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자탑 안의 그대, 행복했나요?
했다 하면 뭐든지 세계최고, 최대 찍어야 하는 중국 답게 세계 최대 규모와 수준으로 이집트 특별전을 열었어요. 전시기간은 넉넉하게 13개월, 세계 최초 공개 전시된다는 사카라 무덤 유물도 있어요. 원래 이집트 해외 전시 유물 개수는 300점을 넘기지 않는다는데 중국에게 화끈하게 787 점 빌려줬네요. 이집트 내에서도 여기저기 박물관에 있던 유물을 한 곳에 모아 놔 이집트 가서 보는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유물을 볼 수 있어요.
입장료는 성인 148위안이고 위챗 상하이 박물관 공식계정에서 예약하거나 트립닷컴에서 예약해야 해요. 이미 200만 명 이상이 관람했고( 그중에 저도 있네요) 관광 수입만 7억 위안(약 1,400억 원)으로 추정한대요.
전시는 1층에서 3개 테마관, 2층에서는 메타버스 전시공간에서 이집트 문명, 유적에 관한 VR 체험을 할 수 있어요. 무료냐고요. 천만에 그럴 리가요? 198위안입니다.(약 4만 원)
1층에서 AI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 빌릴 수 있어요. 보증금은 200위안 사용료는 50위안, 처음에 250위안 결제하고 오디오 가이드 반납하면 200위안이 자동으로 환불되어요. 오디오 가이드가 한국어로 나온다고 해도 AI가 읽어 주기 때문에 오래 듣고 있으면 피곤해요. 그래도 어느 유물을 봐야 하고 이름을 알려주기 때문에 앞부분 듣고 뒷부분은 눈으로 읽는 게 빠르긴 한데요. 사람도 많고 복잡한데 오디오 가이드와 유물 맞춰 보기도 쉽지 않아요.
3개의 테마관 <파라오의 나라>, <사카라 무덤의 비밀>, <투탕카멘의 세계>으로 되어 있어요. 각 전시관에 입장할 때마다, 신분증 확인해요. 여권 번호를 알려주거나 여권을 보여주면 되는데 동선을 왜 이리 비효율적으로 했을까요? 각 전시관마다 확인할 필요 없이 최초 입장 시 한번 확인으로 끝내면 좋을 텐데요. 보자마자 신분증 신분증 이렇게 외쳐대는 검사 직원의 소리에 살짝 짜증이 나려고 합니다.
시간 대별로 입장객수 정했다고 하지만 사람 많아요. 이럴 줄 알았으면 오프런할 걸 그랬어요. 중국 내 다른 도시에서 온 관광객들도 많아요 도슨트 투어로 온 사람들도 있어요. 파라오나 투탕카멘은 기존에 보고 들었지만 사카라 무덤 Saqqara Tombs의 비밀은 잘 몰랐어요.
사카라 무덤은 고대 이집트 수도 멤피스 근처 지역 최초의 석조 건축물로 임호텝 Imhotep이 설계했다고 하네요. 고양이 여신 바스테트 관련 우물이 많아요. 이집트에서도 발굴과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러시아 마요르카 인형을 연상시키는 겹겹으로 된 나무관도 있어요. 고양이와 사람 미라가 있는데 엑스레이 사진을 같이 전시했어요. 겉만 보면 저 안에 실제 뭐가 들었을까 잘 모를 수 있는데 엑스레이 사진을 보니 확실하네요. 예전부터 고양이를 신성시하고 가까이했던 이집트 문화를 느낄 수 있어요. 예전에는 인간 수명이 보통 40세 정도였으니 살아있는 시간이 길지 않을 거예요. 지금 살아있는 순간보다 죽어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길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사후세계에 더 신경을 썼네요. 죽은 뒤의 시간을 위해 살았다는 느낌이에요. 3,000년 전 조각, 장식, 그림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세련된 무늬, 채색, 가공술을 보여주는 이집트 문명의 찬란함을 느낄 수 있어요.
파라오는 태양신 라 Ra의 아들로 숭배했죠.
살아있는 동안 호루스로 불렸는데 그 유명한 호루스의 눈도 볼 수 있어요. 죽어서는 오시리스 신으로 변화한다고 믿었는데 엎드려 있는 오시리스신의 모습이 매우 특이합니다. 하드셉수트, 투트모세 3세 등 여러 파라오의 유물이 있어요.
투탕카멘은 1922년 발굴로 유명해졌죠. 가장 젊은 파라오로도 유명하고요. 여기 대형 파사드를 설치해 영상으로 신비감을 더해줍니다.
죽은 뒤 묻힐 공간을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꾸미고 가꾸었는데 정작 죽은 자들은 없고 남은 유산으로 후손들에게 그나마 관광수입을 올려주고 이렇게 전 세계로 구경거리로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죽은 자는 알까요? 피라미드를 중국어로 금자탑이라고 해요. 금자탑 안의 그대, 행복한가요? 물어보고 싶네요.
2025년 8월 10일부터 폐관일인 17일까지 7일 동안 연속 개방한다니 한밤중에 파라오와 투탕카멘과 바스테트 고양이 여신 만날 분 한번 가보세요. 오싹하지만 재미있을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