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돈을 포기 할 수 있을까?

인생의 전환점에서

by 오경수
내 최애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1926~1984)

나는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그래서 당연히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대충했다. 그렇게 중학교까지 살다가 고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친구에 의해 기타라는 악기를 접했다. 원래 기타가 집에 있었지만 사놓고 몇번 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친구에 의해 기타를 본격적으로 연습하고 락, 메탈같은 장르의 음악에 심취했다. 처음으로 게임말고 능동적으로 하고싶은 것이 생긴 것이다. 그러다 2학년에 음악으로 입시를 치르고 싶었다. 처음에는 부모님이 반대하셨지만 결국 내가 하고싶은대로 하게 지원해주셨다.


​ 하지만 21살에 나는 대학을 자퇴하고 음악을 그만 두었다. 그리고 2달 동안 수능을 준비해서 지거국 전기공학과에 입학했다. 왜 음악을 그만두고 갑자기 공대에 갔냐면, 부자가 되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런 목표가 생긴 이유는 좀 이상할 수도 있다.


​ 2017년 9월에 나는 폐인이었다. 아무도 연락하지 않고, 맨날 집에만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경강선을 타고 판교에 가보고 싶었다. 판교역에서 환승은 해보았지만 지상으로는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호기심에 판교에 갔다. 내가 처음 본 판교는 내가 사는 세상과 완전히 반대인 곳 이었다. 우리 동네는 굉장히 낙후된 동네인데, 환경도 청결하지 못하다. 건물은 거의 몇 십년된 구축이고, 인구유입이 없고 사람들이 굉장히 안일하다. 그러나 판교는 달랐다. 신도시답게 도로도 정비가 잘 되어있고, 길가에 쓰레기 하나 보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길에서 보이는 사람들이 달라보였다. 우리 동네는 후줄근한 노동자가 많이 보였는데, 판교는 말끔하게 차려입은 성공한(?) 직장인들로 가득 찼었다. 심지어 지나가는 아주머니도 품위 있어보였다.


​ 살면서 처음으로 어딘가에 속하고 싶다는 감정을 느꼈다. 나도 그들과 같은 판교 주민이 되고싶어졌다. 깔끔한 옷차림에 여유 있어보이는 표정, 한 손에는 아무렇지 않게 아메리카노를 들고 깨끗한 신도시에 사는 바쁜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 부동산에 관심 없던 당시의 나였지만, 나는 인터넷에서 판교 아파트 값을 검색했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집값이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다 멋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기준으로 10억원 정도 였던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갑자기 공부 열심히 해서 돈을 많이 벌어서 판교에 입성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 날 바로 수능을 접수했다.


​ 수능을 보고 다행히 내가 원하던 대학에 수시로 합격했다. 그리고 입학하고 열심히 공부하기로 스스로에게 결심했다. 하지만 전공을 들을 수록 나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또 방황을 했다. 음악을 할때는 감동을 매번 느꼈지만, 전기공학에선 그러한 감정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 1학년때부터 방황을 지속했지만 학점은 챙겼다. 그래서 학과 공부만 어느정도 하고 매일 미래에 대해 고민을 했다. 전기공학은 싫은데 무엇을 해야할까? 그리고 3학년에 독서라는 취미를 얻게 되었다. 기타 이후로 나를 즐겁게 하는 무언가가 다시 생긴 것이다. 처음엔 아는 형님이 경제학 관련 서적을 빌려주셔서 돈에 대해 공부하고자 했다.


​ 계기가 기억이 안나는데 푸코의 ‘감시와 처벌’을 갑자기 샀다. 내가 자주보는 유튜버가 자주 언급해서 그랬나? 내용이 궁금해서 그냥 구매한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이 책을 매일 읽었는데 다 읽는데 2달은 걸린 것 같다. 평소에 책을 하나도 읽지 않는 나라서 더 오래걸렸나보다. 다 읽고 나는 세상의 비밀을 깨우친 것 같았다. 감시와 처벌을 다 읽고 구조주의 철학에 심취했다. 그래서 푸코의 다른 저서 ‘광기의 역사’도 사서 읽었다. 이 책은 번역본이 아니라 해석본을 사서 읽는데 일주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완독 후 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푸코의 책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그래서 그 영감을 질료로 블로그에 사회와 철학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 나의 첫 글 ‘현대사회의 판옵티콘과 자기검열’을 다 쓰고 나는 너무나 큰 뿌듯함을 느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었다. 그래서 학교 영어과 교수님께 먼저 연락을 드려서 찾아 뵈었다. 그런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내가 좌절하지 않고 계속 글을 쓰게 하기 위해서 칭찬을 하셨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 칭찬이 너무나 좋았다. 그래서 더 많은 책을 읽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더 많이 써서 교수님께 다시 찾아뵈었다. 이러한 만남이 계속되자 교수님은 언제부턴가 대학원 진학을 추천하셨다.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나에게 재능이 있을까? 이 교수님 기준에만 좋은 글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엄마가 아는 다른 교수님께 글을 보냈다. 그런데 그 분도 비슷한 반응이셨다. 내 글을 굉장히 좋게 봐주셨다. 그 맘쯤, 나는 브런치에서 작가로 선발되기도 해서 내가 진짜 글을 잘쓰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을때 부터 나는 내 필력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글을 쓰는 것을 내 직업으로 삼으면 어떨까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어느새 나는 인문학에 빠졌고, 글을 쓰는게 너무 재미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도 나는 너무 즐겁다.


​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비공식적으로 보편적인 담론이 있다. 나도 그 담론을 동의하는 사람이다. 그 담론은 “문사철은 배고프다”이다. 학계의 사정은 잘 모르지만 그 담론을 20년 가까이 들어온 나는 쉽게 그 길을 선택하지 못하겠다. 한편으로는 글을 쓴다고 돈을 못번다고 말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 지금의 전공을 살려서 취업하면 나는 돈 걱정은 적을 것이다. 적어도 배는 안 고플것이다. 하지만 내가 인문학으로 방향을 돌리면 어떻게 될지 나는 모른다. 공학은 주변 선배들이나 친구들때문에 사정을 어느정도 들은게 있는데, 인문계열을 전공한 사람도 주변에 없고 사정을 잘 모른다. 이런 내가 인문학을 선택해도 될까? 처음에는 돈을 위해 공부를 했지만, 지금의 나는 돈을 포기하고 인문학을 공부할 수 있을까?


네이버 블로그로 보기

keyword
이전 05화방황하는 자가 방황하는 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