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66일 차-합친 집의 여유와 쪼갠 집의 서러움

by 안나

2022년 5월 22일 일요일


일요일이에요.

모닝루틴 항원검사를 일찍 올리고 일정을 시작했어요.


8시에 중국어 온라인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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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에 있을 때는 매주 토요일 아침 9시에 한 번씩 했었는데요.

코로나 이후로 온라인으로 전환했어요.

온라인으로 하니까 아무래도 집중도가 떨어져서 잘 안 하게 되어요.

공부는 강제성이 있어야 하는데요.


중국어를 어설프게 하니까 더 문제예요. 아예 못하면 열심히 할 텐데 웬만큼 하니까 공부도 안 하고 노력도 안 하게 되어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해야 하는데요.

초심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不忘初心 牢记使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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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을 잊지 말고 사명을 다하자는 그분 말씀이 생각나서 초심으로 돌아가기 싫어지네요.

결국 제가 초심으로 돌아가서 중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이유는 그분 말씀 때문이라는 논리로 저를 합리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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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두 볶았어요.

오늘은 브라질 생두를 예쁘게 살짝 강배전 전까지 볶아줬어요.

이렇게 일주일 동안 먹을 생두를 준비해 놓으면 마음이 든든해요 .

밥 안 먹어도 배 부르고 뿌듯해요 .


공구로 야채 주문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로메인 비슷한 애를 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야채가 뭐든지 그냥 시켜요.

이번에 100위안짜리 랜덤 박스 시켰더니 제가 좋아하는 로메인 비슷한 야채는 넉넉히 왔는데

가지 보고 깜놀했어요.

해리포터 지팡이인 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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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도 안 들어가는 이 길쭉한 애를 보고 어찌나 난감한 지

마늘은 왜 이리 많이 왔는지

전 곰이 아니에요.


가지는 상온 보관 가능하다고 해서 일단 베란다에 내놓긴 했는데

대파만큼 긴 길이에 놀란 가슴이 아직 가라앉지 않네요 .


중국에서 살 만큼 살았고 웬만큼 알고 경험했는데도

아직도 중국에서는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항상 그 이상을 보게 되네요.

매번 새롭게 열리는 중국 야채의 세계

저는 평생 중국이라는 나라에서는 학위를 받지 못할 거예요.


점심으로 크림가지파스타를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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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분에게 사진 보냈더니 먹고 싶다고 해서 저는 저도 남이 해준 음식 먹고 싶다고 했어요.

66일 동안 100% 셀프 메이드 혼밥 중이네요.

전 아마 전생에 남이 해준 밥만 먹어서 현생에서 이렇게 제가 밥 해 먹고사나 봐요

외식 회식…

봉쇄 기간 동안 사라진 단어 중 하나예요.


오후에 구호품 받아가라고 떠들길래 가만히 있었어요. 역시 주인집에서 받아서 저희 문 앞에 놓고 갔어요.

8차 구호품이고 소독 관련 액체와 제품이네요.고맙지도 기쁘지도 않아요.

그나마 이 구호품도 희비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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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는 분은 2집을 합친 집에 살아요.

한국 같으면 소방안전이나 건축 안전 때문에 집을 맘대로 구조 변경할 수 없는데요.

여기는 맘대로 쪼개고 합쳐요.

합친 집에 살아서 구호품도 2개씩 받으신다고 하시네요.

식구가 4명인 집이라서 구호품 2개씩 받으니 물량이 그나마 넉넉할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요.


다른 분은 쪼갠 집에 살아요.

한 집을 2개나 3개로 쪼개서 원룸으로 만든 집이에요.

아무래도 월세가 조금 저렴해서 인기 있어요.

봉쇄 이전에는 아무 문제없이 생활했었는데요.

구호품을 받을 때 한 집당 1개씩만 주니까 구호품을 못 받게 되는 거예요.

지금은 상황이 좀 나아졌는데 봉쇄 초창기 모든 게 부족했을 때는 처절했어요.

합친 집은 여유 있게 2개씩 받고 쪼갠 집은 서럽게도 그 어설픈 구호품조차 못 받아요.


5월 16일에 국가위생 위 주임 마시아오웨이 马晓伟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속하고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 현재 임시로 만들고 있는 격리 시설 병원을 상설 격리 시설 병원으로 만드는 것을 준비하라고 했대요.

인류 역사 상 가장 길고 의미 없을 오미크론 바이러스와 전쟁이에요.

중국이 오미크론 바이러스와 벌이는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전면전에

전 오미크론에게 지아요우加油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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