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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Sep 26. 2022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미지=예스24)



김연수 작가의 장편소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을 한번 들어 보셨나요? 이 소설은 입양아가 부모를 찾아오는 뼈대 줄거리에 사람과 사랑 그리고 오해에 관한 이야기가 덧붙여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차가운 느낌이 살짝 나는 책이였습니다. 



심연(深淵): 깊은 못.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든 구렁 또는 뛰어넘을 수 없는 깊은 간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네이버 국어사전-


조금더 이 소설책이 나타내고자 하는 이야기를 하자면 사람과 사람사이에 심연(深淵)이 존재 한다는 것 입니다. 대부분 사람은 상대방의 심연을 만나면 주춤하거나 돌아서게 되죠. 그러나 건널수 없을것 같은 심연을 사이에 두고 상대편과 말을 걸고 이야기를 나누면 비로써 우리만의 스토리가 만들어 집니다.

우리는 다 남이 짐작할수 없는 나름의 깊은 '심연'이 있습니다. 타인이 나의 심연을 봤을때 거기서 멈추거나 이해할려는 노력을 포기할려는 사람도 있지만, 반면 이해하고 감싸 안아 줄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고맙게도 함께 할려는 사람이 있죠. 같이 아픔을 거닐면 아픔은 저 깊은 심연속으로 사라져 가라앉게 됩니다.

그래도 나의 심연을 혼자 보는 것은 힘들고 괴로운 일입니다. 스스로 그 깊은 연못에 빠져들때도 종종 있죠. 죽은 시체가 떠오르듯 나의 심연의 바닥으로 부터 찌꺼기가 떠오르는것을 마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이런 심연은 본인에게 도리어 글을 쓰는 원인과 계기가 될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글을 통해 마주하게 되는 심연의 모습으로 오히려 치유와 회복이 일어날수도 있습니다. 글의 신비한 힘이고 능력이죠. 


예로 여기 브런치에 나의 과거의 아픔과 슬픔 또는 현재의 괴로움과 흔들림을 담담히 적을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우린 같이 아픈 과거와 현재를 거닐수 있죠. 그러면 아픔을 수치적으로 나눌수는 없어도, 아픔으로부터 같이 멀리 갈수는 있습니다. 결국 아픔이 보이지 않게 되지요.


(픽사베이)


우리는 세상을 살다보면 흔들리거나 울렁이는 일을 만나게 됩니다. 바람에 흔들리고 때론 폭풍우에 뿌리가 뽑힐것 같은 느낌도 받기도 하죠. 만약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인생의 흔들림은 결국 온전한 삶의 일인것 같습니다. 



나무가 흔들리는 것은 원래의 자세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네. 그게 살아 있는 것들의 힘이야. 파도는 아무리 높게 일어나도 항상 수평으로 돌아가지. -이어령 교수의 '마지막 수업'중-


그렇습니다. 파도는 결국 바다로 돌아가 수평이 되고, 바람의 흔들림은 결국 원래 자세로 돌아가는 겁니다. 그래서 참으로 인생의 신비함에 어지러울 정도입니다. 지금은 너무 낙망하고 지치지만 결국은 원래 자리로 돌아오게 되지요. 

우리는 바람을 볼수 없지만, 유일하게 송홧가루가 날릴때 만큼은 노랗게 흔들리는 바람의 육체를 볼수 있다  -이어령 교수의 '마지막 수업'중-


인생은 고요할때보다 흔들릴때 그 참모습을 알수 있을것 같습니다. 파도, 파동, 흔들림... 이런것들이 특별한 일이 아닌 인생의 한부분이라 생각하니 고난이나 힘듬이 제인생에 다가와도 조금은 당당할것 같습니다. 인생의 참모습은 꼭 좋은것 만으로 채워지는게 아닌것 같아요.


# 울 림

울림: 소리가 무엇에 부딪쳐 되울려 나오는 현상 또는 그 소리.
[물리 ] 진동수가 약간 다른 두 개의 소리가 간섭을 일으켜 소리가 주기적으로 세어졌다 약해졌다 하는 현상. -네이버 어학사전-


세상의 모든 물체는 나름의 고유 진동수를 가진다고 합니다. 가만 있는 존재가 없다고 하죠. 제가 좋아하는 우주를 봐도 가만 있는 천체는 없어요. 다들 움직이죠. 이런 떨림이 없으면 아주 이상한 존재가 됩니다. 이런 이치는 우리 사람에게도 적용된다고 봅니다. 

사람에게는 다른 표현으로 '울림'이 있어야 합니다. 말에서 행동에서 글에서 이런 '울림'이 있어야 합니다. 역설적이게 힘들거나 괴로울때 더욱 '울림'이 커집니다. 사람들은 종종 그런 울림에 감동하고 공감하게 되지요. 정작 본인은 아파하는데... 아파도 우리는 이겨내고 울림을 만들어야 합니다. 소리가 어딘가 부딪혀 뭍히지 않고 되울려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치유되고 회복될것 같습니다. 그래야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수 있을것 같습니다. 

슬픔이 파도처럼 덮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사람도 있는거야 -영화 헤어질 결심 대사중-


단지 우리는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각자의 파도앞에 오롯히 서있게 됩니다. 파도의 거친 정도는 사람마다 다 다르게 느낄겁니다. 그런 각자의 파도를 마주할때 우리는 우리 자신만의 울림을 만들어야 겠습니다. 어짜피 파도는 결국 바다의 수평으로 되돌아 갈꺼니깐요. 갑자기 생각난게 인생에 맛이 있다면 '달콤쌉사름'한 맛이 날것 같습니다.

(픽사베이)




[ 에필로그 ]

우리는 살다보면 좋은일, 기쁜일만 있을수 없습니다. 기막힌 일이나 부당한 일이라 느껴지는 일이 생기면 화가나고 포기하고 싶은 것이 자연스러운 마음일 것 입니다. 조용했던 바다에 파도가 일렁이게 되면 한순간 생각과 몸이 굳어지게 되지요. 당연 합니다.

다만 이글은 잠시 잊고 싶은 일이 있거나 힘든 상황으로 어려운 일에 처한 분들에게 잠시 휴식이 되시라 하는 의미로 적은 가벼운 느낌의 글입니다. 당연히 저는 힘들어 하는 분들의 마음상태나 생각을 오롯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힘내시라는 뜻으로 이리 적어 보았습니다.

우리는 비바람에도 꿋꿋한 바위같은 인생을 살고 싶지만, 정작 끊임없이 흔들리는 나무가지와도 같은 삶을 사는 것 같아요. 흔들리고 지치는것은 아주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너무 힘들어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힘듦을 딛고 일어 서는것은 뜻밖에도 내밖에 있지 않고 내안에 있는것 같습니다. 비슷하게 흘러가는 인생이지만 '특별한' 당신을 위해 힘을 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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