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by Bike and Books

느낌이 싸한 날은 여지없이 뭔가 사건이 일어난다.

태권도 연습을 간다던 녀석의 행동이 이상하게 뚝딱인다.

말도 행동도 앞뒤가 이상하다.


확인을 하기 전에 추궁하고 의심하는 것은 아이를 작아지게 만들 것 같아

일단은 너의 말을 믿겠다, 저녁에 관장님께 다른 것도 여쭤볼 겸 연락드려보겠다, 했더니 그러란다.

어쭈... 세게 나오는군.


스스로 털어놓지 않는 열여섯 살 남자아이를 협박해서 진실을 말하게 하고 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아닌 일을 덮기 위해 어설프게 줄줄 늘어놓은 거짓말들을 그냥 넘어갈 수도 없고.


다행히(?) 녀석이 일찍 잠들어 관장님께 확인한 내용에 대해 혼자서 생각할 시간이 생겼다.

처음엔 부글부글.. 평일에도 관장님께 거짓말을 하고 태권도를 빠졌고, 토요일에도 빠졌고...

친구들과 시간 맞춰 컴퓨터 게임을 하고, 혼자서도 게임을 했겠지.

왜 거짓말을 했을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타이밍이 여러 번 있었는데 왜 끝까지 거짓말을 했을까.

말하면 더 혼날 것 같으니까… 어떻게든 끝까지 우겨본다는 전략인가.



내가 어릴 땐 부모님이 너무 바쁘시기도 했고, 그런 사소한 거짓말을 알았다 하더라도 하나하나 다 짚으시지 않았던 것 같은 기억. 중2 때랑, 또 고1이랑 고2.. 진짜 크게 잘못해서 부모님이 학교로 소환(!!!)될 때도 있었는데, 매번 나를 집에 데려다주고는 그날 저녁에도 그다음 날에도, 몇 주, 몇 달, 몇 년이 지난 후에도 단 한 번도 그 일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었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난 적이 없는 것처럼. 버릇없이 행동할 때는 즉각 빗자루랑 효자손으로 후려 맞은 기억이 분명 있는데.


큰 잘못을 다시 꺼내어 뭘 잘못했는지 묻고 따지고 내 입으로 시인하게 하고 벌을 주고.. 그렇게 하는 대신 조용히 지나갔다. 너무 화가 많이 나셔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폭풍전야 같은 고요한 시간 속에서 나는 스스로 반성을 했다. 나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반성, 부모님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 것에 대한 죄송함, 마구 혼내고 소리치지 않고 조용히 덮어주신 것에 대한 감사함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되돌려드려야겠다는 생각. 다시는 같은 잘못을 하지 않아야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으로 이어진 것 같다. 그러고도 다른 종류의 많은 잘못을 하였지만..


그런 저런 기억을 더듬어 나에게는 참 적절했던 부모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참 예민하고 혼자만의 내적 성장을 이뤄가고 있는 열여섯 살 소년과 차분하게 대화를 나눴고, 아들도 꽤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탈탈 털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관대한 엄마의 태도에 당황하기도 한 것 같다.


거짓말을 하게 된 경위도 슬금슬금 털어놓았는데, 요는 솔직하게 말했으면 엄마는 자기를 설득할 것이고 엄마가 자기보다 말을 훨씬 잘하고 자기는 아직 엄마를 설득할 만큼 말을 잘 못하기 때문에 결국 원하는 대로 못했을 거라서 그냥 거짓말을 했다. 는 거였다.

참… 중학생다운 변명이자 스스로도 ‘변명을 해보자면’이라는 덧말로 시작한 내용. ㅎ

여느 때 같으면 거짓말도 잘못이고 변명은 더 잘못이고 어쩌고 저쩌고 일장연설을 했을 텐데. 이번엔 맘먹고 져주기로 했으므로 인정을 했다. 말발 센 엄마 아빠 눈치 보느라 너도 힘들겠다. 하고.

다음 어느 날의 한 번은 반드시 어떤 이유도 묻지 않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게 하겠다 약속했다. 요구가 들어지지 않는다고 부모를 속이고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은 비겁하며, 말하고 요구하고 설득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 일이니까. 연습할 수 있게 도와주는 부모가 되도록 나도 노력하겠다고.


혼내고 잘못을 비난하고 누르는 방식으로 아이를 대하면 잃을 것이 더 많은 시기이다.

존중의 대화로 채워진 믿음과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할 때임을 내가 잘 기억하고 실천하면 될 것 같다.


잘할 수 있을까.

너 말고 나.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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