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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상해 이야기 9-상해 봉쇄 해제 그 후 한 달

by 안나

9편 2022년 6월 30일 목요일


6월 1일 00시

중국 인민들은 와이탄에 모여서 상해가 돌아왔다고 환호했습니다

上海回来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2,500만 명이 살고

중국의 경제 수도이자

전 세계 물류망의 중심이자

외국인이 중국 내에서 가장 살고 싶어 하는 1위의 국제도시 상해가 돌아왔다고요

과연 이게 환호할 일이었는지 판단은 사람마다 다르겠죠


한 달 전인 5월 31일에 저는 75일간 상해 아파트 봉쇄를 기록했던 안나의 일기장을 덮고

여러 개 가입했던 아파트 위챗 공구 감옥방에서 다 탈퇴했습니다

중국식 양념인 간장,식초와 굴 소스

청경채 및 쌓여있던 중국 야채를 버렸습니다.

6월 1일에는 그동안 쌓여있던 잉여 식자재와 쌀,기름, 우유 등의 먹거리를 다른 분들에게 드렸습니다.

업무 처리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했습니다.

제가 손이 좀 빠른 편이거든요.


맥시멀 라이프로 살겠다고 봉쇄 기간 내내 그렇게 다짐했지만 막상 봉쇄가 끝나고 물류가 돌면서 원하는 물건은 필요할 때 살 수 있게 되자 집안에 쌓여있는 물건들이 답답해지면서 빠르게 소진하거나 나눔 하면서 다시 비워 나갑니다


상해는 지붕이 있는 모든 장소와 모든 교통수단은 반드시 72시간 내의 핵산 검사 결과가 있어야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거리에 있는 공중 화장실도요

제가 아침에 출근해서 하는 첫 번째 루틴은 항원(자가 진단키트)검사를 해서 앱에 올리는 일입니다.

금융기관 종사자는 매일 항원 검사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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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래도 출근해서 하는 데 어떤 분은 먼저 출근 전에 올려야만 회사 출입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3일마다 핵산 검사받아야 하고 주말마다 위클리 락다운입니다.

제가 가는 모든 곳마다 장소마라는 큐알 코드를 찍어야 하고요

제가 사라지거나 고독사 할 일은 없을 거예요.

살아있음을 이렇게 증빙해야 하니까요


6월 21일부터 봉쇄된 항하신촌 아파트는 10일 봉쇄 끝에 오늘 해제되었습니다

6월 28일에는 해외 입국자 격리 정책에 대한 새로운 정책이 발표되었습니다.

기존의 14일 시설격리+자가격리 7일을 7일 시설격리+자가격리3일로 바꾸었습니다

두 대 때리다가 이제 한 대 때린다고 하네요

원래 안 맞는 게 정상인데 그동안 사람들은 가스라이팅을 당해서 맞는 게 정상인 줄 알고 두 대 맞고 한 대 맞는다고 덜 아프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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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9일에는 드디어 식당 실내 취식이 허용되었습니다

실내 취식이 허용되자 다들 밀렸던 오프라인 미팅 스케줄 정하느라고 손가락이 바쁘네요.


코로나 발생 지역이면 이동 통신의 14일간의 기록에 별표가 생깁니다

행정마라고 14일 동안 이동 통신사의 데이터로 어느 지역에 있었는 지를 추적해서 코로나 발생 지역을 갔다 왔는지 표시하는 방식인데요 오류가 많아요. 상해시 면적만 6,430제곱킬로미터인데요

여기서 한 명 발생하면 2,500만 시민들의 행정마에 별표가 달린답니다.

이 별표를 더 이상 달지 않겠다고 했어요.

그러자 여행 관련 사이트의 검색과 예약이 폭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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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라는 게 물처럼 흘러야 하는데요

이 나라에서는 아무 데나 맘대로 흘러요


거리는 다시 교통 체증이 생겼고 오토바이가 너무 많아서 제대로 걷기 힘듭니다.


퇴근길


상해 최고의 젤라또 맛집이자 프렌치 빵 맛집으로 유명한 루너스Luneurs에서 지인과 저녁을 먹었습니다.

프랑스어로 달을 뜻하는 Lune에서 영감을 얻어서 루너스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하네요

제가 있는 완상청이라는 건물에도 있고 시내 여러 군데 체인이 있어요

화원 같아 보여서 얼핏 보면 식당인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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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젤라또 아이스크림과 크루아상으로 유명하다는 데 저는 정작 엉뚱한 연어베네딕트 먹었습니다.

역시 맛집은 그 집에서 제일 유명한 것으로 먹어야지 다른 것 선택하면 안 될 것 같아요. 담에 가서 젤라또와 크로아상을 먹어야겠어요

봉쇄 해제 후 첫 외식을 마치고 집으로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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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한 달

시간은 폭풍처럼 지나갔습니다


7월에는 또 어떠한 바람이 불어올까요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재봉쇄라는 폭탄이 옆에서 재깍재깍 거리고 있는데 제 버릇 남 못 주고 슬금슬금 미니멀 라이프로 돌아가고 있는 저는 무모할 것일까요 용감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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