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리아─윤리와 공존의 표면

the surface of ethics and coexistence

by 오경수
장마리아(1981~) - 「In Between- Spring Series(Foggy Blue)」(2020)

장마리아는 두껍게 쌓아 올린 독특한 마티에르(matière, 질감)와 감각적인 색상으로 주목받는 작가이다. 그녀의 회화는 평면 회화의 경계를 넘어, 물질적 층위와 감각적 경험이 결합된 복합적 조형 구조로 이해된다. 회화가 단순히 '보는' 이미지의 예술이라면, 장마리아의 작업은 '만져지는' 감각의 예술이다. 그녀는 회반죽, 모래, 젤스톤(Gel Stone) 등 화면에 양감을 줄 수 있는 재료를 반복적으로 덧입히고 쌓아 올린다. 이러한 물질의 중첩은 화면을 조각적 부조(relief)에 가깝게 만들며,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들게 한다.

그녀는 "작품의 주제나 재료는 계획적으로 찾아 나서기보다 우연적으로 발견하는 편이다. 철사도 그렇게 찾은 재료다. 다만 이 좋은 요소를 어떻게 요리할지 심도 있게 고민한다."¹고 말한다. 이 언급은 장마리아가 재료의 물리성과 예측 불가능한 변화 과정을 회화의 본질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녀에게 재료는 단순히 형태를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작가와 함께 의미를 생성하는 조형의 주체이다.

Dark blue 2020.jpg 장마리아(1981~) - 「In Between- Spring Series(Dark Blue)」(2020)

장마리아의 회화는 이처럼 물질과 행위가 공존하는 과정적 회화로 설명된다. 회반죽과 젤스톤이 쌓이는 두꺼운 층은 작가의 손의 움직임과 시간의 흔적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 표면의 두께감, 즉 꾸덕꾸덕한 질감은 단순한 시각적 효과가 아니라, 물질이 가진 점성과 작가의 신체적 행위가 충돌한 결과물이다. 이러한 촉각적 표면은 보는 이에게 물질의 중량감과 에너지를 동시에 전달하며, 회화가 지닌 감각적 영역을 확장한다.

그녀는 이 물질적 구조 위에 색채를 얹는다. 색은 회화의 균형을 이루는 감각적 축이자, 정서적 변화를 드러내는 요소로 작동한다. 장마리아는 "2012년에 한쪽 눈이 안 보이면서 회색조의 어두운 작품만 그리다 … 2019년부터 파스텔 톤의 ‘In Between – Spring’ 시리즈를 그렸다."²고 말한다. 이 고백은 작가의 감각적 한계와 회복이 곧 색채의 변화로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그녀는 "평소 색 쓰는 걸 즐겨서 … 친한 언니가 다시 화사해진 작품을 보고는 '네 마음에도 봄이 왔구나' 하는데, 자신감이 들더라."³고 회상한다. 이처럼 색채의 회복은 개인적 심리와 물질적 실험이 맞닿는 지점이며, 회화의 감각적 깊이를 확장하는 계기가 된다.

그녀의 대표 연작인 〈In Between〉 시리즈는 이러한 물질과 색의 상호작용 속에서 탄생했다. 이 시리즈는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사이(in-between)의 개념을 물질화한 결과물이다. 캔버스 위에 흙을 바른 듯한 질감은 경계의 불분명함을 드러내며, 빛과 어둠, 고체와 액체, 회화와 조각의 사이를 시각적으로 제시한다. 장마리아는 "관계는 우연과 필연이 만나는 지점에서 형성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관계는 적당한 틈이 있을 때 평온하게 유지될 수 있다."⁴고 말한다. 이 발언은 작품의 미학적 구조뿐 아니라, 그녀의 세계 인식이 '균형 있는 거리감'과 '공존의 윤리'에 기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장마리아(1981~) - 「In Between- Spring Series(Orange)」(2020)

장마리아의 작업은 단순히 형식적 실험이 아니라, 감각의 회복과 존재의 재확인에 관한 서사이기도 하다. 그녀는 "힙합을 좋아해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작업을 시작해도 시간이 지나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6시간, 8시간이 지나야 음악 소리가 서서히 들려온다."⁵고 말한다. 이 진술은 작업 행위가 몰입과 집중의 시간 속에서 감각의 경계를 확장하는 행위임을 보여준다. 반복된 긁기와 덮기의 과정은 물질의 시간성을 드러내며, 회화의 표면은 그 시간의 층위가 응고된 결과로 남는다.

In between - spring white 2022.jpg 장마리아(1981~) - 「In Between- Spring Series(White)」(2022)

그녀의 예술적 태도는 자전적 경험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작품에서 작가의 삶이 고스란히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얘기를 솔직히 해야 보는 사람도 느낄 수 있다. … 작품이 곧 나다."⁶라는 그녀의 진술처럼, 장마리아의 회화는 삶과 제작이 분리되지 않는 일종의 자전적 실천이다. 그녀는 자신의 감각과 경험을 물질의 질감 속에 스며들게 하며, 작품을 통해 '나'와 세계가 관계 맺는 방식을 시각화한다. 이러한 점에서 그녀의 회화는 표현이라기보다 공존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장마리아 작가(문화경제 출처)

장마리아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를 졸업하고,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가나아트센터 등 주요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인 키아프(KIAF)가 주목한 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그녀는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허물며, 재료의 물리적 두께와 감각적 색채를 결합한 새로운 양식으로 한국 현대 회화의 한 흐름을 형성했다. 또한 자신의 삶과 작업 과정을 담은 그림 에세이 『그렇게 나를 만들어간다』(2022)를 출간하여 예술과 일상의 관계를 독자적으로 서술하기도 했다.

요컨대, 장마리아의 회화는 물질의 물질성(Materiality)을 보존하면서 그 안에 머무는 작가의 태도에서 출발한다. 두꺼운 마티에르, 리드미컬한 터치, 색채의 회복, 그리고 '사이'라는 개념은 모두 그녀의 작업을 지탱하는 핵심적 요소다. 그녀의 작품은 회화의 전통적 경계를 넘어, 재료와 감각, 작가와 행위가 공존하는 관계적 예술의 구조를 보여준다. 그것은 단순한 이미지의 산출이 아니라, 재료와 인간이 협력적으로 존재하는 하나의 감각적 세계다.


Notes

1. Maria Chang, interview by Lee Jae-Yoon, Allure Korea, October 6, 2024, "개념과 재료가 만나 작품이 되는 과정."

2. Ibid., "9월의 서울은 아트로 뜨거웠다 …"

3. Ibid., "색에 다시 집중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4. Ibid., "타인과의 관계 맺기는 작가에게 어떻게 작용하나?"

5. Ibid., "작업 시간은 어떤가?"

6. Ibid., "작업과 삶의 균형."


References

Chang, Maria. Interview by Lee Jae-Yoon. "LIVE MY LIFE – 장마리아." Allure Korea, October 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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