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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상해 이야기8-너나 잘하세요

by 안나

2022년 6월 26일 일요일


어제 상해 봉쇄 해제 이후 처음으로 오프라인 모임에 나갔어요

걷기 모임

저녁 7시에 만나서 2시간 정도 걸었어요.

원래는 30Km도 걷고 50Km도 걷는다고 하네요

아직 상해 봉쇄가 풀리지 않아서 상해 내에서라도 걸어보자 하는 번개 모임이었어요.


저는 지난 해 10월에 상해로 와서 지금 9개월 차인데 그중 1/3을 상해 아파트 봉쇄로 인한 격리였어요.

상해에 와서 제일 많이 본 게 제 집의 벽이에요

상해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라요

리드를 해주시는 분을 따라서 열심히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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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같이 걸으니 평소보다 빠르게 많이 걸었어요

어디를 걸었는 지 저는 모르고 애플워치만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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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당연히 다리가 뻐근합니다.

근육도 풀어줄 겸 아침 산책 하러 민항체육공원으로 갑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 민항문화공원과 민항체육공원을 걸어서 가면 10분 안 걸려요

상해 아파트 봉쇄 기간 동안 슈세권(한국마트에서 배달이 가능한 거리) 아니라서 서러웠지만

공세권(공원을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이라고 저 혼자만의 부동산 프리미엄을 붙여봅니다.

공원 문은 꽁꽁 닫혀있고 열려있는 것은 핵산 검사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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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줄 서면 2시간 대기 여기는 3시간 걸린다고 친절히 안내문을 붙여 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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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체육 시설의 접근성을 높여서 시민들의 기초 체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면역력과 삶의 질을 올리고 결국 사회적 의료 비용을 낮춘다는 것을 우리들은 알아요.

사람들은 집 안에 가둬 놓으면 면역력 저하와 우울증 증가로 사회 전체적인 의료 비용이 증가할 거라는 것을 그 분은 모르시나 봐요


선크림 잔뜩 바르고 선글래스 쓰고 나간 것 억울해서 공원 담을 따라서 걸어봅니다.

태극권을 하시는 분도 있고 따마님들 모여서 춤을 추시네요

에잇 따마님들 뒤에서 분노의 댄스라도 춰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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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6월 24일

상해시에서 코로나 방역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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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코로나 하겠다고 봉쇄해서

정작 코로나로 사망한 분보다 봉쇄 여파로 사망한 분들이 더 많고

수많은 사람들을 몇 개월 동안 시멘트 콘크리트 덩어리 안에 가둬놓고

방역이라는 이유로 가했던 유무형의 폭력과 짓밟힌 인권에 대한 언급은 쏙 빼고

고통받았던 사람들의 눈물은 마르지도 않았는데 코로나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분칠을 곱게 하네요.


화장은 언젠가 지워야 해요.

분칠이 벗겨진 민 낯이 어떤지 자기가 제일 잘 알아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여전히 담을 따라서 걷습니다.

담 따라 걸어도 땀은 납니다

중국은 모든 시설과 건물에 담을 만듭니다

갇힌 공간에서 성장하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고의 구조를 가지게 될까요


자율이라는 글자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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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은 자기가 스스로 알아서 결정하고 지킨다는 것 아닌가요

자율이라고 써 놓고

16개의 항목을 적어 놨네요


``너나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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