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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에 대한 그럴듯한 이유

내가 음악을 배우는 이유

by 감성기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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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배우고 있다. 사실 음악을 배운 지 꽤 됐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이 취미로 그걸 왜 배우냐고 묻는다. 뭐 하러 쉬는 날 쉬지 않고 힘든데 그거까지 배우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나는 이런저런 타당한 이유를 생각해 낸다. 누가 들어도 타당한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어떤 이유를 말해도 납득을 시킬 수는 없었다.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내가 지금까지 꽤 오랜 시간 음악을 배우는 이유는 그냥 '좋아서'였다. 내 인생에서 가장 우울하고 지쳤을 때 음악이 많은 위로가 되어 주었다. 밑바닥에서 나를 건져낸 것도 음악이었다. 그땐 그게 지푸라기였다. 그렇게 음악이 너무 '좋아서' 여기까지 왔다.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언가가 좋은 건 처음이었다. 그때 결심했다. 내 업과는 별개로 이건 평생 가지고 가자고. 물론 지금은 그때와 조금 달라졌다. 더 이상 온몸에 소름이 돋지도 않고 전율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대신 익숙함이 남았다. 그래도 여전히 좋은 노래를 알게 되면 행복하다. 가사 하나하나에 마음이 요동친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나는 왜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그냥 '좋아서'라고 말하지 못하는 걸까. 언제부터 그냥 좋아하는 것을 솔직히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게 된걸까. 왜 좋아하는 것에 꼭 타당한 이유가 붙어야 하는 걸까.

이유는 내가 너무 한심해 보일 것 같아서다. 그저 시간 때우는 걸로 보일까 봐 그게 너무 싫었다. 이유를 많이 붙일수록 생각만 많아지고 초심만 흐려졌다.


사실 내 인생은 누구한테 납득 시킬 필요가 없는건데, 누군가의 양해를 구하면서 살 필요가 없는건데 남 눈치를 너무 많이 본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도 좋아한다고 솔직하게 말을 못하는 것이다. 내 마음을 속이면서까지 말이다. 자꾸 이러다보니 둘러대는 내 말이 진심인지 아니면 내 마음이 진심인지 헷갈린다.


가끔 생각한다. 이제 내가 어느 정도 괜찮아졌으니 이제는 음악과 헤어지고 내 앞길에 집중해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여전히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젠 너무 익숙하다. 그리고 또 평생 가지고 가보겠다는 나와의 약속도 한번 지켜보고 싶다. 살면서 끝까지 가보고 싶은 게 있는데 나한테는 그게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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