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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펭귄 Nov 17. 2023

직장인 통기타 5개월 차 후기

기타를 배우는 건 저의 자기 계발에 있어서 마지막 조각이었습니다. 원래의 계획에는 없었던 조각이었지만, 다른 악기와 음악을 공부하다 보니 개인 연습실이 필요해져 알아보다가 높은 금액에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다 실용음악 학원을 다니면은 비어있는 연습실에서 자유롭게 연습할 수 있던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학원을 등록하면 연습실도 생기는데 악기도 가르쳐 주는 건가?라는 기적의 한 수가 떠올라 등록한 기타 학원은 저의 음악 공부 최고의 마지막 한 조각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처음 4개월 동안은 상당히 재밌었습니다. 2개월 동안은 간단한 코드를 손에 익히고, 3개월에 들어섰을 때는 마의 F코드를 공부하고 팔목이 너무 아팠지만 참악 가며 연습하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근데 문제는 5개월 차에 왔습니다. 이제 처음으로 아르페지오 즉 줄을 하나씩 튕기며 연주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데 그동안 연습을 게을리 한 밑천이 드러나기 시작한 거였습니다. 스트로크 즉 한 번에 줄을 튕길 때는 왼손이 조금 틀려도 괜찮은 소리가 났지만 한 줄씩 튕기니 조금만 틀려도 바로 티가 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국은 다시 기본을 익히는 단계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악기를 배우다 보면은 항상 이 순간이 옵니다. 기본기가 부족해서 더 이상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처음으로 돌아가야 하는 순간. 아마 맨 처음부터 꼼꼼히 연습을 많이 하고 배웠다면은 그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저는 일주일에 많아 봤자 4시간 정도의 연습시간을 가지고 있으니 기본기를 쌓을 시간도 꼼꼼히 바닥부터 쌓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초반에 배웠던 음악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고, 기본 코드부터 제대로 소리가 나는지 확인하며 연습해야 했습니다.

학원에서 연습하며 찍은 인증샷

선생님은 아르페지오를 꼭 그렇게 정석으로 잡을 필요 없이 요령을 가르쳐 주긴 했지만, 다양한 악기를 배워본 저는 결국 그 방법도 나중에는 한계에 부딪히게 될 거란 걸 알았기 때문에 임시방편으론 나아가선 안된다고 말하고 다시 기본적인 것부터 해야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선생님은 실용음악에서는 메트로놈이 정말 중요하니 메트로놈에 맞춰서 간단한 코드부터 꼼꼼히 연습하는 방법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너무나도 그만두고 다른 악기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요즘은 절실합니다. 어차피 학원만 다니면 되는 거니 독학으로 하고 있던 피아노를 배우면 안 되나? 란 생각도 들고, 그래도 악기를 배운다면 통기타지!!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기도 합니다. 아마 이 단계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자기 계발을 그만두는 타이밍 일 겁니다. 처음에 실력 그래프가 오를 때는 즐거워서 배우다가 결국 슬럼프가 찾아와 기본기를 위해 처음으로 돌아가야 하는 제일 재미없는 순간, 이 허들을 넘느냐 안 넘느냐가 실력의 천지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이 슬럼프를 이겨내기 위해서 제가 만들어낸 공략 방법은 다른 자기 계발도 같이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자기 계발은 서로 페이스가 달라서 슬럼프나 상승곡선이 오는 타이밍이 대부분 다릅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통기타가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 글쓰기 실력이 늘어서 글 쓰는 시간이 재미있어지거나, 춤추는 시간이 재미있어지면은 기타를 치는 힘든 그 순간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과거의 저라면 슬럼프가 찾아오면 속절없이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자아비판을 하며 술을 마시고 또다시 마음의 땅굴을 파며 ‘나는 안될 거야.‘ 하며 울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자기 계발을 통해서 이겨낼 원동력을 얻기도 하고, 학원을 다니며 돈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연습을 해야 한다는 주입식 자기 계발을 통해서 ’나‘라는 인간을 움직이고 포기하지 않게 하는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 인간 공략‘은 모두에게나 숙제입니다. 그것도 가장 어려운 거은 바로 ’나 자신‘공략입니다. 모두들 자신을 최대한 메타인지 해서 어떻게 하면은 자신을 공략할 수 있는지 잘 찾아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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