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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Oct 01. 2022

이그 노벨상(Ig Nobel Prize)

혹시 여러분은 '이그 노벨상'이라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아마 '노벨상'은 아실 텐데 '이그 노벨상'은 처음 듣는 분이 많으실 것 같아요. 노벨상은 매년 10월 스웨덴 왕립 과학원에서 선정하여 인류 문명 발전에 공헌한 사람에게 수상합니다. 이그 노벨상은 노벨상 선정 한 달 전인 매년 9월에 시상합니다. 그럼 짝퉁 같은 '이그 노벨상'에 대해 한번 알아볼까요?

[ 이그 노벨상 ]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유머 과학잡지인 《애널스 오브 임프로버블 리서치(AIR)》가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1991년 제정한 상이다. '다시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기발한 연구나 업적을 대상으로 매년 10월경 노벨상 발표에 앞서 수여된다.

노벨상을 풍자해 만든 상으로, 가공인물인 이그나시우스 노벨(Ignacius Nobel)에서 이름을 땄다. 여기서 '이그노벨(Ig Nobel)'은 '고상한'을 뜻하는 영어 단어 '노블(noble)'의 반대말로 '품위 없는'을 뜻하는 '이그노블(ignoble)'과 상통한다.

하버드대학교의 샌더스 극장에서 시상하며, 행사 포스터에는 로댕(Auguste Rodin)의 〈생각하는 사람〉이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에는 고정관념이나 일상적인 사고로는 생각하기 어려운 발상 또는 획기적이고 이색적인 업적을 뜻하는 발상의 전환이 내포되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이그노벨상 [Ig Nobel Prize]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이그 노벨상의 공식 마스코트인 '냄새나는 사람' / 출처=AIR)



이그 노벨상은 시상금도 없는데도 수상자들은 자비를 들여 시상식에 참여하며 즐거워한다고 합니다. 실제 노벨상 수상자도 이그 노벨상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나름 30년 넘는 전통과 권위를 가지고 있다 할 것입니다.

올해 9월 15일에 이그 노벨상의 10개 부분 수상자를 발표했는데요. 그 면면을 살펴보죠.

1. 문학상 (미국 메사추세츠 공대) : 법률 문서가 어려운 이유 분석

2. 평화상 (중국과학원) : 진실 또는 거짓말을 할 때 결정을 돕는 알고리즘 개발

3. 경제학상 (이탈리아 카타니아대) : 성공은 재능보다 운 좋은 사람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

4. 미술사상 (네델란드 왕립약학회) : 고대 마야인의 그릇에서 술과 환각제를 제식에 이용했다는 증거 발견

5. 공학상 (일본 지바공대) : 손잡이를 돌리는 효율적인 방법

6. 응용심장학상 (네델란드 암스테르담대) : 첫 만남에서 서로 이끌릴 때 심장박동 수가 일치한다는 증거 발견

7. 물리학상 (미국 웨스트체스터대) : 오리 새끼가 줄을 지어 헤엄치는 이유 연구

8. 의학상 (폴란드 바르샤바의대) : 항암 치료 부작용에 아이스크림이 도움 된다는 연구

9. 생물학상 (브라질 상파울루대): 전갈의 짝짓기에 변비가 미치는 영향 분석

10. 안전공학상 (스웨덴 과학자 마그누스 장) : 사슴과인 무스 모양의 충돌시험용 더미 개발






유쾌하고 과하게 까지 보이는 이런 연구들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것도 놀랍지만 발굴해 내는 주최 측(AIR)의 관심과 노력도 대단해 보입니다. 



이런 기발한 연구에 대한 시상은 조롱이나 과한 관심으로 볼 수도 있지만 주최 측(AIR)은 수상 목적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사람들을 웃게 한 후 생각하게 만드는 업적을 기린다"라며 "특이한 것을 축하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을 존중하며 과학, 의학, 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자극하기 위함"이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조롱 같다는 시선에 대해서는 "좋은 업적도 기묘하고 웃기며 심지어 터무니없을 수 있다"라며 "다수의 좋은 과학적 성취가 불합리하다는 이유로 공격받고, 불합리한데도 불구하고 나쁜 성취가 존경받기도 한다"라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이그노벨상 수상식은 매년 하버드대 샌더스 홀에서 열리고, 실제 노벨상 수상자들이 참석해 상을 수여한다고 합니다. 이런 점을 미루어보면 이그노벨상의 취지와 권위가 과학계에서 나름 인정받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까지 4명의 이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다고 합니다. 최근 수상은 2017년 유체 역학상을 수상한 한지원(버지니아 주립대)의 '커피가 담긴 컵을 들고 걸을 때 쏟아지는 이유'를 연구한 것이라고 하네요.




# 이상한 것에 대한 생각

나와 다른 것에 대한 반응은 일단은 '거부감'과 '불쾌함'일 것입니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척되고 반감이 나타나는 모습을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나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 정치적 상대 진영 등 큰 담론을 제외하고서라도 내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죠.

옷차림에서 나의 기준과 다르면 인상을 쓰거나 수군거리기 쉽습니다. 그리고 결혼을 안 하고 있으면 득달같이 가서 말합니다. '너 언제 결혼할 거냐? 왜 이리 사느냐'라고 나름 위한다고 이야기하는데 듣는 사람은 아픈 상처를 받게 되죠.

음식을 먹을 때도 타인이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으면 상대방의 '취향 존중'이 아닌 이상하게 생각하고 말을 하기도 합니다. 일일이 나열하기도 벅찬 '이상한 것'들에 대한 반응들이 실로 놀랍습니다. 거의 혐오 수준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의 반응을 하는 걸 나의 주변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 세우기보다 세워지기를

우리는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이것이 꼭 나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윤리적이나 도덕적인 기준은 있어야 하며, 사회 보편적인 기본 상식도 갖추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변할 수 없는 진리와 관련된 관념 역시 지키고 수호해야 되겠죠. 

그러나 요즘 '권위'에 관한 고정관념은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사회 지도자와 관련된 권위는 '세우는 것'에서 '세워지는 것'으로 탈바꿈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영국의 여왕이었던 엘리자베스 2세의 경우를 봐도 그렇게 느껴집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세우기를 원합니까? 세워지기를 원합니까? 나를 세우기 위해 많은 애를 쓰셨다면 이제는 조금 내려놔야 할 것 같습니다. 나를 세울수록 결국 낮게 된다는 진리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할 것입니다.



우리는 낮은 곳에 이름도 없이 수고하고 봉사하는 분들이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야 말고 우리는 세워 주어야 합니다. 적어도 여기 브런치에서는 그런 글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의미로 권위는 '세워지는 것'으로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정부의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홍보의 부족을 손꼽는 의견도 있는데, 사실 자화자찬식으로 세우는 것보다 국가 지도자들이 국민들에게 세워질 수 있게 스스로를 살피고 국민의 낮은 곳에 직접 다가가려는 진심 어린 노력이 더 절실해 보입니다. 우리도 이제는 존경받는 지도자가 있었으면 합니다.






[ 에필로그 ]

이그 노벨상에 관해 맨 처음 접할 때 '괴짜, 유머, 별난, 가벼움' 같은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기존에 제가 가지고 있던 과학적, 문학적 권위와 상충되는 이미지가 들었기 때문입니다. 글을 적으려고 여러 자료를 참고하면서 저의 생각이 점점 바뀌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가 알고 있던 권위는 '고정관념' 이였다는 것을요.

고정관념이나 일반적인 생각과 사고로는 할 수 없는 별난 연구를 하는 것이 품위 없고 하잘것없는 것으로만 치부할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사실 '혁신'이라는 것은 이 고정관념을 깨는 걸 의미하기에 이런 획기적이고 이색적인 연구도 '발상의 전환'이라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비록 연구 주제 자체가 괴짜스럽고 고개가 갸우뚱 거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보통의 사람이라면 생각할 수 없는 평범치 않은 연구의 의미 자체는 오늘날엔 더 중요하게 생각될 것 같습니다. 인류문명의 발전은 평범함과 당연함에서 벗어나는 도전정신이 바탕이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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