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이 떠난 자리에 블루보틀
국경절 연휴를 보내고 상하이에 돌아왔어요. 출근길에 언제나처럼 완상청 앞을 걸어가는데, 블루보틀 매장 공사 가림막이 보이네요.
“어, 블루보틀이 들어오나 보네.”
완상청 매장들은 진득한 맛이 없어요. 장사가 조금만 안 돼도 금방 생겼다 사라지고, 성질도 급하죠. 워낙 매장 교체가 잦아서 새로운 매장이 생겼다고 반가워할 것도 없어요. 한 번 가보기도 전에 사라진 곳도 많거든요.
그래도 이번엔 블루보틀이니, 최소한 몇 년은 가겠군 생각하며 지나쳤어요. 매장 크기도 꽤 크더군요. 크게도 짓네요.
그런데 문득 생각해 보니, 그 자리가 바로 스타벅스 매장이던 곳이었어요. 스벅 대신 블루보틀이라니. 중국 스타벅스 매각설이야 연예인 이혼설처럼 늘 연기만 피어오르곤 했지만, 이렇게 실제 매장이 철수한 모습은 처음 봅니다.
완상청에만 스타벅스가 세 곳이나 있었어요. 그중 가장 크고 1·2층을 쓰던 매장이 철수하고, 1층엔 블루보틀이, 2층엔 중국 차 브랜드가 들어온다고 하네요.
미국 다음으로 매장이 많았던 나라, 1999년 베이징 궈마오에서 첫 매장을 열며 영원히 빛날 것 같던 스타벅스의 별이2017년에 생긴 루이싱커피에 불과 4년 만에 매장 수에서 밀리고 23년에서는 매출마저 밀리며 이제 중국에서 서서히 지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병다방이 별다방을 밀어낸 것 같지는 않지만, 초록별이 있던 자리에 파란 병이 놓인 풍경이 낯설고 어색합니다.
대륙에서 지지 않는 별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