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자 00000000

by I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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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병원 등록 번호이다.


대학병원에서 본인을 인증하기 위해선

주민등록번호 또는 병원등록번호를 눌러야 한다.


대부분 주민등록번호를 누를 것이다.

하지만. 난 아이의 대학병원 진료를 가면

항상 아이의 병원등록번호를 누른다.


병원 접수처 직원이 물어보면 바로 번호를 대답하고

간혹 직원이 얼마나 자주 왔길래 다 외웠나 하는 표정을 짓기도 한다.


3년을 매일같이 갔던 병원이기에 아이의 병원등록번호는

외워지지 않을 수가 없는 번호이다.


잊지 못하는 번호이다.

그리고 잊지 않고 싶은 번호이기도 하다.


그리고 혹시나 등록 번호를 잊을까 싶어

내가 쓰는 비밀번호로도 설정을 해뒀다.


아이가 아팠던 사실, 그리고 아이의 그 힘든 시간,

그때의 내 마음을 잊지 않고 싶다.

다행히 아이는 어린 시절이라 잊어 지금은 기억에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엄마인 나는 그 시간을 기억하고 싶다.


아이의 입원 기간 동안 같이 치료받은 부모님을 만나게 된다.

그중 기억나는 대화 중 하나는 고등학교 아이를 둔 어머님들의 대화이다.


"아이가 아플 때는 건강만 생각하다가 치료가 끝나가니

건강 외 공부 등 다른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고"


나 역시 그 당시에는 건강하게 살기만 해달라고

기도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 아이가 초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니

슬슬 다른 것도 생각하는 내가 되는 것을 알았다.


아이의 병원 등록번호는 그 아픈 시간을 잊지 않고

내가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게

나를 잡아주는 번호이다.


지금 건강하게 초등학교 생활을 하는

초등학생이 된 것만 해도

내 기도는 들어주신 거다.

더 이상 욕심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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