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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꼼지파파 Dec 22. 2023

까치 한 마리

까치 효과는 이렇습니다.



이렇게 추운데 나무 꼭대기에

집을 짓고 사는 까치는 입김도 나지 않는다.

가느다란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지어 놓은 집엔,

찬바람이 숭숭 들 것 같은데.


쓰레기를 버리러 아침 일찍 나갔다가

울리는 까치 소리에 뒤 돌아봤다.

높디높은 나무에 매달린 까치집,

그 옆에 흑백무늬 까치 한 마리.


”영태야 다릿거리에 나가봐라

하도 추워서 까치들이 다 얼어 죽었더라. “


초등학교 가기 전이었던 것 같다.

겨울 아침 일찍 우리 집에 해장술 한 잔

하러 오시던 동네 아저씨가 한 말이다.

 

난 얼어 죽은 까치들을 보러 개울가

다리 밑으로 갔다.

얼음 밑으로 졸졸 흐르는 물소리

나뭇가지에 앉은 까치들 우는 소리

청둥오리 두 마리가 나지막이 꽥꽥 대는 소리

얼음을 녹인 물줄기 사이로

말없이 피어오르는 물안개 소리


얼어 죽은 까치를 보러 왔는데

아무것도 얼어 죽지 않고

모두들 힘차다.


저 높은 곳에 홀로 선

까치 한 마리.

까마득한 기억의 서랍을 열어 놓는다.  

겨울은 추억하는 계절인가.

겨울은 기다리는 계절인가.


초겨울은 추억하고

늦겨울은 기다리는가.

목련가지에 꽃눈이 맺힌 걸 보았다.

추억과 기다림 모두 설렘을 안긴다.  


카페의 넓은 창에

힘차게 함박눈이 내린다.


추운 날 아침, 까치가 몰고 온

겨울의 소리들과 함박눈.


나는 이곳에 앉아 그 생생한 소리들을  

들으며 자판을 두드리고


함박눈은 창문을 두드리고


난 또다시

차 한 모금에 자판을 두드리며


참새 부리 같은

봄날의 새싹들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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