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은 죽었다

'전관 카르텔'과 기득권이 점령한 한국 학회의 폐쇄 회로를 해체하라

by 날개

공정위 출신 공무원의 로펌 재취업은 '전관예우' 논란의 핵심이며, 이는 공정한 법 집행 원칙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 로펌이 퇴직 관료를 영입하는 주된 목적은 그들이 공직 시절 쌓은 내부 정보, 네트워크, 심사 노하우를 활용하여 기업 사건에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퇴직 관료는 규제 당국의 약점을 파악해 기업의 과징금 감경을 돕거나 사건 처리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이는 규제 농간 우려를 낳는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공직자가 퇴직 후 재취업을 염두에 두고 재직 중 규제를 느슨하게 집행하거나 유리한 정보를 제공하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초래하여 공정위의 신뢰성과 공직 윤리를 붕괴시킨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공직자윤리법상 취업 제한 규정 강화 및 심사 철저화 등 제도적 대응이 지속되고 있으나, 퇴직 공직자의 직무 관련 이해 상충 행위를 영구적이거나 일정 기간 엄격히 금지하고 활동의 투명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는 해외 주요 선진국들에 비하면 우리는 갈 길이 멀다.


그런데, 매우 주목해야 할 점은, "학회" 활동 등을 통한 공식적·비공식적 네트워크 조장이 전관예우의 '우회도로'로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학회는 본래 규제 정책에 대한 학문적·객관적 비판을 제공하고, 현장 경험이 풍부한 퇴직 관료의 전문 지식 공유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여 규제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공론장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순기능을 갖는다. 그러나 이는 현직 공무원과 몇몇 기득권 교수, 퇴직 관료(전관)가 친분을 유지하고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공식적인' 접촉 통로가 될 수 있으며, 전관 출신 인사가 학회 발표자 등으로 참여하며 '전문성'을 포장하고 규제 당국에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역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학회가 특정 기업이나 로펌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규제 완화 여론을 형성하거나, 퇴직 관료의 역할이 사건 수임 활동에 활용될 때 학회의 본래 목적이 훼손되고 전관예우를 조장하는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한편, 학회는 본디 그 개방성을 생명으로 삼아 비판적 지식 공동체로 기능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일부 학회는 전관 네트워크와 기득권 교수의 도제식 사단이 결합된 폐쇄 회로로 전락하여 지적 다양성을 말살하고 전관예우의 영향력을 은폐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교수진은 학술지 심사, 연구 프로젝트 배분, 학회 임원진 구성 등 학술적 의사결정 과정을 내부 규정 및 인맥에 기대어 불투명하게 운영함으로써, 주류 의견과 다른 시각이나 새로운 연구자의 진입을 차단하고, 형식이란 도구로써 진입장벽을 높게 세운다. 이러한 폐쇄적 환경 속에서 퇴직 관료들은 전문성 대신 공직 시절의 네트워크와 영향력만을 활용하여 쉽게 학회의 주요 직책에 자리 잡고 발언권을 확보하는 통로로 삼게 된다. 이는 학회가 순수 학술 교류의 장이 아닌, 퇴직 관료가 취업한 로펌이나 기업의 특정 이해관계를 옹호하고 규제 당국 현직자와의 관계를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게 만들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학술 논의의 다양성과 객관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며, 전관예우 행위가 학문적 권위 뒤에 숨어 지속되는 악순환을 낳는다.


또한, 몇몇 기득권 교수를 중심으로 한 도제식 교육 방식은 후속 세대의 학문적 자율성과 창의성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교수의 강력한 권위 아래 연구 방향, 논문 주제, 심지어 경력 경로까지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폐쇄적 구조 속에서 후속 세대는 교수의 비위를 맞추고 눈치를 살피는 '로봇'으로 전락하기 쉽다. 이들은 교수의 기존 학설을 비판하거나 새로운 연구를 시도하기보다, 교수의 영향력을 활용해 안정적인 자리(교직, 연구기관, 학회 등)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 비판적인 시각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본인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 결과적으로 이는 학문의 동질화, 지적 다양성 상실, 질의 저하를 초래하며, 비판적 사고 능력을 갖춘 독립적인 연구자 양성을 저해하고 학계 전체의 발전과 역동성을 멈추게 만든다.


즉, 이렇게 형성된 한국 법학 커뮤니티는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에 갇혀 도제적·사단적 운영 방식을 고수하며 극도로 폐쇄적인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발표석을 지배하는 이들은 동일 유사 경로를 거친 소수이며, 이들이 구축한 호혜적 네트워크는 '학문적 검증'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상은 '전관 출신들의 생계유지 및 영향력 시스템'을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이로 인해 구성원의 고령화와 로펌·관료 중심의 의제 설정이 심화되고, 새로운 관점, 젊은 연구자, 외부 지식의 유입은 거부된다. 이는 미국의 개방적이고 날카로운 논쟁 문화나 유럽의 융합적 학문 시각을 지닌 구조와 극명하게 대비되며, 한국 학회가 지적 다양성과 비판적 역동성을 상실하고 전관 네트워크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규제의 대변혁의 시대에, 한국의 법학 커뮤니티는 지적 공동체의 본질적 정당성을 회복하기 위해 경로의존성에 갇힌 폐쇄적 구조를 반드시 해체해야 한다. 학회는 '명문대-관료-로펌'으로 이어지는 전관 네트워크를 단절하고, 지적 다양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연구 및 의사 결정 과정에서 퇴직 관료의 영향력을 배제해야 한다. 또한, 기득권 교수의 도제식 사단 운영을 종식하고 젊은 연구자들에게 비판적 자율성을 보장함으로써 학계의 창의성과 역동성을 복원해야 한다. 이는 학회가 폐쇄적 네트워크 유지가 아닌 순수한 논쟁의 촉발이라는 본래의 목적으로 돌아가는 핵심과제이다.


다만, 기존 구조 내에서의 개혁이 쉽지 않다면, 대안으로 새로운 지적 공간인 '광장'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광장'은 제도권 학회에 편입되려 하기보다, 외부에서 의미 있는 연구와 글쓰기를 스스로 지속할 수 있는 독립연구자 그룹이나 플랫폼을 의미한다. 학회의 정당성은 형식이나 사회적 권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개방적인 자세로 날카로운 논쟁을 수용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비판적 지식을 생산하는지에 따라 재정의되어야 한다. 이 대안적 지식 공동체가 높은 수준의 지적 윤리와 비판적 개방성을 증명함으로써, 형식만 남은 기성 학회가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묻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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