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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

b10. 너는 이만큼

by 억만개의 치욕

2011년 3월생인 딸아이는 키가 170센티를 넘어섰다. 나를 엄마라고 부르는 두 번째 생물체.


오늘 이 아이는 혼자 비행기를 타고 부산으로 간다. 물론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아이의 성향으로 보아 크게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 나는 대견함과 서운함 사이에서 마음이 춤을 춘다.


나 혼자 보낼 3주의 시간이 숙제처럼 캄캄하다. 하루의 시작과 끝은 이 아이를 케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오늘은 끝날 것 같지 않고 내일은 올 것 같지 않다.


겨울 방학을 보내러 아빠가 있는 “우리 집” 우리의 집으로 간다. 나를 두고……


두고 가는 건 내가 하는 것이고 아이는 남겨지는 존재이거나 나와 동행하는 존재로만 살아왔다. 나는 가끔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친정 엄마에게 아이를 맡기고 여행을 갔다.


이제 내가 남겨지고 아이가 떠난다. 유학 가는 것도 아니고 시집가는 것도 아닌데 며칠 전부터 괜히 서로의 눈 맞춤이 애처롭다. 아이의 눈동자엔 나에 대한 걱정이 가득하다. 나의 언어에는 남겨지는 자의 설움이 담긴다. “그렇게 좋아?” 빈정 모드……


이 아이는 참으로 신비로운 아이다. 처음 나를 몹시도 힘들게 했던(임신성 천식으로 죽을 고비를 넘겼다) 태중 시기~ 그 후로 속 썩을 일이 없었다. 큰 애와 달리 잘 먹고 잘 자고 심지어 잘 쌌다. 돌 때부터 시작된 이 아이의 사회생활은 초록나라 어린이집 3년, 양지 유치원 3년, 초등 6년이다. 지금 중 1이니 13년 차구나…… 어딜 가도 잘 적응하고 모나지 않고 아이답지 않게 너른 품을 가졌더랬다. 어느 한 구석 빠지지 않고 잘! 정말 잘 자랐다. 몇십 개국을 데리고 다니는 동안 공항 노숙에 1성급 호텔에도 군말이 없고 아시아 전역의 로컬 음식을 잘도 먹는다. 무거운 가방에 엄청난 도보 여행도 무심히 따른다. 학교 생활도 무난하다. 남들 기준엔 우수하고 내 기준엔 평범하다. 나는 이 아이의 성격이 참 좋다. 욕심 없고 긍정적이고 사소한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이 점은 남편을 닮았다. 다행이다.


그런 내 딸이 오늘 나 없이 혼자 하노이에서 부산으로 가겠다 하니 나는 너를 보낸다.


너는 이만큼 자랐구나.

바스락거리는 햇볕을 닮은 아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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