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방 일지

7-3 이스탄불 3일 차

by 억만개의 치욕

2025.7.15.

조식을 먹고 탁심 광장을 향해 출발~ 트램을 타본다. 트램 타고 내려 버스 갈아타고 갔다.

광장에 도착하니 1928년, 이탈리아 조각가 피에트로 카노니카가 만든 공화국 기념비를 중심으로 주변의 탁심 모스크와 호텔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각종 군중 시위, 집회, 공연, 연말 행사 등이 이루어진다니 유구한 역사를 안고 있는 구시가지와는 다른 현대적인 이스탄불의 면모가 느껴진다. 탁심 모스크에 한번 들어가 보기로 한다. 우연히 예배 시간이 겹쳐 이슬람교 예배를 볼 수 있었다. 한참을 앉아 이맘(이슬람 성직자)이 꾸란을 낭송하고 예배를 주도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여성은 2층에 예배실이 있는데 남자 조카 혼자 1층 남성 예배실로 보냈다. 30분도 넘게 앉아 있었다. 시간이 좀 지나자 검은 양복을 입은 신사 몇 명이 예배실로 들어서고 그들을 촬영하는 사진사와 경호원으로 보이는 사람들까지 한 무리가 입장한다. 대통령이나 국무총리일까? 적어도 국회의원은 되어 보인다 생각하며 예배를 지켜보다 밖으로 나갔는데 출구에 작은 상자가 가득 쌓인 테이블이 있고 free라고 손짓한다. 오늘이 무슨 날인가 찾아보니 7월 15일은 “민주주의와 국민단결의 날”로 국경일이었다. 2016년 7월 15일 밤, 터키 군 내부의 일부 세력이 쿠데타를 시도하여 정부 청사, 국영 방송국, 군 본부,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 다리 등 주요 시설 점령 시도했단다. 대통령이 휴대전화 영상으로 국민에게 거리로 나와 저항할 것을 요청해 수많은 일반 시민과 경찰, 군인이 맞서 싸워 쿠데타를 실패로 끝냈지만 250여 명의 민간인 사망자와 훨씬 많은 부상자들이 발생했다고~ ㅜㅜ 남의 일 같지가 않다. 피를 먹고 자란다는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탁심 모스크를 나와 이스티클랄 거리 초입에서 시티 투어를 하는 한국인 단체 관광객이 보인다. 가이드의 설명을 슬며시 엿듣고 온 조카와 딸아이가 뭔 아이스크림을 먹고 스타벅스를 가고… 한다. ㅋㅋㅋ 이스티클랄 거리는 탁심 광장에서 튀넬 광장 사이의 보행자 거리다. 유럽풍 상점들이 늘어서 있는 이 거리에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항상 그런 건지 오늘이 기념일이라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거리를 따라 걷다 보니 아이들이 배가 고프다며 햄버거를 먹겠단다. 현지식을 먹자니 햄버거를 고집하네. 어쩔 수 없이 애들은 햄버거 시켜주고 언니와 둘이 터키 음식을 먹으러 갔다. 이름이 뭐였지? ㅋㅋ 생각이 안 난다.


다음 목적지는 페라 박물관이다. 캐나다 출신 마르셀 드자마 특별전이 있다. 현실 사회의 억압, 규범, 권위주의적 체계에 대한 풍자와 해체를 주제로 드로잉, 회화, 조각, 인형극, 비디오 아트 등 다양한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란다. 작품 하나하나가 위트 있고 유쾌통쾌하다. 내 스타일이네~ 아주 잘 감상했다. 이슬람 화가의 작품이라는 거북이를 돌보는 노파 그림도 봤다.

박물관을 나와 더 걷다 보니 스타벅스가 나왔다. 애들은 스타벅스에서 에이드 마시라 하고 바로 옆 아이리쉬 펍에서 언니와 맥주 한잔씩 마셨다. 이국적인 분위기와 맥주는 환상이다. 근데 담배 냄새 느므 싫다. ㅜㅜ

해가 지기 전에 다시 구시가지로 돌아가기로 하고 페리 타고 돌아갔다. 갈라타 다리 앞에서 애들이 자기들끼리 먼저 호텔에 가겠다고 해 보내고 언니와 예니 모스크를 한번 더 들렀다. 해질 무렵이라 채광이 더 아름답다. 천천히 걸으며 밤의 이스탄불을 눈에 마음에 담아본다.

이렇게 3일 차도 마무리~ 호텔로 돌아가 짐을 싸고 프라하로 갈 준비를 했다. 이때만 해도 다음날 나에게, 우리에게 일어날 일을 모르고 마냥 좋았었다.


인간은 큰 고통과 불행 앞에서 낙담하는가, 안도하는가.


멘탈이 무너지고 모든 계획이 뒤틀리고 당장 내일의 상황을 예측할 수 없는 사고가 이다음날에 발생했다.


기억을 더듬고 사진을 뒤져 기록한 나의 이스탄불 여행기를 쓰는 지금은 체코의 남동생 집.


원래 나는 오늘 프랑크푸르트에 있어야 했다. 첫날의 교훈. “ 탈주하라. 그러므로 갇힐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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