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 위주 수사사건 보도의 덫

언론매체를 도구로 하는 권력의 음모?

by 날개

각종 SNS나 유튜브 등이 전통적인 언론매체를 대체해 가고 있는 요즘, 중대 범죄가 아님에도 대중의 흥미 위주의 수사사건에 관한 보도 행태가 적정하고 공정한지 의문이 드는 점이 있다.


수사가 개시되는 사건도 사실 여러 부류이지만 특히 피해자가 있는 고소사건과 같이 유무죄의 다툼이 꽤 있을 수 있는 사건의 피의자는 그가 공적 인물이거나 유명인일 경우엔 더더욱 말할 것도 없이, 기소 여부가 결정되기도 전에, 재판 절차를 거쳐 결론이 나기도 훨씬 더 전에, '수사절차'가 각종 매체를 통해 보도됨으로써 공개적으로 드러나게 되는 결과, '주홍글씨'와도 같은 수치와 굴욕과 사회적 비난의 혹독한 처벌을 받게 된다.


형사 사법에서의 '무죄추정의 원칙'은 피의자나 피고인이 유죄로 판명될 때까지 무죄로 간주되며, 그에 대한 혐의는 증거에 의해 입증되어야 한다는 헌법의 대원칙이다. 언론매체는 '수사절차'에 관한 보도에 있어 매우 신중하여야 하고 공정하여야 하지만, 오늘날과 같은 선정적인 '황색 저널리즘'(yellow journalism) 환경에서 그러한 윤리를 막연하게 기대할 수 없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언론매체가 누군가의 수사 관련 정보를 어떠한 취재원을 통해 입수했는지는 사실 알 길도 없고, 따져 물을 사람도 없거니와, 묻는다고 해도 알기를 기대하기 힘들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언론매체의 특권 중 하나인 '취재원보호권'(혹은 취재원비닉권; 출처를 밝히지 않을 권리)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그 사이에 특정 사건의 수사 상황이나 그에 대한 소문, 관련된 잡다한 의혹들이 줄줄이 보도되고, 일반 대중은 그것을 기정사실로 믿게 된다. 일부 군중의 감정 섞인 비난은 다시 수사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순환구조를 거치게 되면서, 정작 중요한 우리 사회의 '공론장'이 마녀사냥의 '심판장'으로 대체되고, 어느 순간 정치적, 사회적 이슈는 어디론가 증발돼 버린다. 철학자나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쾌락적 불행', 즉 잘 나가는 유명인이 나락으로 가는 것을 보고 있는 대중들은 타인의 불행을 통해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고 자신이 우월감을 느끼게 되는 '행복한' 경험을 통해 정작 자신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까맣게 잊는다.


엄연히 우리 '형법'에서는 수사기관은 수사 관련 사실의 공표를 금지하고 있고,

제126조(피의사실공표) 검찰, 경찰 그 밖에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수행하면서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소제기 전에 공표(公表)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정보공개법'에서도 수사 관련 정보는 공정한 재판을 방해하는 경우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제9조(비공개 대상 정보) ①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공개 대상이 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
4.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와 범죄의 예방, 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 형의 집행, 교정(矯正), 보안처분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

또한, ‘경찰 수사공보규칙’은 원칙적으로 피의사실, 수사사항 등의 공개를 금지하고 있는데, 예외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경우로는 피의자를 공개수배 하거나, 공공의 안전에 급박한 위험이 있거나,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로 인하여 사건관계인의 인권이 침해될 때이다. '검찰 수사공보규정'도 이와 유사하나, 추가적으로 '중요사건으로서 언론의 요청이 있는 등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을 때'를 상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신문・방송등 언론매체에 크게 보도되어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킬만한 사건’을 포함시키고 있다.


위 규칙은 상당히 포괄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해 보이고, 원인과 결과가 전도된 느낌이 있어 보이는데, 그 취지상 사회의 '공익적'인 목적을 공개금지의 예외로 한 것이지, 그 외에 어떤 다른 의도(?)로 남용하라고 전면적으로 허락해 준 것은 분명 아닐 것이라 생각하고 또 그러리라고 믿어본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상황은 어떠할까. 박용상 변호사의 '영미 명예훼손법'의 일부 내용에 따르면, 입건 단계부터 기소에 이르기까지 공식기록에 편철된 것이면 모두 언론매체의 공정보도 특권이 적용된다고 한다. 즉 수사기관의 공무원이 문서로써 '기록화'하면 원칙적으로 언론매체가 보도할 수 있는 것이 된다. 물론, 기소 이후 형사재판의 보도는 전면적으로 가능하다. 미국의 제정법은 경찰, 고소인, 고발인, 참고인 등의 비공식적인 진술은 언론매체의 보도가 불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것을 기록에 편철시키기만 하면 면책해 주는 원칙을 '이용'하여 관련 소송에서 책임을 면제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한 까닭으로 수사가 본격화되면 언론매체는 앞다투어 사건을 상세보도하는 관행이 사실상 허용되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나중에 무죄로 확정되어 피해자가 된 피의자(피고인)는 잘못된 오보로 인한 피해를 어떻게 보상받아야 할까. 언론매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손해배상 청구를 하거나, 명예훼손으로 언론매체를 형사고소하는 방법 등이 있겠지만, 그럴 재력과 용기가 있는 피해자는 소수에 불과할 것이고, 어차피 이미 그 피해는 회복될 수 없는 것일 수도 있다. 또한,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이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도 '사후약방문'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정말 잔혹하고 우발적인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요즘은 오히려, 국가, 사회, 개인에게 중대한 해악을 끼치는 특정 중대범죄 사건에 대하여는 수사과정을 많이 알리고 언론매체에서 많이 다루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한 취지에서 중대범죄에 대하여 피의자의 얼굴 등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규정하는 특별법인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은, 범죄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예방하는 형사정책적인 효과가 분명 있다고 본다. 그런 현실적이고 명백하고 중대한 범죄는 사실상 결과가 나중에 뒤집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언론매체가 공익적 목적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수사과정을 세세히 보도하는 것은 사회적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공공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며, 수사의 투명성을 높이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 이를 통하여 불공정한 수사나 권력의 남용을 막을 수 있으며, 시민들의 법적 의식과 사회적 책임을 제고하는 데 분명히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중대 범죄가 아닌 특히 유명인 혹은 조회수를 높이는 대중적 가십거리에 관한 수사절차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이 부당하게 훼손되는 언론매체의 보도 행태는,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 보호의 또 다른 헌법적 가치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즉, 수사진행 중인 피의자에 대한 과도한 정보 유출이나 왜곡된 보도는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위협하고, 그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야기할 수 있다. 또한, 미셸 푸코가 지적했듯이 권력은 사회 곳곳에서 작용하는데, 언론매체 또한 그 권력의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 SNS를 통해 언론매체의 범위가 무제한 확장된 요즘, 개인이 권력의 도구로써 서로에 대한 감시와 통제의 '홍위병' 역할을 자초하는 것은 우리 사회를 퇴행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수사정보의 발설을 통해 '희생양'을 만들고 그것으로써 권력이 언론을 사회적 통제의 도구로 이용하는 방식은, 우리가 그냥 뜬소문으로만 듣던 얘기가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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