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똥 <권정생 글 / 정승각 그림>
“동화에 웬 똥이 나오고, 왜 그렇게 어둡냐고요? 그게 진실이기에 아이들에게 감추는 것만이 대수는 아니지요. 좋은 글은 읽고 나면 불편한 느낌이 드는 글입니다.”
너무도 유명한 책을 잡으면서 동어반복으로 지면을 낭비할까 저어하기는 하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고, 애니메이션으로도, 연극으로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대단한 그림책이지만, 그럼에도 내겐 그만큼 소박한 마음이 함께 하는 요상한 책이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었을 때 정승각 작가의 그림과 절묘하게 어울려 한 줄기로 흘러내리던 그런 책이기도 하다. 권정생 선생님은 <녹색평론>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먼저 접하게 된 분이다. 김종철 아저씨가 생태사상가로서 매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던 분이니까 결이 비슷한 이들의 이름 석자가 오르내리고 곁가지로 알게 되는 그런 것 말이다. 아이 덕분에 그림책으로 나온 작품도 여러 편 읽게 되고, 실제 동화책까지 접하게 되니 실로 제대로 뺏어 읽은 그림책이 아닐 수 없구나.
권정생 선생님이 그렇게 큰 울림을 가질 수 있으셨던 것은 결국 살다 간 삶과 사상이 동일했기 때문일 것이다. 책으로, 이오덕 선생님과의 서신으로, 유언장으로 그렇게 간접적으로 알음알음 알 뿐이겠지만 그 속을 관통하는 선은 뚜렷한 일관됨이 느껴진다.
‘세상의 가장 낮고 약한 곳으로 시선을 두는 마음.’
그 마음의 첫 시작이 <강아지 똥>이란 것도 참으로 공교롭다. 그 짧은 동화 속에는 선생님이 자연스럽게 시선을 거두는 방향, 한 번씩 찾아주었던 벗의 따뜻함, 평생 자신을 아프게 했을 현실의 고단함, 그럼에도 마지막 작은 꽃을 피우고 싶었던 마음들이 빛나는 ‘오소리네 집 꽃밭’처럼 소복하게 담겨 있다. 그의 초기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보면 마지막 가는 길 자신의 생을 투영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만큼 일관되었다고 생각하면 일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문장 하나하나에서 그 사람이 느껴진다는 마음을 이해할지? 대게 우리는 시를 읽을 때 그런 경험을 하곤 한다. 그렇다면 내게 그의 동화집은 시와도 같겠다. 공들여 매만진 듯한 문장들이 어두운 방안에 켜진 촛불같이 단단하게 명암을 잡아준다. 서러우면 함께 쯧쯧 거리고, 엉엉 울면 안쓰러워 찌푸려지고, 함께 친구를 가여워하게 되고, 쓸쓸한 밤 추위에 한기를 느끼게 된다. 그 결이 되어 따라오는 감정 그 너머의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온 힘으로 민들레를 껴안아 버리는 대목에서는 매번 울컥하게 되는데.
“어머나! 그러니? 정말 그러니?”
어쩜 그렇게 아름다운 문장을 쓸 수 있을까 말이다. 그건 아마 문장이 여러 개로 겹쳐 보이는 착시를 만들어 주기 때문일 것이다.
모르겠다. 아이들은 어떻게 느낄지. 강아지 똥이 정말 비와 함께 자디잘게 부서지는 순간 상실감을 느낄 것인지, 그 부스러기가 오색으로 빛나며 흙으로 스며들 때 또 다른 감정이 올라올지. 그리고 민들레의 뿌리를 통해 줄기를 타고 올라갈 때 사랑이 함께 할는지. 그렇지만 이상한 감정을 느낀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이다. 읽고 나면 다소 불편한 느낌이 드는 글 말이다.
슬픈 동화는 예의 그런 울림을 주는 것 같다. 성냥팔이 소녀가 그러하고 플란다스의 개가 그러하고 행복한 왕자가 그러했다.
그리고 나는 <강아지 똥>이 이런 고전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소중한 작품이라고 감히 얘기할 수 있다.
<별책 부록>
무조건 정공이지.
백창우 아저씨의 [노래하는 강아지 똥] 앨범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어린이를 위한 동요, 어린이들이 지은 시에 붙인 노래, 아이들과 함께 굴렁쇠 노래패를 구성하여 방방곡곡 공연, EBS 스페이스 공감까지 출연.
음악을 통해 아이들을 진정으로 대변하는 백창우 아저씨가 비슷한 권정생 선생님과 만났다.
본 앨범은 동화책 줄거리를 천천히 따라가며 강아지 똥이 느끼는 마음을 따뜻하게 이야기해 주는 컨셉 앨범이다. 그림책을 읽지 않아도 재미있지만 그림책을 읽고 들으면 또 다른 상상으로 음악을 대할 수 있기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일반적으로 컨셉 앨범이란 너무 오버하면 어거지가 좀 들어가지 않나? 이 앨범이 멋진 것은 이 열네 곡들이 그냥 들어도 훌륭한 하나의 완결성을 가진 완성도에 있다.
별이 되고 싶어
나는 누구일까
추워
똥, 똥, 똥 강아지 똥
속상해
울지 마
너는 어디에서 왔니
난 이제 어떻게 될까
언젠가는 너도 귀하게 쓰일 날이 있을 거야
안녕
눈이 와요
봄이 왔어요
민들레는 별처럼 꽃을 피우지
강아지똥
아마 그림책을 읽으셨던 분은 이 제목이 암시하는 장면이 자연스레 연상이 되는 경험을 할 것이다.
그중 마지막 피날레로 마무리를 해 보자. 초등학생 아이들의 그림이 함께 하는 영상이라 더 즐겁다.
역시 정공이다.
백창우와 굴렁쇠 아이들 [노래하는 강아지 똥] 2009년 <강아지 똥>
https://youtu.be/r4pHCI9xLPM?si=TvV-zrHSuH7wOPu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