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연말연시 풍경-이렇게 모든 것이 미화될 일인가
어느 회사든 종무식을 하고 송별회를 하고 환영회를 하는 시즌이다.
우리도 한다. 아니 했다.
직장에서는 무능한데 착한 동료, 나쁜데 유능한 동료, 무능한데 나쁜 동료가 있다. 가끔... 아주 가끔...유능하고 착한 동료를 만나는 행운이 있기도 하지만 그럴 일은 잘 없지.
다른 이에 대해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이 참으로 위험한 일이지만 정말이지 얍삽하고 이기적인, 게다가 수치심을 모르는(머릿 속으로 몇몇의 얼굴이 지나가는 이 괴로움이란!) 족속들이 듬성듬성 아니 사방에 포진해 있는 이 근무 여건에서 1년 동안 업무상으로 부딪쳤던, 상호간에 애매하고 불편한 히스토리가 있는 동료들을 종무식이든 송별회든 전체 회식자리에서 마주한다. 그 중에 특히 올해를 끝으로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동료들을 마주해야 하는 것은 고역이다.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이랄까.
자.
이제부터 진풍경이다. 정말 일을 엉망으로 하고 저 혼자 신나게 놀다가는 동료는 '정말 좋은 선후배들 사이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간다'는 소감을 말하고, 누가 봐도 사회성 제로인 동료는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를 운운한다. 제일 웃기는 것은 평소 서로 뒤에서 그렇게 헐뜯던 사람들이 세상 서로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두 손을 잡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장면이다. 이 정도면 헐리우드 배우? 뿐만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공치사를 해대는지... 차마 눈뜨고 봇본다. 원수 같던 사이도 허니문이 되네. 이렇게 모든 것이 미화될 일인가.
나는 불편한 사람에게는 그런 친절이 나오지 않는다. 가식적인 것은 죽어도 못하겠다. 불편해진 사람들이 많은 조직에서는 점점 가시가 돋힌다. 뭐 왕따 비슷한거다. 지금이 그렇다. 아무리 놈놈놈이 있는 것이 자연스럽다지만 나쁜놈이 너무 많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게 느낀다. 어떤 이익으로 결탁한 세력들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서로를 북돋우며 나쁜 짓거리들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그들을 제지할 관리자나 상위 조직이 없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게 느낀다.
건강하지 못한 조직의 구성원이 점점 병들어 가는 과정을 나 자신을 실험체로 삼아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아...
새해도 참 버겁게 꾸역꾸역 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