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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이 Aug 31. 2024

치료와 합병증

인생의 선택 앞에 우리는 더 나은 결정을 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다

모든 인생의 선택 앞에 우리는 더 나은 결정을 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다. 그렇게 애를 써서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 그 결정에도 늘 우리가 감수해야 할 몫은 있다.     




 다발성골수종을 진단받고 치료를 위해 아빠는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를 받았다. 나는 간호사로 일하며 업무상 방사선종양학과에서 방사선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에 대해서 설명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 한 교수님께 방사선 조사 부위를 적게 그리면 암세포를 치료하는데 제한이 있고 조사 부위를 너무 광범위하게 그리면 정상세포 부위에 방사선이 조사되어 합병증이 발생한다는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 환자의 영상 결과를 보며 방서선이 조사될 부위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작업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는 것을 알았다.

  방사선 치료가 시작되고 나는 그때 들었던 교수님의 설명이 다시 생각났다. 방사선 치료가 시작되면서 아빠의 골 통증은 호전을 보였지만 연하곤란 증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환자에게 질병을 해결하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치료는 질병을 호전되게 하지만 간혹 예상하지 못했던 혹은 예상했다 하더라도 치료의 선택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상 장기 혹은 기능들에 미치는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큰 부담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다발성골수종 항암치료 시 아빠는 고용량의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였는데 혈당을 올리는 스테로이드제의 부작용으로 고혈당 쇼크에 빠지게 됐다. 아빠는 기저질환으로 당뇨병을 가지고 있었는데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면서 아빠의 혈당은 계속 불안정했다. 경구용 혈당강하제와 주사로 투여되는 인슐린을 모두 투약하면서도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았고 그러던 중 고혈당 쇼크에 빠지게 된 것이다.

방사선과 항암치료를 하면서 아빠의 항암 수치들은 많이 호전되었다고 설명을 들었는데 우리는 결국 모든 치료를 잠시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수치의 호전으로 질병이 호전되는 중 다시 아빠는 중증 환자가 되었다.


아빠에게 행해지는 치료가 양날의 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료를 하지 않으면 암세포들이 자라나고 치료를 하면 정상세포들이 손상을 받는다. 줄타기를 하며 암과 투병하는 아빠를 보면서 나는 어떤 것이 정말 아빠를 위한 선택인가 헷갈리는 순간들이 많았다. 아빠가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수많은 선택과 그 선택에 따라 짊어져야 하는 결과들이 때로는 너무 무겁고 가끔은 너무 무섭기도 했다. 내 삶의 어떤 선택들보다 어렵고 무거운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무언가 한 가지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몫은 늘 우리에게 돌아왔다.


 아빠의 암 치료를 위해 항암치료를 선택했는데 그 치료의 부작용이 너무 심해 우리는 결국  항암치료를 중단하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 주치의 선생님도 아빠의 전신 상태가 호전되면 그때 다시 치료를 생각해 보자고 하셨다. 하지만 아빠의 전신상태는 다시 좋아지지 않았고 우리는 다시는 항암치료를 할 수 없게 됐다. 이 모든 사실을 겪은 후 처음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항암치료를 할 것이냐고 나에게 묻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나는 처음으로 돌아가도 항암치료를 할 수밖에 없는 선택을 내렸을 것이고 그에 따라 감당해야 하는 부작용을 겪고 그리고 항암을 중단하는 같은 선택을 내렸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피해 가기 어려운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인생의 선택 앞에 우리는 더 나은 결정을 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다. 그렇게 애를 써서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 그 결정에도 늘 우리가 감수해야 할 몫은 있다. 나는 아빠의 치료 과정을 겪으며 당연하고 단순했던 이 사실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우리는 그 모든 과정마다 우리에게 주어진 몫을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하며 나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 과정이 나에게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지고 오고 그 결과가 우리를 힘들게 할지라도 그 과정에 들어가야만 하는 때가 있다. 아빠의 치료과정이 늘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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