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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ff Jung Dec 19. 2023

남녀 무희의 얽힌 다리처럼

Astor Piazzolla &El Conjunto Electronico

한국에서 Astor Piazzolla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음악을 접했던 이들의 상당수는 왕가위의 영화가 계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나로서는 딱 그대로의 과정으로 그의 이력과 탱고 음악이란 독특함에 빠져들었다. [해피 투게더]에서 가려 뽑은 <Milonga for Three>와 <Finale (Tango Apasionado)>의 아득함을 어찌 쉽게 거부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우리의 장국영과 양조위가 서로 사랑하고 물어뜯는 연인으로 분한 영상에서 말이다. [Rough Dancer And The Cyclical Night]란 불그스름한 CD를 마침내 손에 넣었을 때 떠나간 미자를 그리워했던가 모르겠지만, 적어도 시적인 아름다움에 홍조를 띠며 행복해했던 기억은 분명하다. https://youtu.be/1e7_WE1tkSQ?si=9RJNE4SzM5SP7kL3

영국과 미국 음악만 즐비하고, 나머지 국가는 싸잡아서 월드 뮤직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어버리는 폭력성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를 통해 남미 대륙의 어딘가에서 울려 퍼지는 독자적인 음악 형태를 접해보았던 것은 개인적으로 시야를 넓히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과연 죽기 전에 갈 일이 있을까 싶은 어디메 국가의 전통 음악을 말이다.


사실 탱고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오리지날을 먼저 접해야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탱고는 그 자체로 춤곡이 아닌가. 춤을 추기 위한 음악에서 기능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 Astor Piazzolla는 여기에서 감상용 탱고의 영역을 개척해 나간다. 즉, 그의 음악은 콘서트 홀에서 귀로 듣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춤을 추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대신, 여러 음악장르, 악기들을 전통에 함께 접목시켜 새로운 탱고 음악을 완성했다. 춤출 이 없는 나 같은 골방지기에게는 딱 어울리는 방향이겠다. (악!)

아르헨티나의 전통과 같은 탱고에 먹칠을 한다고 대차게 까는 이들이 있었던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나, 그를 통해 Nuevo Tango 음악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랑받는 하나의 장르가 되었으니 결과적으로 그가 걸어간 발자국은 선구자가 되었다.


탱고 음악의 매력은 긴장감에 있을 것이다. 춤 또한 우아하게 돌아나가는 왈츠의 무도회와는 완벽히 대척점에 있다. 바짝 다가 선 남녀가 서로 리드하는 그 순간을 잡아 합일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처럼, 음악은 느슨함이라고는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탱고 음악을 오랜 시간 동안 듣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단 생각도 해 본다.

탱고 음악의 그 날 선 긴장감을 대표하는 데 반도네온은 최고의 악기 자체이다. 그러나 이 악기는 일면 다르게 활용한다면 느슨한 풍부함 또한 가지고 있다. 때로는 그 새 같은 울림이 하모니카처럼 향수 어린 추억을 자극하기도 한다. 그렇게 보자면 탱고 음악은 여러 복합적인 감정들이 서로를 바라봐 달라고 내세우는 긴장의 음악이란 생각도 해 본다. 남녀 무희의 얽혀 있는 다리처럼 여러 가지 심상이 겹으로 다가오는 이 마음을 좋아한다.


그러하기에 그의 여러 오리지널 앨범들, 연주자들이 편곡한 앨범들 또한 다채로운 풍경들을 가지고 있다. 각자 좋아하는 앨범들이 있을 터인데 이 글의 취지에 맞게 내가 애정하는 하나의 앨범을 소개해 보고 싶다.

나로서는 전자악기와 리듬을 보강한 시점의 앨범을 편애하는 경향이 있다. 1976년 그의 후기작인 [Piazzolla & El Conjunto Electronico] 앨범은 Electronic이란 단어가 있는 것처럼 8인조 소규모 악단이 내보이는 에너지가 여느 앨범의 풍경들보다 더 강렬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악기의 편성에는 전통적인 반도네온, 피아노, 플루트 외에도 전기 기타, 전기 베이스, 신디사이저, 퍼커션, 색소폰까지 합세하여 리듬적인 부분을 탱고의 절묘한 간절함과 함께 보강하고 있다. 그 어느 이름 모를 부에노스 아이레스 콘서트 홀에서 말이다. 호불호가 있을 만하지만 그의 에너지를 느끼는 데 이만한 연주 녹음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 즐길 포인트로, 세 곡에 Jose Angel Trelles 호세 앙헬 트레예스라는 아르헨티나 가수가 함께 한 연주가 포함되어 있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창법으로 부르는 그의 마음은 가사 하나 알지 못하더라도 이해할 것 같이 다가오기에 또 다른 감동을 전해준다. 연주가 대부분인 피아졸라의 음악에서 신선하기도 하고 말이다.


앨범 선곡을 고민하면서 처음에 소개하는 취지에 맞게 8인조의 에너지를 대변하는 곡으로 선곡하려다가 보컬이 있는 곡으로 마음을 바꾸었다. 보컬의 정취까지 더해서 9인조가 되면 좋을 것 같아서이다. 앨범 단위 감상하실 분들은 별도로 또 다른 에너지를 받으실 터이니.


그의 음악을 들을 때 마다 느끼지만.

그 어느 나라에서 전해 내려오는 유구한 뉘앙스, 존경받아 마땅하다.


Astor Piazzolla [Piazzolla & El Conjunto Electronico] <Balada Para Mi Muerte> (1976, Live in Buenos Aires)

https://youtu.be/3wxz5JPjRks?si=VrZ3vdwZEKOk8iuK


헉! 램즈이어 작가님께서 댓글로 가사를 음미하고 싶으신 것 같아 추가 업데이트합니다.

사실 구구절절하게 부르는 이 가수의 마음을 알고 싶어 확인했더니 엄청나네요. 이 비장미가 이런 것일 줄이야.... 가사를 따라가며 들어보니 거의 오페라군요.

참고로 영문 제목은 <Ballard for my Death>로써 역시 유명한 Piazzolla의 곡입니다.

그리고 자매품으로 이어지는 곡은 <balada para un loco> 미치광이를 위한 발라드로 이 앨범은 마감합니다.



Moriré en Buenos Aires Será de madrugada

난 이른 아침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죽을 거야

Guardaré mansamente las cosas de vivir

삶이란 것을 온유히 간직하고

Mi pequeña poesía de adioses y de balas

작별 인사와 총알에 대한 나의 작은 시

Mi tabaco, mi tango, mi puñado de esplín

내 담배, 나의 탱고, 내 한줌의 분노

Me pondré por los hombros de abrigo toda el alba

하루종일 코트처럼 내 어깨 위에 걸치네

Mi penúltimo whisky quedará sin beber

마시지 않은 두번째 위스키는 그대로이고

Llegará tangamente, mi muerte enamorada

탱고처럼 다가오는, 사랑에 빠진 나의 죽음

Yo estaré muerto, en punto, cuando sean las seis

6시가 되면 난 죽어 있을 거야


Hoy que Dios me deja sonar

하나님이 내게 꿈을 꾸게 하신 오늘

A mi olvido iré por Santa Fe

망각 속에서 Santa Fe를 지나간다

Sé que en nuestra esquina vos ya estas

당신은 이미 우리 모서리에 있다는 것을 알아

Toda de tristeza hasta los pies

발끝까지 가득찬 슬픔

Abrázame fuerte que por dentro

나를 꽉 잡아줘

Oigo muertes, viejas muertes

죽음이 들려, 오래된 죽음들

Agrediendo lo que amé

내가 사랑했던 것들을 공격하고

Alma mía

나의 영혼이

Vamos yendo

지고 있어

Llega el día

그날이 오네

No llores!

울지 마.


* 오리지날 곡 나레이션 추가 (이 곡에선 생략)

Moriré en Buenos Aires Será de madrugada

난 이른 아침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죽을 거야

Que es la hora en que mueren los que saben morir

죽는 법을 아는 이가 죽는 시간
Flotará en mi silencio la mufa perfumada

내 침묵속에 퍼지는 향기로운 불운

De aquel verso que nunca yo te pude decir

네게 결코 말할 수 없었던 그 구절에서
Andaré tantas cuadras y allá en la Plaza Francia

난 프란시스 광장에서 너무 많이 헤메이고
Como sombras fugadas de un cansado ballet
지친 발레에서 탈출한 그림자처럼

Repitiendo tu nombre por una calle blanca

흰 거리에서 네 이름을 되뇌네
Se me irán los recuerdos en puntitas de pie

추억은 발끝으로 사라져가겠지


Moriré en Buenos Aires Será de madrugada

난 이른 아침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죽을 거야

Guardaré mansamente las cosas de vivir

삶이란 것을 온유히 간직하고

Mi pequeña poesía de adioses y de balas

작별 인사와 총알에 대한 나의 작은 시

Mi tabaco, mi tango, mi puñado de esplín

내 담배, 나의 탱고, 내 한줌의 분노

Me pondré por los hombros de abrigo toda el alba

하루종일 코트처럼 내 어깨 위에 걸치네

Mi penúltimo whisky quedará sin beber

마시지 않은 두번째 위스키는 그대로이고

Llegará tangamente, mi muerte enamorada

탱고처럼 다가오는, 사랑에 빠진 나의 죽음

Yo estaré muerto, en punto, cuando sean las seis

6시가 되면 난 죽어 있을 거야

Cuando sean las seis

6시가 되면

Cuando sean las seis

6시가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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