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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Sep 21. 2022

가을로부터 오는 소리

문득 티브이 소리를 끄고 조용히 쉬고 있는데, 오늘 밤에 유달리 귀뚜라미 소리가 내 귀를 간질럽혀요. '지링지링' 소리를 들으니 벌써 가을이 올려나 하는 기대가 생기게 됩니다. 가을이 되면 누가 떡을 주는 것도 아닌데, 괜스레 가을이란 계절이 기다려지네요.





귀뚜라미의 소리는 저주파의 소리가 아닌 고주파의 소리를 내는 것 같이 들려요. 그런데 이 소리를 가만 들으면 마음이 평안함을 느낍니다. '끼르르 끼르르' 이 소리가 시원한 느낌도 나고요. 우리는 곤충이 내는 소리에도 평안을 느끼는 것을 보면 자연이라는 지구가 내는 소리에 귀를 좀 더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파도가 그르릉 내는 소리, 바람이 나뭇잎 사이로 스쳐 지나가는 소리, 개울물이 바위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는 소리, 빗방울이 창가를 스치며 미끄러지는 소리...



이런 이쁘고 담백한 소리에 우리도 같이 반응하면 자연으로부터 풍성하게 내 마음을 채우는 평안과 안식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도 창문을 조금 열어놓고 조용히 밖을 느끼면, 귀뚜라미 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들립니다. 5분이라도 좋으니 아무것도 안 하고 마냥 이 소리에 집중해 봅니다. 한 마리가 아닌 여러 마리의 귀뚜라미가 합창을 하며 이 밤을 운치 있게 만드네요. 오늘따라 달빛도 은은하고 맑은 소리를 내는 듯합니다. 그 곁을 지나가는 구름도 솜털같이 부드러운 소리를 내는 것 같고요.





브런치를 하기 전에는 이런 이상한(?) 행동과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요즘 이런 감성이 나도 모르게 나오네요. 글을 쓴다는 것은 이성뿐 아니라 감성도 자극하나 봅니다. 세상 오래 살고 볼 노릇입니다. 제가 이런 글을 쓰고 있을 줄은 얼마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했거든요.



글을 쓴다는 것은 타인에게 나의 생각과 주장을 전달하고 제시하는 것이 다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글쓰기로 진작 내가 바뀔 줄은 몰랐습니다. 글을 통해 타인의 생각과 판단에 영향을 주는 힘이 있듯이, 글의 힘이 나의 생각과 사고도 바꿀 수도 있구나 하고 느껴집니다. 



가을이 이제 코앞임을 오늘 귀뚜라미 소리로 알아차렸는데, 제가 좀 더 감수성이 뛰어났으면 사실 바람소리, 달 소리, 구름 소리, 빗소리로도 알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쭉 글을 쓰면서 이런 감수성도 같이 느낄 수 있는 게 신기해서 이번 글을 적어 보았습니다. 여러분도 가끔은 창문을 열고 온전히 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자연이 주는 소리와 감성을 살며시 느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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