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너무 깊이 빠지지 말기
어른은 참 슬픈 것 같다. 누군가를 좋아해도 자신의 감정에도 솔직할 수 없으니. 어릴 때는 그저 좋으면 좋은 거였는데 이제는 '이 사람이 정말 괜찮은 사람일까' 혹은 ' 이 사람은 나에게 정말 진심인 걸까' 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다. 좋아하는 마음 뒤에는 항상 조건들이 따라붙고 내 기준에서 상대를 평가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정말 좋아해도 되는 사람인지. 그런데 마음이란 놈의 특성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항상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때로는 저 사람이 아닌 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스며들게 되고 그렇게 혼자 시작하고 혼자 감정을 정리해야 할 때도 있다.
사랑은 기적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사랑은 기적이라고 한다. 대부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게 디폴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좋다고 해서 상대의 마음도 모른 채 내 마음을 무작정 고백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다가 더 어색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좋아하면 지금 이 상태라도 지키고 싶어 진다. 짝사랑하는 상태가 오히려 위안이 될 때가 있다. 그래서 혼자 속앓이를 하게 된다. 하지만 신경은 온통 '저 사람도 나를 좋아하나' 거기에 집중되어 있다.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돌려 말하기에 익숙해진다. 내 마음을 들키기 싫으면서 상대의 마음은 알고 싶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기적인 마음이다. 괜히 내 마음을 말해 거절당하면 내가 받게 될 상처가 두려워서 내 마음은 숨긴 채 상대가 눈치채주길, 너도 날 좋아해 주길 바라는 모순된 마음이니까 말이다. 그러다 상대의 마음이 아닌 것 같은면 괜히 혼자 서운해지고 화가 난다. 사실 그 사람은 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내 감정만 춤을 추는 것이다. 이렇게 가면 결말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감정적인 사랑은 하지 않기
그렇다면 좋아하는데 왜 감정적으로 나가는 걸까? 그건 너무 좋아졌기 때문이다. 상대는 20인데 나는 200만큼 빠졌기 때문이다. 그와 나의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속도가 빠른 쪽이 더 조급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조급함은 항상 화를 부른다. 혹은 슬프지만 상대는 0이고 나 혼자 100인 경우도 있다. 완벽한 짝사랑이다. 그렇지만 이 경우는 논외로 치겠다. 대부분은 시작은 상대가 여지를 주었기 때문에 좋아하게 되는 경우가 크니까 말이다. 사랑은 속도와 타이밍이 중요하다. 상대의 보폭에 맞추는 것이 좋다. 사랑 앞에서 상처를 두려워하면 안 되지만 솔직히 두렵다. 마음 가는 것을 조절할 수는 없지만 상대의 속도에 맞춰야 내가 상처받는 뒤탈이 적다.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지 말자. 괜히 나 혼자 북 치고 장구 쳐서 이리저리 떠보는 짓은 하지 말자. 그건 상대를 지치게도 하지만 내가 가장 지치고 상처받는 일이다. 애초에 완급조절을 한다면 돌려서 말할 일도 상대를 떠볼 일도 생기지 않는다. 상대가 다가오는 만큼 나도 다가가면 된다. 내가 다가갔는데 상대가 멀어진다면 빨리 정리해 버리면 된다. 대신 내 감정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적어도 호감이 있는지 없는지 정도는 말이다. 그리고 언제든 마음을 따르는 쪽이 낫다. 그래야 나중에도 후회나 미련이 없다. 설사 잘 안되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