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꼼지파파 Dec 19. 2023

겨울이 점점 깊어질 때

늘 고마운 분들에게 드립니다.



아파트 단지를 나서는데

정문에 경비아저씨들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경광봉을 들고 이리저리 흔들며

출근길 차들을 배웅한다.

두툼한 네이비 점퍼, 네이비 바지

네이비 모자를 하고서.


그중에 한 분이 눈에 띄었는데

구부정하게 등을 구부리고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이렇게 추운 날은 그냥 안에들 계시지’


찬바람에 몸을 웅크린 펭귄처럼

서 계시는 모습이 안쓰럽다.


가을 낙엽과의 전쟁이 끝나자

동장군의 계절이 시작된다.


눈발이 날리면 어김없이 보도 블록에

뿌려져 있던 하얀 소금 가루,

잔설 위에 새겨진 빗자루 자국.


누가 뿌렸는지 누가 쓸었는지

알 필요도 없이 밟고 지나다녔다.


당연하게 누려온 것들.  


‘오늘 아침 서 계시는 그 모습에

잊고 있던 것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늦었지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


‘그리고 이런 날은 경비실 난로 앞에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전 13화 자유로를 따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