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교보문고는 나의 방앗간이었다. 요즘은 정말 안가는 편이지만 예전에 시간이 많을때면 수시로 나갔다. 그냥 그 공간이 주는 느낌이 좋았고, 분위기가 좋았다. 입구부터는 향도 좋았다. 십지어 화장실에 비누 향까지 좋아서 항상 가면 손을 씻고 나오곤 했다. 후각에 민감한 나에게 교보문고의 향과 책 냄새는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광화문 교보문고는 도서 뿐만이 아니라 구경거리도 많다. 가끔 팝업도 생긴다. 특히 연말이나 연초에 가면 휘양찬란한 다이어리들에 눈길이 사로잡힌다. 물론 충동구매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연말 기분을 내기 위한 방문지로는 제격이다.
접근성도 너무 좋다. 광화문은 대부분 어느지역에 살든 직행 광역버스가 많이 존재한다. 그래서 시간은 좀 걸릴지 모르지만 편하게 나가기 쉽다.
집순이였던 내가 요즘 쉬는 날에 항상 밖으로 나간다. 새로운 공간이 주는 신선함에 맛이 들렸달까. 항상 가던 카페만 가고 항상 가던 곳만 갔다. 늘 익숙함에 익숙했다. 새롭게 적응하는 걸 싫어했다. 요즘 어떤 심경의 변화인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것을 찾아다닌다.
그 이유 첫 번째는 갑자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떨어지는 체력 때문인 탓도 있을 거다. 앞으로는 진짜 다리가 후들거려 못 다니는 일이 있겠다 싶은 위기감도 밀려왔다. 그래서 틈만 나면 새로운 것을 구경하고 경험하려 한다.
두 번째 이유는 나의 우물을 벗어나기 위함이다. 부쩍 내가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넓게 보고 싶었다. 어쩌면 내가 지금 힘든 것은 이 편협한 사고 때문이리라. 세상을 많이 보고 알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고민들이 티끌만 하게 느껴질 것 같았다. 작은 일에 목숨 걸지 않을 것 같다. 물론 나에게 일어나는 일 중에 사소한 일은 없을 테지만 모든 일들에 나의 감정을 낭비하기는 싫다.
그리고 마지막 이유,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나은 사람이라, 사실 기준이 애매하다. 적어도 지금에서 내가 되고자 하는 ‘나은사람’은 사람들의 다양성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나는 꽤 비판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흑백논리가 강했다. “괜찮아 그럴 수 있어” 가 아니라 “ 어떻게 그럴 수 있어?”를 더 많이 말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세상에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다. 나도 타인이 보기에는 특이한 사람일지 모른다. 누군가 그랬다. 우리는 특이한 게 아니라 각자 특별한 거라고. 어쩌면 이 말이 진실이다. 우리는 각자 특이하기에 특별한 존재다. 모두가 특별한 존재임을 이해하기 위해 나는 세상을 여행하고자 한다.