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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펭귄 Dec 08. 2023

목소리의 형태 - 보컬 트레이닝 342일 차

최근 감기가 유행하면서 보컬 트레이닝을 오래 쉴 수밖에 없었다. 목소리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자, 원래부터 안 좋던 실력이 바닥을 찍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동안 만들어 놓은 감각들도 다 사라지기 시작했다. 혼자 연습을 할 때도 학원에 가서 레슨을 받아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 들었다. 옛날의 하찮은 실력으로 돌아가게 되니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그동안의 노력이 다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았고, 돈들이 공중분해 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런 걸로 포기한다면 맨 처음에 엉망이었을 때 포기했을 것이다.


할 수 있는 방법은 그냥 연습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지금 있는 연습실이 방음이 잘 되지 않아 부끄러운 실력으로 노래를 부르기 창피해 사람이 없는 타이밍에만 노래를 부르며 연습을 했다. 이번에 연습한 방법은 몸을 최대한 사용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일명 ‘드라군’ 자세를 한 상태로 최대한 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힘든 자세를 유지하면서 노래를 하니 확실히 쓸데없는 힘이 들어가지 않으면서 연습이 잘 되었다. 선생님이 ‘지금은 머리를 쓰려고 하지 마시고 우선 몸을 쓰면서 감각을 익히세요’라는 말이 유효했다.


부끄러운 실력일수록 연습을 하기 창피해 실력이 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현재 연습실에 가면 바이올린, 기타, 피아노만 연습을 하고 보컬은 별로 연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악기는 왠지 못해도 인정이 되지만 노래는 못하는 것이 용서가 안된다는 시선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정말 멍청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다. 결국 사람이 없는 시간인 주말 아침이나 평일 저녁 늦게 연습하는 방법으로 실력을 올리는 방법을 택하는 연약한 나의 마음이 원망스럽다.

요즘 연습하는 너드커넥션과 꽃이 피고지듯이

현재는 목의 상태도 많이 좋아지고 연습을 어느 정도 한 덕분에, 예전의 상태만큼은 올라왔다. 더 좋아진 점은 몸을 쓰는 방법을 좀 더 알게 되어서, 예전보다는 힘을 빼는 방법이 쉬워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면 평균 정도의 실력을 가진 정도이다. 342일 동안 학원을 다녔지만 다른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나보다 더 노래를 잘 부르면은 절망감이 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발버둥을 쳤지만 타고난 사람보다 못하다는 느낌은 다른 영역보다 노래처럼 다들 할 수 있는 분야일 경우 더 심한 것 같다.


그림을 배웠지만 그림을 배우지 않은 친구보다 못 그리고, 보컬을 배웠지만 배우지 않은 친구보다 못 부른다. 그것은 배움을 그만 둘 이유가 될 것인가. 지속해야 할 이유가 될 것인가. 타고난 능력이 적은 나는 항상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고 1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전자를 택했다. 잘하는 것만 잘하면 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컸지만 지금의 시대는 그리고 원하는 미래의 내 모습은 그걸 추구하지 않았다. 시대는 다양한 콘텐츠를 융합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


정말 다행인 사실은 나보다 잘하는 그들이 아무런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더 잘 그리고, 더 노래를 잘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언젠가 내가 더 잘할 자신이 있다. 출발선이 뒤에 있고, 나아가는 속도는 느리지만 그들은 멈춰 있고 나는 나아가고 있다. 이게 바로 제일 무서운 사람이다. 무엇인가를 처음부터 잘하거나 재능이 있는 사람보다 무엇인가를 멈추지 않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뒤에서 쫓아오는 것이 제일 무섭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을 제일 무서워했기에 이제는 그런 사람이 되려고 하고 있다.


꾸준히 하는 것에서 제일 어려운 것은 첫 번째는 습관화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슬럼프의 극복이다. 먼저 습관화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방식과 시간으로 이 일을 해야 잘 맞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시간제로 연습할지 횟수제로 연습할지, 직장이 끝나고 할지 전에 할지 등. 다음으로 슬럼프 극복은 이 일을 할 때 우울감을 이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너무 안 풀리면 운동을 할지, 다른 음악이나 글을 쓰고 난 후 다시 복귀하는 게 좋은지 극복 수단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 둘을 잘 터득한다면 꾸준히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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