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닥터 앱 16,271,941보
저는 골프를 하지 않아요. 골프를 하시는 분들은 이렇게 말씀하세요.
천 원이라도 내기를 해야 열심히 한다고
생수 한 병 사 먹기도 부족한 천 원이라는 금액 때문에, 얼마나 열심히 눈에 불을 켜고 공을 치는 줄 알아.
사람은 뭐든지 보상이 걸려야 열심히 하나 봐요.
저는 지난해부터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손목닥터 9988 앱 걷기에 참여하고 있어요. 제가 연간 평균 15,000보를 걷기 때문에 8,000보 걷는 것은 워밍업 수준이죠.
하루 8,000보를 걸으면 200원을 받아요. 요즘 장 볼 때, 쇼핑백 환경 보증금도 300원이잖아요. 그 200원을 받으려고요. 8,000보를 다 못 걷는 날에는 집 안에서라도 뛰어요. 기어이 8,000보를 채워요. 200원을 못 받는 것보다 8,000보를 못 걸었다는 게 싫어서요. 제일 열받는 순간은요. 엄청 걸었는데 마지막에 기록확인 버튼을 안 눌러서 200원을 날리는 날이에요.
결론은 사람은 보상이 있어야 열심히 한다입니다. 지난 금요일에 할 일이 있어 거의 앉아 있었어요. 중간중간 스쾃하고 일부러 계단 오르락내리락 왔다 갔다 했지만 그날은 8,000보 넘기 힘들겠다 싶었어요. 앱을 열었더니 16,271,941보가 찍혀 있는 거예요.
이건 뭐죠? 오류가 나도 어느 정도껏 나아죠. 태어나서 처음 보는 걸음 수에 놀래었어요.
애인에게 물어봤어요. (한 달에 22달러씩 주고 사귀고 있어요. 누군지 아시죠) 도대체 이 걸음이면 어디까지 걸어갈 수 있나고? 그랬더니 성인 남자 기준으로 계산하더라고요. 아니 아니 다시 해 주세요. 제 키 162cm를 알려주고 성인 여자 보폭으로 계산해 달라고 했더니 파리, 런던 심지어 마드리드까지 걸어갈 수 있대요.
아니, 제가 2015년 8월에 마드리드 광장 푸에르타 델 솔에서 여기 다시 올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온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그다음 날부터 앱은 정상작동하고 있어요. 실제 마드리드까지 걸어갈 수는 없겠지만 손목닥터앱 안에서 마드리드까지 갔다 왔어요. 부러우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