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자유(Freedom and Liberty)

학교라는 울타리

by 오경수
강원대학교 삼척캠퍼스 생활조형디자인과 졸업전시회(2021)

오늘 아는 동생의 졸업전시회에 갔다왔다. 나보다 한살 어린 동생이 졸업한다는 생각에 시간이 정말 빠르다는 것을 체감하고,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졸업이라는게 우리 인생에 무엇인지 고민했다. 학위 혹은 학사가 무엇이길래 우리는 그것에 매달리는 것 일까?


준거집단이 주는 영향

내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대학 졸업장은 운전면허증과 같다고 하셨다. 있으면 그냥 있는거지만, 없으면 불편하다. 우리는 고졸 혹은 중졸이더라고 남들처럼 먹고 살 수 있다. 학력에 상관없이 우리는 같은 공기를 마시고, 똑같이 선거권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부모님과 담임선생님은 우리가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을 바란다. 그 이유로 그들은 삶의 행복과 성공을 위해 좋은 대학에 입학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꼭 좋은 대학에서 학위를 받아야 우리는 성공할까?


아니라고 할 순 없지만 맞다고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각자가 어떤 대학에서 무엇을 겪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좋은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살 확률이 높다고 주장한다. 꼭 명문대를 나오면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고, 지방대를 나온다고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본인의 성공을 결정짓는 요인은 본인 자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주변 환경의 영향도 받을 것이다. 그래서 본인만 잘한다고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더 나은 준거집단에 속해서 본인의 성공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명문대를 선호하는 것이다. 맨날 코딩하면서 세상을 바꾸겠다는 동기들과 어울리는 것과 술과 유흥만 밝히는 동기들 중 누가 더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겠는가? 전자를 선택하면, 나도 그들의 영향을 받아 코딩을 시도해 볼 것이고, 큰 꿈을 가질 수도 있다. 반면에 후자를 택하면, 나는 매일 숙취에 찌들고, 시간과 돈만 낭비하지 않을까?그래서 우리의 가족들과 스승님들은 우리를 더 수준 높은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바라며 명문대를 보내려고 노력하는게 아닐까?


그래서 사람들이 대치동으로 모이는 것이 아닐까? 대치동에 가면 모두가 교육에 엄청나게 신경을 쓰고, 교육에 관심이 없으면 오히려 이상한 사람 취급 받는다. 교육 1번지에서 최고의 학군에 자녀를 보내고, 자녀가 좋은 것만 보고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대치동이라는 준거집단에 소속되기 위해서 대치동으로 이사가는 것이 아닐까?


사람들이 대치동으로만 모이는 것은 아니다. 대구의 수성구 범어동, 광주의 남구 봉선동처럼 지방에도 교육열이 높은 특정 지역들이 있다. 그래서 범어동과 봉선동이 대치동처럼 대구와 광주에서 각각 제일 비싼 지역이 아닐까?


졸업은 자유(Freedeom)가 아닌 자유(Liberty)다.

학생이라는 신분은 학교라는 집단에 소속된다. 그래서 신분을 대학생이라고 밝히면 어느 학교 학생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곤 한다. 다르게 말하면 학생신분이면 졸업을 하기 전까지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속해있는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하는 다양한 활동들에 참여할 수 있고, 학교는 우리에게 등록금이라는 댓가를 받고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준다. 또한, 일정한 성취를 이루면 장학금도 준다. 그래서 학생은 울타리 안에서 자유(Freedom)을 보장받는 존재이다. 그래서 학생은 수업을 재끼고 놀러가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업을 재낀 학생은 다음 수업에 들어갈 권리가 있다. 등록금을 제대로 납부했다면..


하지만 졸업생은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존재다. 그래서 본인이 다 알아서 해야한다. 취직과 이직도 당연히 본인이 알아보고 지원해야하고, 기숙사와 달리 본인의 주거지도 직접 구해야하고, 학생때 받던 장학금은 기대도 못한다. 졸업생은 학생때와는 다른 자유(Liberty)를 가진다. 졸업생은 근무지에서 마음대로 이탈하고 잠수를 타면 그 직장을 이전처럼 유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돈받고 일을 안하는 사람을 누가 그냥 두겠는가?


학생은 학교라는 든든한 빽이 있지만, 학생이 아니면 스스로가 빽이 되거나 부모님이 잘나야한다. 그래서 든든하고 강력한 명문대라는 빽을 가지기 위해 모두가 경쟁하고, 그래서 명문대는 아무나 못가고 소수만 갈 수 있다. 나는 자유(Freedom)을 누리는 동안에는 실수를 해도 되지만, 자유(Liberty)를 누릴 때는 그 책임을 져야한다. 그래서 나는 이번 시험을 망쳐도 된다는 생각을 한다. 살면서 한 번쯤은 망해봐야 왜 망하면 안 되는지 알고, 경각심을 가지지 않을까? 이번 시험을 망친다고 학교가 나를 퇴학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다음학기라는 기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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