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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이 Apr 03. 2020

그가 연구에 매진하는 이유

병원 이야기

그는 소아과 의사다.
그가 진료하는 분야는 소아 혈액암이다.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그는 대부분 예후가 좋지 않은 소아 혈액암 환자를 진료한다.

완치되고 회복되는 아이도 있지만 힘든 질병의 과정 속에서 장기간 병마와 싸우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는 아이가 좋아서 이 직업을 선택했다.
아이들이 귀엽고 질병을 이겨나가는 과정이 대견하고, 임상적으로도 성인보다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이는 아이들의 상태가 그의 가슴을 뛰게 했다.

그렇지만 그 길이 쉽지는 않았다.
아픈 아이를 볼 때, 그 아픈 아이를 돌보는 부모를 볼 때 늘 마음이 아팠다.
그런 아이들과 부모를 매일 대하는 것이 그에게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공감이 중요하다고 했다.
아이의 아픔에 그리고 그 아픔을 지켜보는 보호자의 마음에 공감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늘 고민했다.
어떤 것이 궁금할까? 걱정될까? 불안할까?

그는 보호자와 환자 교육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그렇게 그들과 관계 맺고 소통하고 신뢰를 쌓아갔다.

그런 그가 환자의 보호자를 교육하는 것을 참관할 기회가 생겼다.

보호자는 백혈병을 진단받은 초등학생 환아의 아버지였다.
환아는 골수이식이 필요해 동종골수이식이 계획되어 있었다.
공여자는 환아보다 더 어린, 환아의 동생이었다.


나는 환자 가족에게 감정이 이입됐다.
주책맞게 교육을 듣는 내내 코 끝이 찡하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픈 아이를 보며 매일 가슴이 아프고, 아픈 아이를 위해 건강한 아이의 골수를 채취해야 하는 것도 마음이 아프고, 그렇지만 그것이 최선이고 그렇게라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 한편으로 감사하고, 이런저런 감정들로 부모의 마음은 복잡할 것 같았다.


그는 보호자에게 치료의 과정, 발생 가능한 합병증, 주의 깊게 봐야 할 사항들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그는 부모와 마주 앉아 교육을 진행했다.

최선을 다해 치료하겠다는 그의 진심이 보호자에게도 전해졌는지 보호자는 감사하다는 인사와, 교수님을 믿고 열심히 치료과정에 임하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떠났다.

환자와 보호자 교육에 열과 성을 다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나는 그날 병원 블로그에 소개된 그의 인터뷰 기사를 찾아서 읽어보았다.

그는 임상시험에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더 좋은 결과, 더 다양한 케이스를 성공적으로 치료하고자 오늘도 그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백혈병이 난치병이긴 하지만, 불치병이 아닙니다.
지난 세월 많은 이들이 연구를 하고, 노력을 한 결과입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노력을 하고 힘을 보탠다면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가는성은 다만 몇 % 라도 올라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예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 가능성은 0%가 되는 거죠.
열심히 해서는 안돼요. '잘'해야죠.
잘하기 위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봐야죠




하나님이 모든 곳에 계실 수 없기에 엄마를 이 땅에 존재하게 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나는 그의 인터뷰를 읽으며,
하나님이 이 땅에 엄마라는 이름의 존재들 뿐만 아니라 이 세상 곳곳에 타인에게 좋은 결과를 주고자 열심히 살아가는 많은 인재들을 두셨구나 생각했다.

오늘도 소아과 병동은 그와 같은 의사들이 있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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