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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기복이 Jan 16. 2024

인간관계에서 나의 책임은 어쩌면 그리 크지 않습니다

자책하지 마세요. 당신만의 잘못이 아닙니다.

삶에서 행복이란 대부분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 물론 돈 문제도 있지만 사람 문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돈은 내가 어떻게 노력이라도 할 수 있지만 사람과의 관계는 나 혼자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가끔 이것을 간과한다. 내가 잘하면 이 관계가 잘 유지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관계라는 것은 50:50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의 역할은 딱 50퍼센트 정도이다." 관계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어느 누구도 아니다. 이것을 알지만 체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어떤 문제상황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처음에는 좋았지만 끝은 안 좋았던 관계가 누구나 있었을 것이다. 저 사람과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하며 아쉬운 관계들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있다. 지금껏 살면서 두 명 정도 있는 것 같다. 여태 잊히지 않는 것을 보면 나는 그 사람들을 참 좋아했고 그랬기에 나한테는 굉장히 소중한 관계였던 것 같다. 오해였는지 아니면 인연이 거기까지였는지 결국 안 좋게 끝맺음을 했는데, 내가 더 좋아하고 기대할수록 나는 그 관계에서 '을'이었다. 끝까지 나만의 방식으로 그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려고 했다. 물론 그게 틀린 방법일 수도 있다. 그리고 안 좋은 결말에 대한 책임은 모두 나한테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잘못해서, 내가 못나서라고 끝도없이 자책했다.


하지만 나의 역할은 아무리 내가 발버둥 쳐도 딱 50 정도 밖에 할 수 없는 거였다. 나머지 50은 상대가 받아주고 채워주고 그도 우리 관계 안에서 노력을 했어야 완성되는 것이었다. 사실 냉정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나와의 관계가 딱 그 정도 가치였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가 그 50을 채워주지 않는 것에 대해 나는 계속 상처를 받게 된다. 나 혼자 기대하고 나 혼자 애쓰는 관계, 결국 내가 놓으면 끝날 관계란 것이 바로 이런 것이었던 거다. 사실 내가 준 50퍼센트의 진심을 몰라주는 사람에게는 더이상 여지가 없다. 차라리 그 50만큼의 마음을 내 자신에게 쏟는게 백배 천배 나은 결정이다.







나랑 맞지 않는 사람만 800만 명


상대가 내 맘과 달라 오해가 쌓일 때가 많다. 내가 가진 것이 보편적인 상식이고 거기에 부합되지 않는, 내 상식으로는 전혀 이해 불가능한 저 사람이 비정상이라고 감히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그 사람이 나보다 친구도 많고 그와 맞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내가 비정상인가 하고 다시 바꿔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애초에 그 사람은 비정상이 아니었을 거다. 나와의 그 상황에서 그 사람이 보여준 단편적인 그 모습이 이상했던 것이었을 수도 있다. 실제로 내가 그 사람과 다른 공간에서 다른 관계로 만났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수 있었다. 


사람이 결이 맞는다는 것은 참 중요하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나와 결이 전혀 다른 완전히 엇갈린 방향에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사람이 직장 상사라면 지옥불에 떨어진 경험을 하게 된다. 결이 안 맞는다 에서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면 되는데 이 둘은 대개 높은 가능성으로 서로를 싫어하게 된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서로 일하는 방식도 다르고 그러다보면 자꾸 엇각이 나고 상대를 이해할 생각도 없다면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럴 때마다 내 운을 탓했다. 대체 왜 저런 인간을 만났느냐고. 그런데 결국 이것도 확률의 게임에 걸려든 것이 아닐까. 이 세상에 나랑 맞지 않는 사람이 800만이라는데 그 높은 확률로 이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이다. 어쩌면 굉장히 자연스러운 현상을 나는 운의 영역에 기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인간관계의 운명론


시절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인연이란 것은 억지로 안 되는 것이란 말도 있다. 최근 겪은 일들로 이 부분에 어느 정도 동의하게 되었다. 내가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아무리 오해를 풀려고 해도 이 사람과는 정말 인연이 아닌가 보다 생각할 정도로 그 기회들이 계속 비껴갔다. 마치 지하철 반대편에 서서 엇갈리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사람과의 인연은 어느 선부터는 인력으로 안 되는 것 같다. 혹여나 시간이 지나서 다시 만날지언정 지금은 그냥 찜찜한 채로 넘겨야 하는 인연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특히 감정이 섞여 있을 때는 그 사람과의 관계, 상대가 객관적으로 안 보인다. 사람과의 관계는 참 어렵다. 그리고 나 혼자 놓지 못하는 관계는 슬프다. 


살면서 제일 쓸데없는 것이 사람에 집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알면서도 그게 쉽지 않다. 그게 안 되는 상대가 있고 내가 매달리게 되는 관계가 있다. 세상 멋지고 깔끔하게만 살면 얼마나 좋으련만 살면서 수많은 스크래치를 남기고 때로는 비참한 기억도 남긴다. 그래서 인생에 후회가 없다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다. 나는 이렇게 수치스러운 기억들이 많은데 , 이렇게 후회되는 일들이 많은데 어떻게 인생을 저렇게 깔끔하게 살 수 있을까. 어느 쪽이 더 보편적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관계도 연습인 것 같다. 상대를 거울삼아 나를 보게 되고 수 많은 상처들로 깎이고 다듬어진다. 정말 좋은 인연은 내가 50을 줄 수 있고 상대도 그 50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줄 수 있을 때 만나는 관계이다. 그래서 모든 관계는 타이밍인 것이다. 운명론을 싫어하지만 적어도 인간관계에서는 운명론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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