밀어내고 식사와 베이커리를 같이 판매하는 브랑제리 앤 비스트로 프리미엄 매장을 열면서 길 건너 화리앤华联 쇼핑몰 1층에 있는 파리바게트와 전면전을 시작해요.
당시 왕징 교민들은 다 파리바게트 빵만 먹는다고 할 정도로 압도적 시장 점유율과 탄탄한 고객층을 가지고 있던 파리바게트와 뚜레쥬르는 치열한 경쟁을 해요. 파리바게트도 점포를 리뉴얼해서 파리바게트 시그니처 매장으로 업그레이드 했어요. 덕분에 교민들은 양쪽 매장을 이용할 수 있었어요.
이 치열한 승부에서 뚜레쥬르의 손을 들어 올린 것은 빵의 질, 맛, 서비스가 아니라 배우 김수현이었어요. 2014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히트하면서 뚜레쥬르는 김수현 효과를 톡톡히 봐요. 상하이 홍췐루 뚜레쥬르 매장은 매출 신기록을 매일 세워요.
이에 파리바게트는 전지현을 모델로 기용하면서 전지현 눈꽃 빙수를 출시했지만 중국사람들의 김수현에 대한 사랑을 이기기 어려웠어요. 영원히 빛나는 별은 없죠. 별에서 온 그대는 별로 돌아가버렸는지 뜌레쥬르 매출은 점차 하락해요.
2019년, 교민들의 사랑을 받던 한국성 뜌레쥬르 매장을 철수하고 중국의 사모펀드 호센 캐피털에 매각하고 적자를 보던 중국 법인 3개를 묶어 현물출자하고 브랜드 사용료를 받는 것으로 끝나요. 저는 그때 뚜레쥬르 매장에서 주방집기, 오븐 등 실려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씁쓸했어요.
2012년, 카카오톡 이모티콘에서 태어난 어피치, 프로도, 라이언은 카카오톡이 되지 않는 이 나라에서도 사랑받아요. 신기하죠. 중국 사람들은 카카오톡은 몰라도 카카오 프렌즈는 알아요. 중국에서 다음과 카카오톡을 차단하면서 어려움을 겪던 카카오 차이나까지 흡수하면서 카카오프렌즈 IX는 중국 사업을 확장해요.
2020년 9월, 상하이 난징동루에 카카오프렌즈 플래그샵을 오픈해요. 난징동루는 우리나라 명동처럼 유명한 거리이고 좀 한다 하는 브랜드는 여기에 매장 내야 브랜드로 인정받아요. 임대료 비싸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비싼 난징동루에 카카오 프렌즈 매장을 열어요.
저는 그때 베이징에 살았는데 카카오프렌즈 매장 구경하러 상하이에 갔다 와야 하냐 그런 농담도 했어요. 상하이에 관광 오는 한국사람들도 한번씩 들리는 난징동루의 명소가 되어요.
카카오프렌즈의 가장 빛나는 시절은 2021년 9월, 베이징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매장을 낼 때였어요. 유니버셜이나 디즈니랜드 이런 데 매장 내려면 어느 정도 네임밸류가 있어야 하는지 다 알죠. 글로벌 브랜드 다 모이는 치열한 판에 우리나라 브랜드로 당당하게 매장을 열면서 카카오 프렌즈의 네임밸류를 입증해요. 저는 그때 유니버설 정식 오픈 전 행사에 가서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놀고 카카오프렌즈 매장도 구경했어요.
카카오프렌즈도 힘들었나 봐요. 2022년 상해 봉쇄 후 카카오프렌즈 IX 차이나는 중국법인을 철수하고 중국에서는 라이센싱 사업만 하고 있어요.
한국에서 태어난 우리나라 브랜드 뚜레쥬르는 이제 중국으로 입양아로 살고 있고 카카오프렌즈는 호적은 한국에 있지만 여기서 혼자 크고 있어요.
뚜레쥬르는 한 때 모든 중국사람들이 뚜레쥬르 빵만 먹을 것 같았던 호황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가맹점비도 안 받고 가맹점을 낼 수 있는 평범한 브랜드가 되었고 난징동루와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단독 매장을 내면서 브랜드 가치를 뽐내던 카카오프렌즈는 라이센싱으로만 만날 수 있어요.
이 두 브랜드가 콜라보한 케이크를 보니 달달함보다 씁쓸함이 느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