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스톤쿠스(Homo stonecus)

다듬어진 인간 혹은 사회에 맞춰진 인간

by 오경수

호모 사피엔스(생각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유희하는 인간) 등등 인간에 대한 학술적인 표현들이 있는데, 이를 패러디 하여 호모 ‘갑질’쿠스, 호모 ‘플라스티’쿠스와 같은 신조어도 탄생했다. 그럼 내가 제목으로 쓴 ‘호모 스톤쿠스’는 어떤 사람일까? 돌과 사람을 어떻게 연관지을까 궁금하지 않은가?


돌머리, 돌대가리, 돌부처와 같은 여러 말들로 우리는 사람을 표현하곤 한다. 돌부처를 제외한 나머지 두 단어는 좋지 않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돌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나는 주장한다. 돌처럼 깨져봐야 다듬어지는 것이고, 실패하고 틀려봐야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와 같은 말이 있듯이 말이다. 그래서 나는 호모 스톤쿠스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근데 왜 스톤일까?라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Rock”도 돌인데 ‘호모 락쿠스’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독자 입장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호모 락쿠스도 있을 수 있다. 다만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두 가지 표현 다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호모 스톤쿠스(Homo stonecus) vs 호모 락쿠스(Homo rockcus)

돌(Stone)과 돌(Rock)

“Stone”과 “Rock”은 한국어로 똑같이 돌이라 해석되지만, 성질이 다른 돌이다. Stone은 돌이나 돌멩이를 뜻하며 Rock은 바위나 암석을 의미한다. 여기서 돌과 바위를 비교하므로 크기의 차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Stone과 Rock을 구분 짓는 것은 가공의 유무이다. Rock은 가공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의 돌을 의미하지만, Stone은 ‘돌로 만든 무언가(건축재료와 같은 가공이 된 것)’을 의미한다. 그럼 이제 호모 락쿠스와 호모 스톤쿠스를 제대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호모 락쿠스(Homo rockcus)

앞에서 스톤과 락의 차이에 대해 설명했다. Rock도 돌이지만 가공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라고 말했다. 그래서 호모 락쿠스를 날 것 그대로의 사람이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호모 락쿠스는 여과없이 본인의 행동을 할 것이고, 그 이유는 다른 사람에게 깨져보지 않아서(쓴소리 듣지 않아서 깨지지 않아서) 다듬어 지지 않았을 것이다. 대표적인 호모 락쿠스로 나는 웹툰작가 ‘기안84’를 생각한다.

직접 이발을 하는 기안84(출처 : 네이버 검색)

기안84는 ‘패션왕’, ‘복학왕’과 같은 웹툰으로 성공한 인기 웹툰작가이다. 그래서 방송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데, MBC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많은 게스트들처럼 기안84도 처음에는 고정 출연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위의 사진처럼 독특한 일상으로 인기를 얻고, 계속 출연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라고 칭한다. 뭐든 무심하게 대충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일상 때문에 이런 별명이 생기지 않았을까?


기안84는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기이하다고 해도 다른 사람에 맞추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행동했다. 그래서 머리도 가위로 직접자르고, 카메라가 있어도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본인의 자기검열되지 않은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여과없이 보여주었다. (혹시 그는 쉽게 깨지지 않는 단단한 바위가 아닐까?)


많이 깨져보고 비난을 받은 사람이라면 기안84처럼 저런 날 것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다. (기안84도 물론 악플과 비난의 대상이 되긴 했지만) 비난을 받은 기억이 있기에, 다시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오히려 남들에게 보여줄 자기 자신을 다듬을 것이다. 그렇게 남에게 보여줄 자신을 다듬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인간의 중요한 덕목중에 하나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호모 락쿠스를 찾기 힘들고, 모두가 자신을 다듬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호모 스톤쿠스(Homo stonecus)

호모 락쿠스를 다듬으면 나는 호모 스톤쿠스가 된다고 이야기한다. 바위를 부수고 다듬어 필요한 건축자재가 되는 것처럼 사람들은 사회가 원하는 대로 자기 자신을 다듬는다. 그래서 호모 락쿠스보다 호모 스톤쿠스를 주변에서 보기 더 쉽다. 학생은 학교가 원하는 대로 교복을 입고, 군인은 머리를 밀고 군복을 입는다. 그리고 병원에서는 환자복과 간호사복, 의사 가운 등을 입는다. 이처럼 우리는 우리가 속한 집단 혹은 사회에 맞춰서 다듬어 진다. 그래서 돌(Rock)을 다듬어서 돌(Stone)이 되는 것처럼 사람도 사회에 소속되어 다듬어지고 가공이 된다. 그렇게 가공된 혹은 사회화(socialized)된 인간을 나는 ‘호모 스톤쿠스(Homo stonecus)’라고 칭하고 싶다. 호모 사피엔스가 융성한 것처럼 미래에는 호모 스톤쿠스가 패권을 쥐지 않을까?


하지만 모두가 호모 스톤쿠스가 된다면, 지금의 기안84같은 호모 락쿠스가 돋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사람과 사회를 돌과 돌로 만들어진 집이라고 비유한다면, 우리는 다듬어진 돌로 집을 짓는 것을 선호 할 것이다. 즉, 호모 스톤쿠스와 집단을 형성하고 싶을 것이다. 호모 락쿠스는 거칠고 투박해서 혼자서는 멋있지만, 다듬어진 호모 스톤쿠스와 함께 맞물려 사회라는 건축물을 만들기 어렵지 않을까?


* 혹시 기안84 본인이나 팬분들이 기분 나쁘셨다면 내용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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