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33일 차-금융권 A 씨의 한 끼

by 안나

2022년 4월 19일 화요일

33일 차

오늘은 핵산 검사가 없네요

항원 검사만 2번 해서 올렸어요.


오뉴월 곁 불도 쬐다가 안 쬐면 섭섭하다고요

매일 끌려나가는 기분으로 가던 핵산 검사도 안 하니까 일상이 흐트러지네요.


아는 분에게서 연락 왔어요.

어떻게 지내니

옥상에 한번 가봐라

본인은 옥상에서 골프 연습도 하고 기타도 치고 햇볕 놀이도 하신다고..


지금까지 아파트 옥상에 가볼 생각을 한 달 내내 한 번도 안 해봤다는 것에

저도 미지근한 물에서 서서히 익어가는 개구리처럼 그렇게 익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 집에 맨 꼭대기 층이라서 한 층만 올라가면 옥상이에요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에 올랐지만

역시나 하는 실망감으로 내려옵니다.

완전 철통 보안으로 꽉꽉 잠근 문에 CCTV까지

정말 이 아파트는 수용 시설로 쓰이는 데 한점 모자람이 없네요.



세계일보에 이 기사 나간 후 지인 분들이 제가 쌀밥에 물 말아서 김치 조각하고 먹는 줄 알고 연락 왔어요.

한 끼는 아니고 하루에 1.5끼 정도 먹는 것 같아요


아침에는 차 내려서 마시고 9시쯤 넘으면 커피 드립 해서 마시고요

식사 준비해서 보통 11시 반에서 12시쯤 식사해요.

먹다가 배 부르면 남겨서 담에 조금 더해서 다시 만들던지 오후에 먹거나 해요

우리가 지금 음식 남아서 버릴 처지는 아니잖아요

모든 음식은 남김없이 다 먹어요


오후에는 드립 커피 한잔 더 마시고 군것질거리 만들거나 만들어 놨던 것 꺼내서 다람쥐가 도토리 꺼내서 먹듯이 먹어요

갈수록 음식 만들 수 있는 부재료들이 줄어가요.

첫사랑보다 더 애틋하게 기다리는 징동 택배는 오지 않고 이퍼마켓에 천 위 앤 넘게 지른 물건들의 예상 배송 날짜는 5월 13일이고요..

징동하고 이퍼마켓하고 타오바오에 중복으로 주문해놔서 통장 장고가 텅장이이요


물론 그전에 이 봉쇄가 풀려야 하겠지만요.

과연 봉쇄가 먼저 풀릴까요.

이퍼마켓에 주문한 물건이 먼저 올까요…


그 답은 13억 분의 1의 남자가 알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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