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ory

b45. 사파 6방-하노이에서 기차로 사파

by 억만개의 치욕

2025.11.28.

27일 목요일 밤 까오방, 후에, 사파 중에 고르라고 딸아이에게 말했다. 업무에 뭐에 답답해 죽을 것 같았다. 딸아이는 후에를 골랐다. 근데 비행기 시간이 어중간하고 비행기값도 올라버렸다. 그래도 갈까… 하는데 어디든 상관없단다. 나도 어디든 상관없었다. ‘어디로’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가는 게’ 중요한 타이밍이다. 어딜 갈까 하는데 갑자기 기차를 타고 싶네. 그래서 사파를 가기로 하고 Vexere 앱으로 밤 10시 하노이 역에서 라오까이 가는 기차를 예매했다. 이제 숙소~ 지난번 몽빌리지 갔을 때, 사실 가고 싶었는데 객실이 매진이어서 못 간 곳이 있었다. 바로 Pansi glamping~ 아고다 앱 뒤지니 룸이 딱 하나 남았다고 뜬다. 가격도 안 보고 예약 지름~ 사실 뷰 값으로 치르기에도 그리 싸진 않았다. 일단 그렇게 급 예약을 마치고 금요일.


마치고 집에 도착한 시간이 5시 30분경이었다. 아무런 준비도 안 한 상태여서 일단 딸아이 샤워 하라고 하고 간단 짐을 꾸린다. 각자 갈아입을 옷 한벌씩, 충전기, 세면도구, 스킨로션 썬크림~ 딱 요만큼에다 여권과 지갑 등을 챙긴 것이 다였다. 딸아이는 책가방에 책 비우고 짐을 넣고 나는 작은 백팩 하나에 짐을 넣고 크로스백 하나 더 매고 끝.


집에서 하노이 역까지 30분 정도로 나오지만 더 걸릴 것이다. 집에서 간단히 먹고 바로 역으로 갈까 하다가 내일 아침 먹을 게 마땅치 않을 것을 대비해 맛난 것을 먹기로 한다. 당첨된 것은 마라탕!!탕탕탕!!!! ㅋㅋ 그래서 미딩의 유명한 친구 미라탕으로 가서 마라탕 배불리 먹고 하노이역으로~ 도착하니 40분 정도 여유가 있다. 역에서 나와 길거리 카페에 앉아 비아하노이 두 캔을 마셨다.



출발 시간 다가오자 화장실 들렀다가 전광판 플랫폼 확인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기차가 생각보다 깨끗해서 놀랐다. 베트남에서 기차를 세 번 정도 탔는데 하노이-하이퐁,하노이-닌빈, 동허이-후에 구간이다. 모두 침대칸 4인실이었는데 이번이 젤 깨끗하다. 심지어 럭셔리한 2인실을 보니 탐이 났다. 난 설국열차 꼬리칸이다. ㅜㅜ 그래도 깨끗하고 과자, 바나나, 물도 프리였다. 화장실도 깨끗하고 별도의 세면대도 있다. 직원이 수시로 관리하는 것 같았다.


사파까지는 8시간~ 정확히 8시간 걸렸다. 도착하니 6시 즈음~ 역에서 내리자 새벽 공기가 코 끝을 찌른다. 와.. 이거지…라고 내가 말했다. ㅋㅋ 기분 좋은 쌀쌀함. 이미 기차 안에서 파카 껴입고 나온 터라 정말 시원했다. 내리자마자 택시 호객이 심하다. 노땡큐~ 난 버스 탈거거든. 나오는 입구에 버스 티켓 판매한다. 대합실에서도 판다. 물론 버스가 아니라 미니밴이지만 여하튼 사람 다 모이면 사파 타운까지 데려다준다.

여섯 번째 사파인데 모두 슬리핑 버스를 이용했던 건 기차보다 빨리 가기 때문이었고 늦은 밤 도착 시 호텔 드랍 서비스가 포함되기 때문이었고 계속 이용하다 보니 익숙해서였다. 기차로 온 건 첨인데 생각보다 너무 괜찮다. 기차 객실이 좀 좁지만 우린 캐리어 같은 큰 짐도 없어 불편하지 않았다. 뭣보다 다른 사람들과 좁은 4인실을 쓰는 게 불편한데 하노이에서 애기와 아빠가 우리 객실이었는데 얼마 안 가 내리고 쭉 우리 둘이 있어 그것도 운이라면 운이다.(세 번의 기차 경험은 같은 객실을 사용한 사람들로 인한 위생과 소음 문제로 헬이었다. ㅋㅋ 구체적인 건 비위를 위해 생략~)


사파 타운에 도착하니 7시 반 좀 넘었는데 숙소에 짐을 맡기고 오토바이를 빌릴까 하다가 그냥 바로 오토바이를 빌리러 가기로 하고 그전에 밥부터 먹기로 했다. 난 아침밥이 중요하지 않지만 밥순이 뚠뚠이 중딩은 밥을 먹여야 한다. 지난번에 좋은 오토바이를 빌렸던 샵에서 멀지 않은 리틀 사파에 갔는데 역시 안 열었다. 미리 찾아둔, 아침 일찍 여는 식당이 바로 근처라 그리로 갔다. 쌀국수, 볶음밥, 두부 튀김 다 맛있었다.


선플라자 스테이션 뒤에 작은 샵에서 오토바이를 빌렸다. 하루 20만 동? 비싼데?? 그래도 오토바이가 깨끗하고 지난번에도 친절했던 사장님 덕에 재방이라 그냥 오케이 했다. 출발할 때 기름 5만 동 넣었는데 두 칸 남겼다.


모아나 카페가 인생샷 스팟으로 유명하다는데 지나는 길이니 한번 가보기로 한다. 사람 많으면 당연히 안 간다. ㅋㅋ 아침이라 사람 별로 없을 것 같아서 들렀다. 9만 5 천동에 입장료+음료 1잔 콤보로 샀다. 결론은 가지 마요 여긴~ 정말 허접하다. 입장료 받는 거 양아치 아닌가요?? 음료도 세상 맛없다. 사진을 찍기 위한 조형물은 조악하고 배경을 망친다. ㅜㅜ 그래도 입장료 아까우니 사진 몇 장 찍었다. 벳남 사람들 사진 참 좋아한다. 이런 조형물이 전국에 있다. ㅋㅋ 컨셉도 비슷~~


커피는 버리고 나왔다. 가자. 목적지는 없다. 그냥 앞만 보고 달렸다. 타반 마을의 뷰 좋은 카페에 가서 쉬고 일하려고 했다.(노트북도 가져갔다. 일 하려고 ㅋㅋ) 타반 마을까지 가서 가본 길을 달려 안 가본 길을 만났다. 그래서 나는 갔다. ㅋㅋ 가는 길이 다이나믹하다. 돌아갈까 하면 좀 괜찮은 길이 나오고 뭐가 나오겠거니 하면 돌길이 당혹스럽게 한다. 길이 험하다. 돌길에서 넘어진 경험, 바퀴가 돌아버린 경험들이 떠올라 최대한 조심히 갔다. 그렇게 점점 산으로 간다. 산 정상으로 가는 길인가?? 정상에 뭐가 있겠거니 하며 계속 갔다. 전망대라도 있겠지 했는데 한참 올라가 평지를 달리더니 내리막길이 한참이다. 이제 딸아이가 나보다 무거워 내리막 돌길은 정말 힘들다. ㅋㅋ

정말로 뭣이 없다. 내려가보자. 가다 보면 어느 마을로 길이 이어질 것 같았는데 구글 지도를 보니 길이 없다. 막다른 길인가? 한참 가니 호수 같은 게 나왔다. 마을이 있겠지.. 나가는 길이 있겠지… 했는데 구씨(구글)가 길이 없단다. 그래서? 돌아가야지 뭐~ ㅋㅋ omg!!!


그렇게 내리막은 다시 오르막으로 오르막은 다시 내리막으로 지나 뷰 좋은 카페를 찾아본다. 몇몇 로컬 카페를 봤는데 땡기지 않아 그냥 sailing sapa로 향했다. 입구가 완전 급경사 내리막이라 망설이고 있는데 옆에 주차장이 있었다. 오토바이 대고 카페로 가 라떼 시키고 뷰멍 하다가 일했다. 햇살과 바람이 이런 비율로 섞일 수 있을까. 너무 완벽하다. 뷰도 좋다.

여기서 노트북으로 일 좀 했다. 일하는 것도 화가 안 날 만큼 좋은 공기~


체크인 시간이 지났고 밥도 먹어야 하고 숙소로 가기로 한다. 숙소까지 20분이 채 안 걸렸다. 근데 여기서 사고가 났다. ㅠㅠ 주차장 안쪽에 내 오토바이가 있었는데 그 뒤로 차들이 엑스자로 주차, 나갈 수가 없어서 코너로 돌아 나와 큰길로 합류하려는데 양쪽에서 차가 오고 있고 유턴하려는 곳에 차가 주차되어 있어 도는 각이 안 나왔다. 그래서 왼쪽으로 좀 더 꺾었는데 하필 바닥에 작은 돌멩이들이 많아 바퀴가 돌아버리면서 딸아이와 같이 넘어졌다. 이렇게 망쳐지다니!!! 좀 전까지의 완벽했던 오늘이 망쳐지려

했다. 다행히 무릎 살짝 까진 정도였지만 이쯤 되니 베트남 사림들의 무개념 주차문화부터 내 부주의까지 다 분노유발 원인들이다. 화가 난다. ㅜㅜ 딸아이는 나를 달랜다. 아…


그렇게 숙소에 갔는데.. ㅋㅋ 입구가 엉망이고 진흙에 내리막길… 난리다. 안될 것 같아 큰 길가에 오토바이 세우고 걸어갔다. 그리 멀지는 않은 도보 5분 정도에 예쁜 숙소가 있다. 체크인하는데 계좌이체가 안되어 짜증이 또.. 카드 하면 3프로 세금 붙는단다. 그래서 다시 이체하는데 또 안됨… 폭발~~ 걍 카드 빨리 결제하라고 눈으로 화냈다.

바깥 뷰 좋고 방갈로 숙소도 깔끔하다. 너무 힘들어 일단 좀 누웠다. 좀 있으니 직원이 웰컴티라고 생강차를 주네. 설탕물에 썰은 생강? 좀 팔팔 끓여주지..


쉬었다가 밥 먹고 오토바이 반납하러 가기로 했다. 원래 가는 바베큐 식당이 있는데 오늘은 다른 곳, 사파 호수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너무 맛나다. ㅋㅋ배 터지기 직전까지 먹었다.


그러고 오토바이 반납했다. 숙소 가는 길이 어둡고 험해 너무 늦지 않게 가기로 했다. 숙소 가서 카페에 가자고.. 어두워 밖은 잘 안 보이지만 카페는 아담하고 예쁘다. 숯도 피워줘 따뜻하다. 나는 맥주를 시키고 딸아이는 아보카도 스무디를 시켰다. 방으로 가는 길에 맥주 2병을 더 주문해서 방 테라스에서 별 보며 노래 들으며 마셨다.


그렇게 토요일이 지나고~


2025.11.30.

늦잠을 자기로 했지만 안된다. ㅎㅎ 일찍 잠 깨서 서울 자가 김부장 보고 바깥 풍경도 찍고 스트레칭도 하고.. 8시쯤 딸아이 깨워 밥 먹으러 갔다. 조식은 음식 하나, 음료 하나 고를 수 있단다. 대충 고르고.. 앉았다. 근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다 먹었다. ㅋㅋㅋ 이런 공기에 이런 햇살에 이런 뷰라면 뭐든 맛있는 건가? ㅎㅎㅎ


밥 먹고 방으로 가서 씻고 짐 챙기고 11시까지 나는 일을 하고 딸아이는 휴대폰 보고 쉬었다.


체크아웃하고 사오비엣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기로 한다. 트레킹을 대체한 거다.. ㅋㅋㅋ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사파 광장까지 30분 정도밖에 안 걸린다. 11시 30분쯤 도착했고 버스는 1시 출발이고 광장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니 1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아침에 딸아이가 호박 스프 한 그릇만 먹은 터라 이르지만 점심을 먹여 가기로 한다. 6시간 버스 타야 하고 저녁도 늦어질 텐데 뭐라도 먹이려고 리틀 사파로 갔다. 가볍게 두부튀김이랑 양념치킨 시켜 난 맥주도 ㅋㅋ 밥은 거의 안 먹었다. 그래도 딸아이가 치킨과 두부를 잘 먹는다.


이제 버스 타러 가자! 사오비엣 오피스로 가는 길에 사파 엽서와 마그넷 샀다. 7만 동~ 이제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여행자 마인드로 쿨결제. 바로 옆 군밤도 1키로 7만 동 쿨결제하고 걸어갔다. 표 바꾸고 30분 남네. 딸아이는 오피스에 있겠다 해서 혼자 바로 앞 시장에 갔다. 실내 시장에 약초와 말린 과일, 옷등을 파는데 사람이 없다. 밖으로 나오니 다육이가 예쁘다. 각종 신선 야채와 약초를 판다. 대나무 통밥을 팔길래 5개 5만 동 주고 샀다. 집 가서 구워 먹게… 10개 살걸 그랬나?? ㅋㅋㅋ


그렇게 2박 2일 차 나는 지금 하노이 가는 버스 안이다. 지금까지의 사파는 춥고 비 오거나 더웠던 기억만 있는데 마지막 사파는 알맞게 기억될 테다.


또 베트남에 와도 사파는 못 오겠지? 하며 딸아이와 교감했다.


굿 굿바이 해서 좋다. 굿바이 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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