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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의 실, 백 년을 넘어

로로피아나 상하이 푸동미술관 특별전

by 안나


상하이 시는 2021년에 땅값 비싸기로 전 세계에서 2등 하라면 서러운 푸동신취 浦东新区루자쭈이陆家嘴, 그것도 황푸강변을 바라볼 수 있는 강가에 상하이현대미술관을 개관했어요. 나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수준으로 기획했대요. 프리츠커 건축상 수상작가 프랑스 장누벨 Jean Nouvel이 설계하고 건축비 약 2억 달러 정도 들었대요. 새로 지은 미술관이니 소장품이 없으니 전시회라도 잘 열어야죠. 지금 엘 아나추이와 터너전이 열리고 있어요. 세계적 거장 작품만 전시하겠다는 이곳에 상업브랜드 전시회가 같이 열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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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브랜드 로로피아나 특별전이에요. 로로피아나가 지금까지 추구해 온 장인 정신, 도전과 창의성을 높이 평가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번 특별전에 전시한 것은 상품이 아니라 작품이에요. 실 한 뭉텅이 덩그러니 찍어놓은 포스터만 보면 이것 뭐지 해요.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인데 다행히 이번 특별전에는 지인 분께서 도슨트로 같이 가주셨어요. 진심 감사드립니다. 전시장 안에도 코너 별로 설명을 하는 선남선녀들이 있으니 개인적으로 가는 분들은 그분들 설명 들으시면 도움이 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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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은 위챗 미니프로그램에서 가능해요. 푸동 미술관 입장료 150위안



로로피아나가 로고리스브랜드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요. 2층 전시장에 가면 로로피아나와 중국 사업에 관한 역사를 쭉 정리해 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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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대부터 이미 직물을 만들었던 로로피아나 가문은 1924년에 로로피아나 공업사를 창립했어요.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능성 원단 개발과 소재 개발을 했대요. 1987년에 중국 내몽골에 양모 연구실을 설립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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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단 샘플북도 있고 원단을 만들기 위한 레시피 같은 기록이 있어요. 마치 악보같이 보이는데 직물기를 이렇게 설정해야 이런 문양을 만들 수 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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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로피아나 가문 문장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자료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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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모로 만든 다양한 제품들이 있어요. 옷만 만든 것이 아니라 신발도 만들고 모자도 만들고 자동차, 비행기 같은 장난감도 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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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에서 멸종 위기 비쿠냐양을 살려내고 보호하면서 원료를 계속 공급받은 것은 기업의 선한 영향력과 상생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네요.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양털 깎는 것을 본 적 있어 어린양의 첫 번째 털만으로 만드는 원단도 있다고 해서 양들이 불쌍하다고 했더니 지인분이 웃으면서 깎는 게 아니라 솔로 빗으면서 양털을 모은대요. 양들도 털을 갈아줘야 한다네요. 솔로 양털을 빗어 원료를 모으니 시간, 노력이 얼마나 들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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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물기도 전시해 놨어요. 양에서 채취한 털로 만든 실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직물기에 돌려야 한다는데요. 엉겅퀴를 사용한다고 하네요. 신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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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로피아나 시그니처 로퍼래요. 발뒤꿈치 쪽에 살짝 LP라고 새겨져 있대요. 로로피아나는 IF YOU KNOW, YOU KNOW를 컨셉으로 하는 걸로 유명하죠. 아는 사람 눈에만 보이는 브랜드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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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광고플랫폼이 다양하지만 예전에 잡지가 레거시 미디어였죠. 잡지에 실렸던 광고를 보니 시대상을 느낄 수 있네요.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 광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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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에서 양털을 얻는 지역과 생산된 실로 소재 특성을 극대화한 제품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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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를 잘 느낄 수 있게 만든 옷들이에요. 소재에서만 집중해서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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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회를 위해 제품이 아니라 작품을 만들었다는 게 인상 깊어요. 원료가 가지고 있는 질감, 느낌, 특징을 극대화해 표현한 여러 작품을 보니 아름답고 경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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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란 사람이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한 줄의 실로 만들어낸 옷이 작품이 되네요. 이 작품이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작품이에요. 옷이라기보다 한 송이 꽃같이 아름다워요. 이 모든 것을 사람 손으로 하나 하나 만들었다니 정성과 노력으로 만든 옷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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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로피아나는 원단을 생산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연구 개발로 기능성 원단을 만들고 있어요. 과거 로로피아나가 개발한 원단과 제품 전시가 있고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 가장 좋은 원료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생산자들과 소통하며 상생 경제를 만들고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 높은 평가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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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줄의 실에서부터 로로피아나는 시작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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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로로피아나 원사샘플을 받을 수 있어요. 세 가지 색 중 고르는 건데 저는 하얀색으로 받았어요. 만져보니 뽀송뽀송 기분 좋아요. 이 걸로 베개 만들고 싶어요. 이런 베개를 베면 잠이 잘 오겠지만 베개 값 때문에 잠이 안 올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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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굿즈샵에서 로로피아나 전시회 기념 굿즈도 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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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북부 한 계곡에서 시작한 작은 가내수공업이 대를 이어 몇 백 년이라는 긴 시간을 넘어 한 줄의 실로 상품이 아닌 작품을 만들고 끊임없이 연구 개발하는 장인정신으로 유지되는 것을 보니 부럽습니다. 푸동미술관이 선택할 만한 상업 브랜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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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2007년도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입어 유명해지 시작했다는것은 안 비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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