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방향을 따라 항해하세요
노가 부러졌을 때
넘어진 김에 쉬어가라는 말이 있다. 그렇지만 정작 넘어졌을 때는 저 말이 들리지 않는다. 주저앉아 울기 바쁘거나 여기서 이러고 있을 수 없다며 없는 힘으로 일어나려 하기 바쁘다. 차라리 주저앉아 우는 건 그나마 낫다. 앞으로 걸어갈 힘도 없는데 나아가다 보면 얼마 못 가 또다시 쓰러질 수 있다.
바람의 방향을 따라가기
넘어진 순간을 잘 넘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 , 내가 지금 넘어졌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려 하지 말고 그 상태로 있는 것이다. 그게 힘든 시간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사실 어떻게든 시간이 가면 그 시기는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 시간을 빨리 극복하려는 노력은 안 해도 좋다. 그것은 마치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려고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과 같다. 힘들어야 할 시간이 1년인데 그것을 반년으로 단축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가뜩이나 힘도 없는데 억지로 웃고 억지로 몸을 움직인다. 물론 그런 행위들이 효과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 내 마음이 아닌데 육체를 그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해서 근본적인 힘듦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어차피 견뎌할 시간은 견뎌야 하더라. 힘든 시기란 게 그런 것 같다. 피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된다. 내가 바다 위 떠 있는 배라면 그저 바람이 그쪽으로 부는 거다. 그렇다면 나는 싫어도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겁내지 말고 바람의 방향을 따라 항해하자.
힘든 순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
단 하나 힘든 와중에도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있다. 이 시기는 반드시 지나가고 나는 분명 또 예전처럼 다시 웃으며 잘 살아갈 것이라는 것. 사람들은 항상 불안해한다. 힘든 이 시기가 언제 끝날지 몰라서, 혹은 평생 갈까 봐. 예전에 두통으로 신경과를 다닐 때 담당 교수님이 해준 말이 있다. " 지금 이렇게 힘들어서 머리가 자꾸 아프죠? 근데 안 아플 때가 올 거예요. 아닐 것 같죠? 인생 살다 보면 좋은 날 와요." 별 말 아닌데 그 말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인생 살다 보면 좋은 날 와요." 그 당시 난 좋은 날이 안 올 줄 알았다. 살면서 슬픔과 행복이 교차하는 것은 당연한데 나는 우울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나의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그대로 땅으로 꺼져 버렸다. 지하까지 파고들었다. 그런데 정말 살다 보니 힘든 일이 잊힐 날도 오고 세상 살만한 곳이구나 느낄 날도 오더라.
새로운 방향의 바람이 불 때까지
최소한의 노력과 에너지만 쓰며 그 시간을 버텨도 좋다. 다시 달릴 수 있을 때가 되면 스스로가 안다. 억지로 힘내려 하지 않아도 '뭘 좀 해볼까' 하고 일거리를 찾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저 매일을 살기만 해도 그것이 회복의 과정인 것이다. 굳이 힘을 쓰지 않아도 느리지만 매일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서서히 회복해 가는 것이다. 마치 자연의 섭리처럼 말이다. 어느 날 짠하고 기분과 몸이 돌아오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뒤돌아 봤을 때 알 수 있다. 나는 조금씩 나이 지고 있었고 이제는 꽤 많이 일어섰다는 것을. 그러니 힘이 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다.
사람은 의외로 스프링과 닮았다. 억지로 누르고 있지만 않으면 탄성이 있어서 분명 회복된다. 스스로 스프링을 망가뜨리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그리고 스프링을 망가뜨리는 일은 자신의 우울을 더 파고드는 일이다. 이것만은 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나도 끝까지 파고 들어가 봤지만 지나고 보니 내가 스스로 스프링을 꽉 누르고 튕겨 올라오지 못하게 막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