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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겨울왕국에서 본 서울의 봄

40년만의 추위

by 안나

상하이도 추워요.

중국은 장강 이남은 난방이 없어요. 상하이도 개인 집은 거의 난방이 없어요. 개별 난방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난방 없어요. 처음에 집 구할 때, 난방 해달라고 하니까 저희 집 주인은 상하이 토박이라 익숙해서 괜찮대요. 자기는 괜찮지만 저는 안 괜찮은데요. 상하이에서 눈을 본다는 것은 복권당첨같아요. 이번 주는 살짝 눈발도 날렸고 기온은 마구 0도 아래로 내려가고 있어요. 40년만의 추위라고 다들 덜덜 떨고 있어요.


4년 동안 한국에서 겨울을 보낸 적이 없어요.

코로나 기간 동안 한국에 2번 갔다 왔는데 여름과 가을에 갔다 왔거든요. 지난 주말에 1박 2일로 한국 잠깐 갔다 왔어요. 춥네요. 생각해 보니 원래 겨울이 추운데 그걸 제가 잊고 있었어요. 아파트 바깥 창문은 얼어서 안 열려요. 영하인 것 당연하고 영하 몇 도가 의미 있는 한국은 겨울왕국이에요. 1박 2일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보고 싶었던 영화가 있었어요.

서울의 봄.jpg


<서울의 봄>


1979년에 일어났던 일들은 모두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났죠.

어떻게 9시간 만에 집권세력이 바뀌었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되거든요. 결말을 알지만 그 뻔한 결말을 어떻게 풀어내는지가 궁금했어요.


황정민 님은 뭘 연기해도 신이 내린 듯 그 역할 자체예요. 대머리 아저씨 얼굴 질리게 보고 또 봤는데 황정민 님 보니까 실제 그분 같았어요.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를 외치면서 국민뻔뻔남으로 등극했던 박해일 님도 싱크로율 99%였어요. 부부의 세계에 보여준 지질한 모습을 이번 영화에서도 보여주면 2인자로서 역할을 잘 소화하셨어요. 이성민, 김의성 님 연기파 배우들 나오셨고 누가 뭐래도 정우성 님이죠. 수방사가 서울 안 지키면 누가 지키냐면서 끝까지 고군분투하는 모습 멋졌어요. 철조망 넘어가는 것은 좀 과장한 것 같은데 다큐가 아니라 영화이니까요. 눈가, 입가 주름마저 너무 멋졌던 정우성 님 열연에 박수 보내요.


서울의 봄을 본 20,30에게 감사드리고 싶어요. 천만영화 찍으려면 어느 한 세대가 봐서는 힘들잖아요. 이 영화가 천만이라는 단어가 붙네 마네 하는 건 20,30세대 힘이 크네요.


우리는 1979년에 있지 않았지만 그 시간과 사건이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고 할 수 없었어요. 지금은 할 수 있어요. 과거라도 잘못한 것은 잘못한 거예요. 사과하고 수정할 수 있는 부분은 수정하고 반복하지 않도록 복습해야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예습해야 해요. 역사에 만약은 없어요. 지금 잘해야 하는 거죠.


겨울보다는 봄이 좋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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