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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ff Jung Jul 08. 2023

너, 비 같아...

Morphine <You Look Like Rain>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음악들을 얘기하는 와중에 문득 떠오르는 단상으로, 확실히 취향이라는 것이 있다 라는 게 느껴진다.

나도 모르게 안으로 굽는 형태가 있는 것이다.

가장 크게 통칭해 보았을 때 밝고 신나는 음악보다는 무언가 음울하고, 느리고, 흐느적거리고, 혹은 극단적인 쪽으로 화살이 가곤 한다. 물론 취향은 있되 선입견은 없으려고 한다만.

고대의 시간들을 거쳐가며 그게 내 몸에 맞는 약이다 라고 체화되어 있지 않을까? 세상에 뿌려진 이 수많은 음악 속에서 정해진 시간 내에 헤엄을 치려면 내 몸이 원하는 것부터 골라 먹고자 하지 않겠는가.


이 축축한 음악들을 통칭해 싸이키델릭한 양념이라고 이름 지어 보자.

삶이 팍팍하냐 이눔아, 왜 세상 어두운 곳으로 기어들어가려고 하누.

그럴 리가… 사이키델릭이란 말은 60년대 만들어진 싸이키델릭 록 이란 카테고리 그런 것보다는, 이젠 하나의 요소로 받아들여 수많은 장르, 분위기에 이식되는 감초가 되었다.

한국어로 얘기할 때는 ‘몽환적’인 무엇.이라 명명된 모든 곳에 통용되는 도구.

바삐 사는 한국인들은 일상에서 벗어났을 때 깨부수고 잡고 뜯는 것보다는 때론 그런 섬세한 결로 가져다주는 휴식을 더 원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비트들은 중독적이란 단어를 쓰기에도 적합한 매력이 함께 한다.


마트에 가면 굴소스도 있고, 치킨 스톡도 있고, 참치액젓도 있는데 어느 요리에 넣어도 맛을 묘하게 빛내어 주는 그런 양념.

아마 나는 이 부스러기에 중독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윤신 작가님이 https://brunch.co.kr/@enchantshin/340  일전 언급했던 Khruangbin크루앙빈을 들어본 이들은 쉽게 이렇게 얘기할 것이다. 무언가 몽환적이고, 나릇 하고, 감성적이야…

백예린의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를 들으며 묵직한 리듬을 선사하는 위로 키보드와 코러스에 녹아드는 몽환적인 감성 같은 양념들.

사비나앤드론즈 그녀가 읊조리는 이야기에 속삭이듯 화답하는 기타가 어울리는 <우리는 가슴만으로 사랑했네>가 불 꺼진 방 안에서 퍼져나갈 때.


뭐 그런.


그런 양념으로 이쁘게 포장을 해 주는 음악들이야 이젠 세상에 얼마나 많겠는가 하니, 때로는 정말 원초적으로 싸이키델릭한 음악에 빠져들어 보기도 한다.

이것은 꽤나 약물 농도가 높게 되는데 오래 듣다 보면 건강에는 그닥 좋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쁜 것은 고약하게 더 하고 싶은 법.

잘 알려진 Velvet underground 벨벳 언더그라운드 바나나 앨범을 정직진하는 것도 좋고, grateful Dead 그레이트풀 데드의 라이브 앨범을 듣는 것도 좋겠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는 한켠으로 물려 놓고 조금은 현대적인, 그렇지만 진득허니 싸이키델릭 한 풍경으로 가득한 음악을 소개하고 싶다.


선택지가 두 가지가 있다.

Cowboy Junkies 카우보이 정키즈 의 1986년도 앨범 [Whites Off Earth Now!!]의 첫 곡 <Shining Moon> https://youtu.be/Wu3Va89op3M 을 선택적으로 한번 맛보며,

만약 “어! 이 플로우는 완전 내 취향인데?” 이런 생각이 드는 이가 있다면 전체 앨범을 감상해 보기를 권한다. 그 취향이 융단폭격처럼 흘러나와 나중에는 머리가 어질어질 얼얼할 정도일 것이다.

약물이 꽤 쎄서 하루를 망칠지도 모르겠다.

내 취향이 아니라면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접기를 바란다.


또 하나는 짧은 소곡이다. 꽤 매력적이어서 소개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본 글의 시작 지점이기도 하다.

참 재미있는 것은 이 밴드의 편성에 있다. 3인조인데 드럼 / 베이스 / 색소폰이다.

이런 밴드 체제를 참 보기 어려운데 이 매력이 또한 곡 안에 완벽하게 농축되어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멋지고 유니크한 편성을 백 퍼센트 그들의 음악에 잘 활용했으면 좋았을 텐데… 전체적인 앨범의 완성도를 얘기할 때에는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그래도 멋지지 않나? 이 곡만큼은.

첫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순간 당신은 깜짝 놀랄 것이다.

그리고 제목 봐라.  “너, 비 같아.”

아! 마….이것은 견딜 수 없는 고풍스러운 추임새 같아.

다시 한번 되뇌이니 글이고 뭐고 다 닥치고

이런 허튼수작으로 난 못내 아가씨나 꼬시러 가야 하겠다.



Morphine 몰핀 <Good> 1992년 <You look like Rain>

https://youtu.be/zl4Qc8DOR3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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