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에 걸쳐 정년 5년 늘리기
1951년, 한국사람 평균 수명은 남자는 20세, 여자는 38세였대요.
한국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었으니까요.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에 평균 수명은 남자 36세, 여자 48세로 늘었대요. 지금은요?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평균 80세 이상이래요. 1951년, 중국 남자, 여자 평균 수명은 43세 조금 넘었고 2023년 자료에 남자는 75.37세, 여자는 80세 이상 사는 걸로 나와요. 중국인 평균 수명이 50세가 안 될 때, 중국사회보장제도가 만들어졌어요. 여자는 블루칼라(일반 노동자)는 50세, 화이트칼라(간부급)는 55세, 남자는 60세로 정했어요. 정년을 정할 때, 지금 기준으로 확실한 남녀 차별이지만 그때는 여성 노동자를 보호하는 의미가 있었다네요.
1978년, 개혁개방 이전에 사회보험은 국유기업에 적용되었죠. 개인 부담 없이 국가에서 양로금养老金(우리나라 국민연금)을 적립해 줬어요. 일반 사람들에게 사회보험은 딴 나라 제도였죠. 개혁개방 이후 중국 사회보험은 1978년부터 1985년까지 제도 준비 기간을 거쳐 1986년~1992년에는 기업과 개인이 같이 양로금을 적립하는 사회보장 제도를 정비했고 1993년부터 1997년에 일반 기업들까지 확대했어요. 제도 개선과 정비를 2번 더했고 2009년부터 지금 사회 보험 제도가 확립되었어요.
1951년, 평균 수명 47세일 때 정한 정년제도를 73년이 지난 2024년 9월 13일에 개편했어요. 중국 정책 발표는 항상 예상을 뛰어넘어요. 발표하는 시간이나 시기를 보면 가차 없어요. 올해 12월 31일 저녁에 제도 변경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실시하는 화끈함을 저는 여러 번 경험했어요. 금리도 일요일 저녁에 변경 발표하고 월요일 아침부터 적용하라고 해요. 중국 공무원들은 휴일에 일하는 것을 선호하나 봐요.
올해 제가 다니는 중국 법인 생기고 처음으로 정년 퇴직하는 직원이 나왔어요.
69년 1월생이라 만 55세가 되는 올해 1월에 퇴직했어요. 92년부터 지금까지 양로보험을 납입한 저희 직원은 퇴직한 다음 달부터 바로 8,700위안(한국 돈 165만 원 정도)을 평생 받게 되어요. 퇴직 직전 급여의 20%를 받게 되는데 납입 기간이 길면 30%까지 받을 수 있거든요. 물가 상승에 따라 조금씩 오르는 데 한 달에 100위안씩 (약 19,000원씩) 계속 오른대요. 평균 급여 1만 5천 위안으로 계산하면 32년 간 직원이 낸 양로보험금 자기 적립액은 8%, 46만 위안 정도예요.
회사 적립금은 약 70만 위안, 총 1,152,000위안(약 2억 2천만 원)을 내고 80세까지 산다고 하면 710만 위안(13억 5천만 원 정도), 50년을 더 산다고 하면 23,190,000위안(약 44억 원)을 수령하게 되어요. 1951년에는 이렇게 될지 신도 달도 별도 땅도 몰랐죠. 1992년 전에는 개인 적립 제도가 없었대요. 양로보험료 자체를 정부에서 적립해 줬고 이 사람들도 똑같이 지금 방식으로 양로금을 수령하니 연금 재정이 어떻게 되겠어요.
한국은 퇴직 후에도 건강보험료를 내야 하는데요.
중국은 퇴직하면 더 이상 의료보험료를 내지 않아요. 본인이 적립했던 계정 잔액을 다 쓰고 나면 정부 계정에서 보조받는데 평균 의료비의 50% 정도는 보조받을 수 있대요. 지방 정부에 따라 의료비 보조가 아닌 의료비 계좌로 다달이 환급을 해주는 방식도 있고요. 지금 평균 수명이 78세라고 하지만 웬만하면 100세까지 사는 시대인데요. 중국 정부 연금, 의료보험 재정이 어떻게 될 거라는 것은 들여다보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60세까지 국민연금 내야 하고 5년 유예기간 있고 65세부터 받기는 하지만 초기 5년 정도는 자기가 낸 금액이 있으니 실질적으로는 70세가 넘어야 비로소 연금 혜택을 볼 수 있는 우리나라와 비교해 볼 때, 퇴직하면 바로 그다음 달부터 양로금이 나오는 중국 사람들이 부럽습니다. 물론 15년 이상 사회보험을 냈어야 하고 모든 국민이 의무 가입이 아니라 사회보험을 부담해 주는 기업을 다녀야 받을 수 있는 혜택이지만요. 이렇게 중국 사회보험 제도가 좋은 줄 알았으면 저도 한국에 국민연금 내는 대신, 중국에서 양로보험 낼 것 그랬어요.
한국, 중국은 <사회보험협정>이 있어 한국에서 국민연금을 내면 중국에서 양로보험료를 내기 않아도 되어요. 의료보험은 면제가 안되어 저는 2%, 회사는 10%를 부담하고 있어요. 제가 낸 돈은 제가 한국으로 귀국하면 돌려받을 수 있지만, 회사가 낸 돈은 하늘로 폴폴 날라가 중국 의료 보험 재정에 꽂히고 있어요.
한국이나 중국이나 연금, 의료 보험 재정 문제는 똑같이 시름시름 깊어가요. 정년 연장과 수령액 조정이라는 치료약을 발라야 하는데 어떻게 발라야 안 쓰리고 덜 아플지 고민이죠. 중국이 이번에 바른 정년연장 치료약은 15년에 거쳐 바르기로 했어요. 개개인별로 적용되는 기간은 몇 개월에 불과해 누구도 큰 변화를 느낄 수 없어요. 현재 일반 여자 노동자 정년을 50세에서 55세로, 간부 여자 노동자 정년을 55세에서 58세로, 남자는 60세에서 63세로 정년을 늘리는 데 15년에 걸쳐 늘리기로 했어요.
지금 40세인 여자 간부 노동자는 정년이 58세가 되지만 41세와 54세 사이에 있는 사람들 정년은 슬금슬금 몇 개월씩 늘어 늘었는지도 못 느낄 정도로 천천히 조금씩 늘어요. 지금까지는 퇴직 연령이 되면 무조건 퇴직을 시켜야 했지만 기업이 원하면 정년을 연장할 수도 있어요.
점진적, 탄력적, 자발적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정년을 늘리고 있어요. 15년 의무 납부 기간도 20년으로 늘리기로 했는데 5년을 15년간에 걸쳐 2039년이 되어야 납부기한이 20년으로 늘어요. 살금살금 늘어요. 제가 중국 살면서 중국 정책 결정을 보면 참 꼼꼼하고 정교하다 느낄 때가 있는데 이번 정년 연장 정책과 사회 보험 납무 기간 연장 정책은 그 정점을 찍네요.
올해 상하이 여름은 길었어요. 추석에 둥근달이 떠도 가을은 오지 않았어요. 길고 긴 여름 속 맞이하는 올해 추석 전날, 2024년 9월 13일에 13억 중국 국민들은 느리고 천천히 <15년 동안 정년 5년 늘리기>와 <사회보험 납부 기간 5년 늘리기>를 추석 선물로 받았어요. 그 덕으로 제가 상하이에서 살 수 있는 시간도 같이 늘었네요. 중국 정년 연장 덕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